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때 같았으면 파란 가을하늘이 너무 예쁘다고
감탄하면서 행복해 했을텐데요.
그런데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도 화창하네"하면서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제주도는 6월부터 비다운 비가 한번도 내리지 않았어요.
다른때는 장마철이라 제발 비좀 그쳤으면...하고 기원하는데
올해는 제발 비 좀 내렸으면 하고 기원하고 있습니다.
장마철에도 날은 흐리면서 비가 올 듯 하면서도
비는 내리지 않더니 요즘은 폭염까지 내리쬐니
농작물들이 목말라 죽겠다고 아우성입니다.
열대야~ 무더위에 못살겠다고 푸념하는 것조차
농작물들한테는 죄스런 표현이 되네요.
그들은 죽기 직전이거든요.
밭작물이 피해가 심하다고 하더니
요즘은 귤나무까지 잎이 노르스름해지면서 견디기 힘들어 합니다.
며칠전만해도 귤나무는 잘 견디고 있구나 했더니
그저께보니까 귤나무 잎이 노르스름해지면서
귤들도 보름전보다 크지도 않고 오히려 줄어든 것 같았어요.
농업용수는 이미 단수가 되어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고
저희밭은 수도물이 두 군데라서 수도물로 그저께부터
귤나무에 물 주고 있어요.
나뭇잎을 최대한 오무리고 견디고 있어요. 보통때는 이렇게 편안하게 잎을 펼치고 있고요.
앉는 의자를 가지고 다니면서 앉아서 주었어요.
코끼리비스켓일지라도 이렇게라도 갈증을 해소해 주어야지요.
흙이 떼알구조라서 스폰지처럼 물이 잘 스며 드네요.
방제하는 호수 노즐을 빼고 물을 주었는데
스프링쿨러가 간절 하더군요.
(영세한 가족농의 소망은 기계화인데...)
그늘을 찾아다니며 하는데도 한낮 열기가 숨 막혔는데
물을 주니까 푸석푸석하던 땅이 촉촉해지면서
열기가 좀 가라앉고 물을 준 나무와 안 준 나무가
바로 차이가 나는 듯 보였어요.
물을 먹은 귤나무들이 허리를 펴더라고요.
지친 아이들을 보니까 내가 힘들다고 쉴 수는 없네요.
3일째 하루종일 매일 8톤의 물을 주었는데
이제 겨우 한밭 끝냈어요.
물 주다가 지루해서 장난도 하면서...
무지개를 만들면서
그래도 우리에게 희망은 늘 함께 한다며 상기했어요.
어려움은 소나기처럼 지나갈테지요.
올해 믿음밭은 4년만에 참으로 예쁘게 귤들이 달려서
수확때는 모처럼 장관이겠구나~ 싶어서 기뻐했는데...
"이제라도 스프링쿨러 깔까? " 라고 말하니까
남편 왈 "그냥 무식하게 일하는게 상책이야~" 하네요~
그 말이 반가왔던 것은 남편의 마음 가짐이
이제사 진정한 농부가 되어가는구나 싶었어요.
정말 그동안 우리 부부 무식하게 일해 왔던 것 같아요.
모든 것을 몸으로 부딯히며 감당해 왔거든요.
이럴때는 황소 기운을 내어서 무식하게 돌진해야지요.
농사는 머리로 하는게 아니라 온 몸으로 하는거 맞거든요.
"노동은 덕이다"
자신의 땀과 노력과 정성이 깃든 농산물은
농부의 자존심이기도 하지요.
남편은 쪼그리고 앉아서 하는 일보다도 서서하는게 좋다고해서
귤효소 거르고 바닷물 퍼오고
심지어 저의 간식까지 챙겨 주네요.(이런 호강이...ㅎㅎ..)
제가 물주고 있는 사이 남편은 바닷물을 퍼 왔습니다.
물에다가 바닷물과 귤효소와 em을 섞어서 듬뿍 줍니다만
워낙 날이 건조하고 더워서 주는대로 윗부분은 말라버리네요.
그래서 물 주는 요령이 생겼어요.
물을 위에다가 흩뿌리는게 아니라
주사처럼 흙에 박아서 여러군데를 주는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것을요.
귤나무는 뿌리를 깊이 내리는게 아니고
옆으로 뿌리를 뻗어가기에 가뭄을 더 잘 타는 것 같습니다.
사흘째 믿음밭 물 주고나니까 귤나무들 안색이 확실히 싱싱해졌습니다.
저는 더욱더 새깜둥이가 되어 필리핀 원주민 같습니다.^^
남편이 만들어 준 특식 샌드위치입니다.^^
우리는 서로가 내가 싫어하는 것을
상대가 해준다고 고마와 했지요.
1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남편의 서비스를 받았네요.
요즘은 막걸리보다도 탄산가스가 있는 맥주가 더 땡깁니다.
우리는 시원한 맥주로 갈증을 씻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뭄덕을 보는 종족이 있답니다.
가물어서 더 화사하고 예쁘게 핀 채송화입니다.
홑겹은 토종 채송화입니다.
우리말로 "앉은 날라리"라고...
요즘 채송화 사랑에 빠져서 점처럼 작은 씨앗 갈무리 중입니다.
토종 채송화 씨 많이 받아서 담장밑에 심어 보려구요.
아래는 시장에서 사 온 번종 채송화인데
전 홑겹 채송화가 더 예쁘네요.
가뭄,시련이 분명하지만
언제나처럼 꿋꿋하게 이겨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귤나무에게 응원 부탁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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