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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2015년 은행잎단풍 & 2023년 은행잎

by 농부김영란 2023. 12. 9.

제주도에서 제대로 느낌 나는 은행잎 단풍을 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

2015년 12월 14일 기록이 있어서 소환했다.

저 은행나무 골목길을 지나갈 때마다 올해는 은행단풍을 볼 수 있으려나~~~

했지만, 미처 노란색으로 변하기도 전에 푸르딩딩 한 단풍으로 지내다가

다 떨어져 버려서 해마다 아쉬워 했다.

은행나무잎 융단에 벌러덩 누운 큰언니가...그 언니의 감성이 잊혀지지가 않아서,

다시 은행잎 융단이 깔리면 나도 그 위에 누워서

"이 찬란한 순간을 만끽하리라~" 벼르기를

8년....

 

찰라,  내 가슴이 폭팔할 것 같은 순간을 살면서 얼마나 만날 수가 있던가?

살아 있어서 누릴 수 있는 이 가슴 뛰는 순간을 기록해야지~

.......

올해는 웬지 그 느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매일 지나다니면서 노란빛으로 물들어 가는 은행나무를 관찰 했다.

카운트다운 세면서 일주일 전서부터...절정이 될 것 같은 날 하루전에 태풍급 비바람이 몰아치더니,

은행나무 한그루는 밤새 옷을 다 벗어 버렸지만

2015년 그때 그 감동을 재현해 볼 수 있었다.

 

소월의 초혼이 떠오르면서...

아부지의 당숙아재이신 소월의 시 한수 읊조려야겠다.

가슴 절절해지는...내 피 안에 아주 작은 한방울이라도 소월의 피가 내려오는지...

나는 아름다운 장면을 보아도 가슴 절절해지면서 눈물이 난다.

나는 은행나무로 빙의 되어서...

 

초혼 (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2015년 12월 14일 은행나무

은행잎 융단에 누운 큰언니(2015년)

 

 

 

 나의 은행나무골목 소개 후...

이곳은 이맘때 사진찍으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도 이러고 싶었어~~~동심으로 돌아가서....

 

이 찬란한 추억을 간직하고...8년 후...

 

그때도 함께 했던 마중물 언니의 뒷모습(2015년 12월)

 

 

***************************************

그리고...

2023년 12월 7일

나는 온갖 호들갑을 떨면서 마중물 언니를 불러댔다.(큰언니는 이제 못 오시고)

언니~ 언니~~ 언니~~~ 드디어 그 은행잎이 되었어요.

우리 인생샷 남겨요~~~

언제 이런 날이 또 다시 올지 모르므로....

까르페디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

 

 

 

 

 

 

나도 소원을 풀었다.

사진을 찍어서 인생샷을 남기게 해 준 친구에게 감사한다.

먼 훗날, 사진이 남아서 추억을 반추하며 행복하겠지~

 

 

나는 도깨비 영화의 대사처럼...심쿵하였다.

내 감성이 살아 있어서 다행이다.

까르페디엠!

 

 

<영화 도깨비 대사 중>

* 너와 함께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

.

.

*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 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김은숙 작가의  영롱한 언어와

공유와 김고은의 아름다운 연기가

전생과 이승, 내세로까지 이어지는 인연이 있음을 느끼게 해 주었던 드라마.

도깨비.

다시 한번 봐야겠다.

 

아~ 살아 있어서  누리는 이 감성...

까르페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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