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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밭

가슴이 타들어 간다.

by 농부김영란 2013. 8. 16.

 

 

가뭄도 천재지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귤농사 시작하고 귤밭에 물 주는 것은 처음입니다.

목이 타는 귤나무가  지난해 나뭇잎부터 우수수 떨구었습니다.

사철 상록수인 귤나무는 묵은 잎을 서서히 교체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일제히 귤잎을 떨군 모습은

귤나무도 살아남기위해 비상체제에 들어갔다는 징후입니다.

귤열매는 수분이 부족하여 골아가는 모습입니다.

비상사태입니다.

 

6일째 매일 귤밭에 물을 주었습니다.

믿음밭을 시작해서 사랑밭을 이틀 주고

호근동 희망밭을 이틀동안 물 주었습니다.

소독 방제할 때는 한밭을 둘이서 나누어서  하는데

물 주는 것은 분사기를 빼고 주니까 수압이 약해서

물 주는 일은 제가 하고 남편은

물에다가 바닷물과 귤효소와 em을 배합하여 주고

그 사이 미처 못했던 주변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맘때 바닷물과 귤효소,em을 주긴 했는데

이번에는 가뭄으로 하여 물을 더 흠뻑 주고 있습니다만

귤나무가 일단 겨우 숨 돌릴 정도이지요.

 

저도 6일째 한낮에도 쉬지않고 물을 주다가보니

오늘은 몸이 천근만근 무겁습니다만

귤나무를 생각하면 쉴수는 없습니다.

저는 귤나무를 쳐다보면서 물의 정도를 공급합니다.

열매가 많이 달린 귤나무는 좀 더 많이 물을 줍니다.

새끼를 보호하기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안스럽고 기특합니다.

이럴때 위기관리를 잘 못해주면 나무도 체력이 급격히 상실되어

2-3년내에 고사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상 이제는 압니다.

 

그래도 물 주는 일은 나무 그늘 밑에 들어가서 앉아서 주는 일이라서

이 정도 일쯤이야~하며 물을 주었지만

한낮까지 강행을 해서인지 지열을 흡수하여

온 몸에 열꽃(땀띠)이 피어서 따끔 거리고

눈은 침침하고 내내 눈곱이 낍니다.

내 몸도 귤나무 만큼이나 부대낀다는 것이지만

그래도 한시바삐 귤나무를 구출해야 하므로 투지를 불 태웁니다.

귤농부는 귤나무와 일심동체이니

그들의 갈증이 내 몸에 느껴지고 그들의 고통이 제게도 전해옵니다.

가슴이 먹먹하고 눈이 게슴게슴 해집니다.

자식이 아픈데 어느 부모가 맘 편히 쉴 수가 있겠어요.

 

밤에도 깊은 잠을 못 들어서 잠을 설치게 되니

제 입도 마구 타들어 갑니다만

그래도 귤나무만할까요.

"귤나무야, 한시빠삐 내가 구해줄게~"

 

 

 

 

 

 

 

 

이제는 바람결이 한결 가을이 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나무 그늘아래 들어가서 나무당 5분정도 골고루 물을 주다가보면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결이 그 어느 난방기보다 싱그런 느낌입니다.

여름내내 땀 범벅이 되어 일하고나면

웬만한 더위는 더위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점심시간경에 동사무소에 서류를 떼러 들렸더니

선풍기를 틀어 놓고 일하시는데

뙤약볕아래에서 일하다가 오니 몹시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많이 시원하다고 말하니까 동사무소 직원이 의아해 하네요.

선풍기를 틀어 놓았어도 덥다는 표정이었는데

저는 더 더운데서 일해서인지 그늘에서 선풍기 틀어 놓고

앉아서 하는 일은 신선놀음이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니까요.^^

더 힘든 일을 겪고나면 작은 시련은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지지요.

 

인증심사를 받으려고 예초를 말끔히 한 것이

귤밭에는 도리어 안좋게 되어버렸습니다.

잡초가 수분 조절역활도 하는데 잡초가 무성하여

인증 심사 받는데 너무  어수선하여 열나게 주변정리하고

예초까지 끝내고 한 숨 돌리려는 찰라에

귤나무들이 가물어서 힘든 상황을 만나니까

혼비백산하여 물주기에 돌입한 것이지요.

"도대체 쉴 틈을 안 주는구나~"푸념도 잠깐.

 

이렇게 물을 준다해도 귤나무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물이지만

밭마다 돌아가면서 쉬지않고 물주기를 해야할 것 같아요.

이렇게라도 우선 귤나무를 구출해야지요.

6시부터 물주기를 시작했는데 10시쯤 되니까 물 수압이

절반이하로 떨어지네요.

어떤 지역은 단수까지 된다하니 물을 주고 싶어도

물이 없어서 발 동동 구르게 될테니까

물이 나오는 것만해도 천만다행이다며 열심히 물을 주었지요.

 

 

 

 

 

 

 

 

점심을 먹고 남편과 바닷물을 가지러 갔습니다.

바닷물에는 적절한 염분과 미네랄이 풍부합니다.

염분과 미네랄은 땅속에 살고있는 좋은 미생물들을

활성화시켜 땅도 건강하게 하고 귤맛도 좋아지게 합니다.

작년 재작년에 밭마다 만들어 놓은 귤효소가 몇톤이나 됩니다.

귤효소도 영양제와 맛 증진을 위해 뿌려주고

em(유용한 미생물군)도 함께 땅에 뿌려 줍니다.

"귤이라고 다같은 귤이 아니다"고 자부하는 이유가

땅에다가 쏟는 노력때문입니다.

아낌없이 귤효소를 만들어 줄 수 있는 것도 용기이며 노력이지요.

 

귤밭에 물 주고 있는데 순찰하시던 경찰관이 물어 보네요.

그 분도 저농약으로 귤밭을 일부 하시는데

지나다가보니 목초액 통이 보여서 들어와 봤는데

귤나무가 건강하고 깨끗하다며 비법을 물으시네요.

그 분은 진딧물과 귤귤나방 피해가 많다시면서요.

" 땅을 가꾸면 나무가 건강해지고

나무가 건강해지면 병과 충도 잘 이겨낸다고

친환경 농사는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크게 보고 멀리 보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이것은 이론으로는 실감할 수가 없지요.

 

온갖 충과 균을 이겨내면서 나무가 의연해지는데

사람도 따라 의연해지는 것이

유기농귤농부가 되어서 느낀 것입니다.

 

 

희망밭 물주기를 이틀만에 대충 끝내고

내일은 기쁨밭 물주기를 해야해서

바닷물을 가지러 갑니다.

아침 6시에 시작하여 저녁 6시 반에 끝났습니다.

온 몸이 뻐근하지만 그래도 나무들이 좀 숨을 쉴까 안도합니다.

점심 먹고 바닷물 가지러 갔을때 마침 갈치배가 들어와서

갈치 손질을 하고 있길래 평소에는 비싸다고 곁눈질도 못한 귀하신 갈치를

상처난 갈치는 싸게 판가기에 사가지고 왔습니다.

일을 많이 하는 요즘은 사람도 잘 먹고 잘 쉬어야 하는데

사실 일하고 오면 녹초가 되어서 아무것도 하기 싫지만

그러면 사람이 골아서 또 탈이 나니까 잘 먹도록 해야 합니다.

요즘 입맛도 없고 반찬도 걱정이었는데

모처럼 갈치파티를 해야쥐~하고

저녁에 와서 갈치조림을 했더니 온가족이 밥 두그릇씩 먹었습니다.

생물갈치라 살이 연하고 맛있었습니다.

힘든 하루였지만 잘 먹고 잘 쉬어서

내일은 또 귤나무 물주러 가야지요.

 

 

 

 

 

 

 

 

바닷물 뜨러 가서 모처럼 바닷바람도 쐬어 봅니다.

그러고보니 올 여름은 바다를 지척에 두고도

바닷바람도 못 쐬었네요.

봄이 언제 갔는지, 여름이 언제 갔는지,

벌써 가을바람이 느껴지는데

귤밭에서 사계를 다 보내며 세월이 너무 빨리 가는군요.

 

가뭄때문에 혼비백산한 요즘이지만

귤나무도 귤농부도 일심동체가 되어

이 시련을 이겨나가도록 노력할 겁니다.

여전히 비소식이 당분간 없는 제주도.

우리 굳센 금순이 귤나무들이 잘 이겨낼 수 있도록

회원님들도 기도를 보태 주세요.

 

 

 

 

 

 

 

하늘님, 제발 비 좀 보내 주세요~

중부지방의 비를  남부 지방으로 보내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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