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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밭

인간 스프링쿨러가 되어...

by 농부김영란 2013. 8. 17.

 

<8월17일>

 

믿음밭을 시작으로 사랑밭,희망밭,기쁨밭을 물을 주고

한번 돌아오니 8일이 걸렸습니다.

잎이 노래지고  타들어 가는 귤나무를 보고는

한시도 쉴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다시 돌아온 믿음밭,

점심 먹고 두어시간 쉬고 일하리라던 생각을

한방에 날렸습니다.

일주일전보다 잎이 더 노래지고

귤은 더 작아지고 시들한 것이 한 눈에 느껴집니다.

 

졸린다,피곤하다던 내 안의 소리가 줄행랑을 쳤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어서 쉴 생각이 없어졌습니다.

귤나무를 돌보는 사람으로서의 중차대한 소임을

하늘이 일깨우는 듯 싶습니다.

 

아직은 물이 나오고 있고

저 또한 견뎌낼 힘이 있으니 다행입니다.

귤잎이 노래진 것을 보고 밤까지 랜턴을 켜고 일해볼까 하다가

그러면 오래 버틸 수가 없겠기에

해 지면 철수하고 새벽같이 나와서 물을 주리라 다짐합니다.

물은 서서 주기도 하지만

한나무에 5분 이상씩 주니까 앉는 의자를 가지고 다니면서

앉아서 주기도 합니다.

내 무거운 엉덩이의 위력이 발휘되는 순간입니다.

앉아서 오래 배기는데는 한 수 하거든요.^^

 

한 낮 기온은 여전히 높지만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결은   가을이 가까와져 감을 느끼게합니다.

워낙 건조하여 한낮에 주는 물은 금새 증발하지만

그래도 한 모금이라도 뿌리에 닿으라고

주사놓듯이 물을 줍니다.

 

올해는 물의 귀함을 절실히 느끼게 해주시는군요.

 

 

 

 

 

 

 

동력기를 돌려서 물을 주는데

둘이서 하면 수압이 쎄지 않아서

저는 주로 물을 주고 남편은 주변 정리를 말끔히 하였습니다

저는 인간 스프링쿨러 역활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진딧물과 벌레들에게 말할 수 없이 시달려도

금순이 귤나무들은 지금까지 의연하게 견뎌내 왔습니다.

이번 시련도 잘 이겨나갈 수 있도록

저희도 온 몸으로 막아 보겠습니다.

 

 

 

 

 

 

 

 

그 튼실하던 토란잎마저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물주다가 발아래 떨어져 있는 매미를 만났습니다.

땅바닥에서 날아갈 생각을 않다니...

매미도 더위를 먹은걸까요?

 

 

 

 

 

 

 

 

 

 

 

나무에 올려 놓았는데도 날아갈 생각을 않는군요.

 

매미야...너가 생각해도 이여름은 감당하기 힘들지?

그래도...

언제나처럼 이 시련도 지나갈거야~

 

 

<8월 18일>

 

 

 

 

 

 

 

 

오늘은 스프링쿨러를 하나 사서 실험해 보았습니다.

판매인 말로는 하루 600평은 물을 줄 수가 있다하고

3시간마다 자리 이동하라 하여 하나 사서

실험해보니까 아무래도 내가 직접 주는 것과는 비교가 안되었습니다.

동력기에 하나밖에 설치못하는데다가

물을 위로 흩뿌리니 잎만 젖고 땅은 겨우 겉만 젖었습니다.

 

그래서 비가 올때까지 제가 직접 주기로 하였습니다.

할 수 있는데까지는 노력해야지요.

 

오늘 9일째 물을 주고 있고

몸은 무겁고 가슴은 타들어 가도

이겨낼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는 가뭄도 대비하라는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8.19일>

한밤중 눈을 떴다.

후두두둑 비가 내리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시계를 보니 2시 55분...소나기가 쏟아진다.

눈이 번쩍 떠져서 잠이 달아났다.

5분쯤 소나기 쏟아지더니 빗줄기가 가늘어진다.

딱 10분...비가 지나갔다.

그래도 그게 어디냐 싶었다.

비 내릴때는 밖으로 달려나가서 비를 맞아 보고 싶은 것을 참았다.

밭 4개가 모두 집에서 10분거리에 있지만

서귀포 날씨는 이웃동네가 다르니

아침에 밭을 둘러 보아야 할 것 같다.

 

예인이 개학을 해서 학교 데려다가 주고

밭 모두 다 둘러 보았다.

나뭇잎은 젖었는데 흙은 젖지를 못했다.

날씨가 얼마나 건조했는지

길바닥은 비가 왔다 간지를 모를 정도로 말라 있다.

 

그래도 오늘은 비 왔다고 오전은 쉬어야겠다.

 

예보상으로는 이번 주말에 비 온다고 하니까

일주일만 더 몸으로 막아 보아야지.

열흘동안 연습했으니 일주일이야 할 수 있다.

.

.

.

.

결의를 다지고 좀 쉬었다가 ...

 

10분이 너무 아쉽다고 안타까와 했더니

11시...천둥이 치면서 30분 정도 비가 내렸다.

너무 좋아서 흥분해서 차 후진하다가

주차되어 있는 뒷차 박았다.

내 차 범퍼 나가고...

 

아고...견적 얼마나 나올까 또 다른 걱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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