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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밭

7월의 귤밭<2>

by 농부김영란 2013. 7. 22.

 

일년 중 제일 컨디션 조절하기가 어려운 계절을 지나고 있네요.

이맘때는 불쾌지수 90이상이니 서로서로 조심.

제 한 몸 건사히기도 어려운 계절입니다.

 

제주도는 장마철이지만 비는 오지않고 연일 흐리고 해 났다가

찔끔 한 차례 비 뿌리다가...건조주의보, 폭염 주의보가 내리는 이상기온입니다.

차라리 비라도 한차례 쫙쫙 솓아졌으면 싶습니다.

중부 지방에는 물난리가 났는데 남쪽 지방은 불볕 더위입니다.

일하기가 어려운 계절입니다.

 

요즘은 새벽에 나가서 11시 전에 오전 일을 끝내야 합니다.

일 욕심내어 한낮에 일하다가 일사병으로 사망한다는 말 실감 하는 계절입니다.

새벽에 5시에 집 나서서 5시 반경에 소독 시작해야 오전 한밭을 끝내는데

급하면 오후 서너시에 또 한밭은 소독해야 하지만 비소식이 없으니 오후에는 쉬어 줍니다.

오후 서너시도 달구어진 대지가 뿜어내는 기온이 숨을 막히게 하거든요.

덥다고 찬 물 들이키고 선풍기 에어콘 틀어대니 몸이 온도조절이 안되어서

뱃속이 뒤틀리는 경험도 합니다. 참 조절하기 어려운 계절이네요.

 

그제 아침도 새벽 5시에 집을 출발하여 밭에 가보니

밤새 한차례 비가 살짝 뿌리고 지나갔네요,

나뭇잎 젖을 정도로 뿌리고 지나가서 방제소독하기가 난감합니다.

나무가 마르면 소독하려고 철수하니 8시만 되어도 푹푹 찌기 시작합니다.

일주일 내내 비소식이 없으니 다음날 하기로 하고 어제 어침에 또 가보니

 비가 살짝 일 못할만큼 내려 있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딱 맞는 날이 없어서 보르도액 농도를 조금 높여서 소독 하기로 합니다.

다행이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여 있어서 한낮까지 소독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방제 소독 후 몇 시간 후에 예보에 없던 소나기가

10분정도 내려서  씻겨 내리고 말았어요.TT)

 

그런데 2주전에 예초한 밭이 다시 풀이 한길입니다.

이맘때 풀을 이길 장사가 없어서 많은 농부들이 이맘때 제조제를 뿌리는 것을 봅니다.

주변 다니면서 보니 거의다가 풀이 감당이 안되어서 제초제를 뿌린 것을 봅니다.

농약중에 제일 독한 것이 제초제인데 안타까운 현상입니다.

그런데 하룻밤새 50CM는 자라는 덩쿨들을 보면 절로 한숨이 나옵니다.

귤나무 타고 올라가는 덩쿨에다가 주변 풀 제거 하려면 한동안 또 씨름을 해야겠네요.

(제초제 한방이면 해결될 것을 보름에 걸쳐서 풀을 제압하고나면

또 돌아서면 풀세상이 요즘입니다.

 

풀이 무릎을 덮으니 발아래 뱀이 있을까봐 조심스럽습니다.

한밭을 남편과 둘이서 나누어서 소독하는데 남편이 일하다가 소리칩니다.

새가 새끼를 깠다고 와보라고 소리칩니다.

새들은 사실 우리에겐 거의 천적인데(귤을 다 파먹어서)

그래도 새 집을 보거나 새가 부화하는 것을 보면 잘 먹고 잘 살라고 기원해주지요.^^

가서 새 새끼를 살펴보니 직박구리는 아니네요.

전에 직박구리 부화일기를 쓴 적이 있어서 직박구리는 아기새도

사납게 보이는 것이 덩치도 컸는데 이 새는 작은새이군요.

이름은 모르는데 나중에 멀리서 보니 작은 어미새가 포롱포롱 나는게 보이는군요.

새끼새들도 연약해 보이는 것이 부디 잘 살아서 행복하게 일생 살다가라고 기원해줍니다.

정글의 법칙이 예외가 아니라서 일생 편안히 살기 어려운 것은 새들도 마찬가지지요.

하늘의 포획자(매, 독수리 등)와 땅의 포획자(뱀)를 잘 피해가야 합니다.

삶은 누구에게나 치열한 법이지요.

 

 

 

 

 

 

엄마가 아닌 것을 안 새끼들이 죽은듯이 웅크리고 있네요.

세마리입니다.

 

 

 

 

 

 

다시 한번 사진 찍으려고 들여다보니 한 놈이 입을 쫘악 벌립니다.

얘, 입 찢어질라~

엄마 저 차례예요~ 하는 듯~

 

 

 

 

이누무 자슥~은 자벌레입니다.

올해는 유난히 충이 극성을 부립니다.

봄에 고온에 가뭄이 들어서 충들이 유난히 많은 해인 것 같아요.

보호색 나무줄기처럼 하고서 잎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주변에 입을 갉아 먹고 살이 통통 올랐네요.

자벌레의 천적은 새이지요.

 

 

 

 

 

 풀이 무릎을 덮으니 발아래 뱀이라도 밟을까봐

물살을 세게하여 소독기로 풀을 눞이면서 헤쳐 나갔습니다.

지금 약값이 문제가 아니라며 지나가는 길이라도 풀을 눕히면서

뱀이 있으면 피해가라고 조심하면서 소독하고 있었습니다.

자연속에는 늘 온갖 위험에 노출 되어 있거든요.

얼마전 살인 진드기 하며 공포에 몰아넣은 진드기한테 물리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저도 몇년전에 몰려서 아직까지도 계속 가렵습니다.

그리고 늘 풀밭에서 일하니까 언제 물리는지도 모르는데 뉴스에 보니까 사망도 하더군요.

에궁...생명을 위협하는 것들이 별별 것들이 다 있군요.

 

그런데...오늘따라 풀이 커서 유난히 뱀이 신경 쓰이더니

아니나 다를까~

 

간 떨어지는 장면을 만났지요.

아이구머니나~

뱀이 나무 줄기에서 머리를 내밀고 있는게 눈에 띄였습니다.

뱀이 나무에 있는 것은 사진에서는 봤는데 나무에서 만나는 것은 처음입니다.

아마도 나를 피해서 올라 갔는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뱀을 만나면 여전이 몸이 오싹 합니다.

먹이를 기다리는지, 나무에서 오수를 즐기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몸뚱아리는 똬리를 틀어서 나무 그루터기에 올려놓고

대가리만 가지에 걸치고 있는게 보였습니다.

눈 나쁜 내가 어찌 이 놈을 볼 수 가 있었을까요.

휴~ 조상님의 보살핌 때문이라고 가슴 쓸어 내리며

나무를 피해서 소독을 했습니다.(그러면서 디카 찾아서 찍기까지 했지요.ㅎㅎ..)

잘 못 보고 뱀을 향해 소독 했으면 나에게 공격을 했을지도 모르지요.

다행이 아주 큰 놈은 아니고 청소년 쯤 되어 보입니다.

우리 서로 피하자~가 제가 뱀에게 보내는 멧세지입니다.

 

 

 

 

 

아직도 난 너를 사랑하지는 못하지만

이젠 너를 헤치지는 않을 거야.

우리 서로 적당히 피하면서 살자꾸나~

 

 

 

 

이 예쁜 토종 채송화가 만발입니다.

올해는 씨 받아서 번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씨 받으려고 애지중지 키운 채송화를

어떤 녀석이 겁도 없이 먹어 치우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 놈, 자벌레입니다.

보호색으로 초록색을 하였군요.

 

이 계절은 이렇게 야단법석 사느라고 요동을 치는 장면들입니다.

 

 

 

 

 

 

 

 

신효 믿음밭 다락방에서 귤밭 내려다 보았습니다.

 하얀 연기처럼 뿜어져 나오는 곳에

남편이 방제 소독 중입니다.

농부는 가을 결실을 위해 비지땀을 흘리는 계절입니다.

여름이 요란하게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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