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여성신문57 전지적 관점 "온갖 하소연을 들어주고 상대를 함께 욕해주고 나를 다독여주는 것인데 역시 ‘겸손은 힘들어’팀 답게 충고를..." 손가락 크기의 작은 줄기를 삽목해서 애지중지 5년 동안 키운 삼지닥나무를 누군가가 담을 넘어와서 캐 가버렸다. 이제 수형도 잡히고 꽃도 제법 많이 피어서 이웃들에게 장하게 자란 모습을 자랑하고 난 직후에 없어져서 황당하고 불쾌했다. 길가의 농장이라서 사람들이 오며가며 내가 가꾼 꽃밭을 살피기는 하나, 담까지 무너뜨리고 캐 간 행동에 마음이 많이 상했다. 잃어버린 사람이 잘못이라는 말도 있는 것은, 누군가를 의심하는 마음까지 들기 때문이다. 기분이 땅에 뚝 떨어지자 좀체 돌아오지가 않았다. 손버릇이 나쁜 사람은 좋은 것을 보면 본능적으로 슬쩍 해 가는데, 이런 작은 도둑에서부터 나라곳간을 훔치.. 2022. 4. 26. 함께 도모는 어려워~ "따뜻한 차도 드리고 함께 이야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작은 수입이 생기면 좋은 일에도 써보고..." 거의 즉흥적으로 시작된 고호마을 프리마켓. 여러 명의 사공이 한 방향으로 배를 띄워서 순항을 하기란 쉽지 않음을 처음부터 느꼈다. “동네사람들이(동네라야 이제 시작되는 동네이므로 몇 명이서) 안 쓰는 물건도 가지고 나오고, 각자 잘하는 음식도 만들어서 나오고, 자신이 잘 하는 수공예품도 가지고 나와서 즐거운 축제하듯이 놀자~” 그렇게 가볍게 말이 시작됐다. 동네가 새로 생기고는 있어도 거의 외지인이고, 외지인의 특성상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서 만나는 몇 명 빼고는 교류가 없다보니 누가 사는지도 잘 몰랐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고... 서로 교류 없이 사는 게 편하기도 하지만 이왕이면 서로.. 2022. 4. 19. 고호마을 프리마켓 "내가 또 일을 벌였다. 혼자도 아니고 동네 사람들을 끌어들여서 대형사고를 쳤다..." 치기(稚氣) 많은 내가 또 일을 벌였다. 혼자도 아니고 동네 사람들을 끌어들여서 대형사고를 쳤다. 프리마켓 셀러 한 번 안 해본 사람들과 프리마켓을 만들어 버렸다. 우리가 속한 마을 이름이 호근동인데, 윗동네는 이제 부락이 막 형성 중인 신생 동네라서 우리끼리 마을 이름도 지어버렸다. 고상한, 고급진, 높을고를 써서 高호근동을 줄여 로 지었다. 화가 빈센트 반 고흐를 연상하게 하기도 해서 우리끼리(몇 명이서) 만장일치로 지었다. 우리는 고호마을의 시조(始祖)가 된 셈이다. 그리고 지난주 토요일에 첫 마켓(노점)을 열었다. 속전속결 일주일 만에 도모하고 장을 펼쳤다. 여느 프리마켓과는 조금 다른, 물건을 파는 게 목적이.. 2022. 4. 10. 꽃멀미 라이프 꽃멀미■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64) 농촌여성신문 | webmaster@rwn.co.kr 승인 2022.04.01 10:03:49 "나는 이제야 비로소 온전히 아름다운 꽃멀미에 취해 인생은 아름다운 소풍이라고 잔잔히 말한다..." 벚꽃이 만개해 세상이 환하다. 수 많은 봄꽃들이 다들 화사하고 빛나지만 가로수에 핀 벚꽃들은 하늘을 뒤덮고 꽃구름을 만들어서, 그 화사함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일본 국화(國花)라며 꽃마저 배척할 일인가 싶지만, 방방곡곡에 벚꽃놀이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꽃 무궁화는 보기 드문 게 아쉽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열흘 붉은 꽃이 없다 하나, 벚꽃은 피기 시작하면서부터 일주일 안에 지기 시작하니, 그 화사함의 짧음이 속절없기도 하다... 2022. 4. 4. 냉장고 "냉장고를 채우지 말고 텃밭 채우며 미니멀라이프로 여유롭게 살아야지~~" 23년을 함께 한 냉장고가 멈췄다. 지인이 쓰다가 큰 것으로 바꾸면서 물려받은, 신혼 때부터 쓰던 중고냉장고 다음으로 새것으로 들였던 냉장고였다. 30년 된 헌 빌라에 살다가 재건축돼 새집으로 이사 가면서 큰시누이가 선물로 사줬던 냉장고였는데, 1998년도 당시에는 디자인도 멋스럽고, 적당히 크고, 폼 나는 냉장고였다. 그동안 가족 건강을 지켜준 탱크같이 튼튼한 냉장고가 멈추니, 처럼 나도 냉장고를 애도하며 추모사를 써야하나 싶다. 오호통재(嗚呼痛哉)라, 아깝고 불쌍하다. 너를 지닌 지 우금 이십삼 년이라. 심신(心神)을 겨우 진정하여 너의 행장(行狀)과 나의 회포를 총총히 적어 영결(永訣)하노라... 냉장고가 멈춰서 정리하느라 식.. 2022. 3. 28. 81세 대학생 (알레올레 할머니 차방) 라이프 81세 대학생■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62) 농촌여성신문 | webmaster@rwn.co.kr 승인 2022.03.18 10:39:14 무기력해지거나 타성에 젖을 때 날 곧추세우게 해줄 이정표가 된 마중물 언니에게 기립박수를... 지난해 11월, 동해안 해파랑길에 라며 도전장을 냈던 마중물 언니는 올 봄에 또 나를 놀라게 했다. 대학의 환경원예학과에 편입해 81세 대학생이 됐다고 부끄럽다며 알려줬다. 의 왕언니답게 부끄럽다고 반어법을 쓰지만, 우리는 자랑스럽다고 알아듣고서 환호를 했다. 학력이 부족해 채우려는 것도 아니다. 1960년대 그 시절에 최고학부를 나온 재원이시고, 결혼해 대학원까지 나왔으니 부족한 학벌을 채우려는 게 아니고, 끊임없이 탐구하는 자세가 쉼 없이 도전하게 하.. 2022. 3. 19. 이전 1 2 3 4 5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