본문 바로가기

농촌여성신문57

말 한마디, 귤편지 "남을 고치려 하지 말고 나를 고치는 게 낫다는 자각이 왔다... 둥지에 작은 평화가 찾아왔다" 말 한마디에 모든 상황이 와장창 깨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며칠 전 팀의 일원인 자칭 유리공주님네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고 안주인과 차를 마시며 담소를 하고 있는데, 나지막한 귀를 스쳐가는 소리. “공주 비위 맞추기 너무 힘들어서 식당 접어야겠어~” 하는 소리가 들렸다.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공주님 남편의 소리인데, 우리는 둘 다 그 소리를 들어버렸다. 그날은 손님이 한꺼번에 몰려서 무지 힘들었노라고 유리공주가 나에게 하소연을 하는 중이었고, 나는 그 힘든 상황을 잘 이겨내서 훌륭하다고 치하하고 있는 중이었다. 일순간 짧은 정적이 흐르고, 유리공주의 눈빛이 섬광처럼 번쩍였다. 공중에서 스파크가 터지고, 노.. 2021. 12. 26.
투혼 라이프 투혼■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49) 농촌여성신문 | webmaster@rwn.co.kr 승인 2021.12.10 11:24:53 투혼의 귤나무를 만났다. “내가 너를 닮았나?” 감정이입이 돼 귤나무 앞에서 울컥했다. 귤농사 중 가장 좋고 쉬울 때가 귤을 따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귤 따느라고 가위질하는 것만 대략 하루에 1만 번 정도 하는 것 같다.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귤을 따는 사람과 따 놓은 귤을 운반하는 사람이 나눠져 있어서, 귤 따는 사람은 하루 종일 가위질을 해야 한다. 한 개의 귤을 딸 때 두 번의 가위질을 하는데, 나무에서 익은 귤을 골라 따는 우리는 한사람이 대략 10㎏짜리 바구니 40여 개 정도 딴다. 따놓은 귤바구니를 컨테이너상자에 옮겨 담고 운반하고, 쌓고 하.. 2021. 12. 12.
낭만농부의 혹한기. 지금, 이순간 라이프 지금, 이 순간 ■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48) 농촌여성신문 | webmaster@rwn.co.kr 승인 2021.12.03 10:02:18 "치매는 어쩌면 암보다도 더 아득한 질병일지도... 행복하게 이 순간을 즐겨야지~" 귤 수확철만 되면, 유휴노동력인 큰언니가 서울에서 귤을 따러 오셨다. 햇수로 10년 가까이 오셨으니 큰언니도 귤 따는 데는 베테랑이라 할 수가 있다. 지난해 한해를 거르고 올해도 오셨는데, 큰언니의 치매가 많이 진행돼서 조카도 나도 치매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해마다 10%정도씩 치매인가 건망증인가 싶은 변화가 느껴지더니, 한해를 건너 띄고 온 올해 보니 확실히 치매성이고, 우리는 마음의 준비를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치매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 2021. 12. 10.
상,결실의 계절,우리들의 미래 훗날, 인생을 뒤돌아보며 추억하기 위해, 나의 작은 발자욱도 기록해 둡니다. ***************************************** 라이프 상(賞)■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46) 농촌여성신문 | webmaster@rwn.co.kr 승인 2021.11.19 09:58:48 "세상을 좋게 만들려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작지만 행복한 상과 선물을 주려고 생각해본다..." 두서없는 글을 매주 엉킨 실타래 풀어내듯 하다 보니, 글제목만 생각하는데도 일주일 내내... 가끔 머리가 지진이 날 때가 있다. 매일의 일상이, 그날이 그날같이 비슷하게 반복되다보니 농부의 시계가 한계가 있어서 글감 정하는데 과장 조금 보태서 영혼을 쥐어짠다. 간신히 글이라고 뽑아내서 마감시간을 넘기고 몰래 건네.. 2021. 11. 20.
언니, 치매는 안돼! 라이프 언니, 치매는 안 돼!■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 농촌여성신문 | webmaster@rwn.co.kr 승인 2021.10.29 11:07:24 "생의 에너지를 다 퍼서 썼는지 이제 언니는 빈 껍질만 남아서 자신도 잃어버리려고 하고 있다..." “021551, 99100121535 0125623121!” “언니, 치매는 안 돼!” “0120032623 6121815 8812193255 832 02178535 01581210, 83835523 01550218210122 88121!” “아무도 대신 해줄 수 없는 인생, 스스로 일어서야 해!” 이 숫자 부호는 치매가 진행 중인 큰언니에게 핸드폰으로 문자 보내기를 가르치려고 내가 만든 숫자다. 요 며칠 큰언니에게 문자를 가르쳐서 쓰게 하려고 문.. 2021. 10. 31.
선한 영향력 라이프 선한 영향력■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42) 농촌여성신문 | webmaster@rwn.co.kr 승인 2021.10.22 10:40:56 "포기한 꿈이 요동쳤다. 마중물 언니의 도전은 요즘 나를 흥분케 한다." 네 번째 스무 살을 맞은 마중물 언니가 동해안 해파랑길 770㎞ 대장정을 걸으려고 떠나셨다. 동해안 최북단 통일전망대에서 부산까지의 해파랑길. 지금 며칠째 걸으면서 일정을 간간히 알려 오시는데, 떠나기 전부터 내가 더 가슴 뛰고 설레서 난리법석을 떨었다. 한꺼번에 다 걷는 것은 무리라서 몇 번으로 나눠 걸어서 내년까지는 종주계획을 세웠는데, 이 멋진 계획을 실행하시려는 80세 마중물 언니보다 내가 더 흥분하고, 신이 나서 마음은 계속 동행취재를 하고 있다. 함께 하고픈 마음이 .. 2021. 10.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