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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서귀포신문)

새로운 행복의 길,은퇴 귀농

by 농부김영란 2012. 2. 16.



새로운 행복의 길, 은퇴 귀농
김영란 시민기자의 귀농일기
2011년 11월 19일 (토) 10:18:28서귀포신문  webmaster@seogwipo.co.kr

일전에 시청에서 연락을 받았다. 귀농귀촌 지원팀이 신설 되어서 

서귀포로 귀촌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지원을 해주려고 하는데 

귀농인으로서 성공사례를 해달라는 거였다. 

성공한 귀농인이라니 갑자기 어리둥절해졌었다.


내가 성공한 귀농인으로 비춰졌나 싶은 생각에 

내 스스로가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머쓱하기도 하였다. 

성공이라는 잣대가 사람마다 다 다르니 소득기준으로 치면 

과연 성공사례를 발표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나도 이제는 나처럼 목말라하던 귀농후배들에게 작은 이정표라도 되어주어 

그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전하는 것도 내 소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성공사례라는 것을 발표했다.


나는 그릇이 자그마한데다가 이제는 더더욱 소박한 행복을 추구하는지라 

억대농부니 하는 구호를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부담스러워 한다. 

50년을 살아왔어도 억대는커녕 그 절반도 못 벌었는데 

이제 와서 농사로 억대를 벌어 보겠다며 투지를 불태울 일도 없거니와, 

스스로 자족할 줄도 알게 된 나이에 이르러서이다.



  
▷ "나는 오히려 은퇴하고 나서 몸도 마음도 훨씬 더 건강하고 행복해진 것 같다. 고정관념을 깨드렸기 때문에 자유로와졌고, 몸만 건강하면 자급자족 할 수 있다는 것을 농부가 되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 소망은 세 아이 대학까지 마치게 하는 수입을 추구한다. 

농사를 지어서 내가 부모로서의 소임을 다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였고 

그래서 내 수입 목표도 직장 다닐 때 연봉에 준하는 목표이다.

너무나 평범한 소망이라서 그런 내가 과연 성공사례를 발표해도 될까 싶지만, 

나는 그것을 이루는데도 7년이라는 세월동안 전력투구를 하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스로에게 자문해서 성공하였냐고 물어보니, 내가 친환경 농사로 7년을 버티어 헤쳐 나왔고 앞으로도 이 길을 가겠다고 결심하는 그 자체가 성공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산도 판매도, 홍보도 혼자서 길을 만들고, 개척해 온 그 자체가 

성공이라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수입면에서는 이제사 겨우 내가 생각하는 틀에 근접하게 된 것 같다.


친환경 농사는 그리 녹녹치 않은 길이었지만 

내게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자긍심을 갖게 하였고 

도시 친구들의 건강에 기여하고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예까지 달려 왔었다.

돈만 먼저 계산 했었다면 느낄 수 없었을 행복도 만끽 했었다.

전량 개인 택배로 회원제 정착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오직 유기농 귤 생산에 매진하여 최고의 귤맛과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일념으로 

달려 왔기에 지금 후배 귀농인들에게 조언이라도 해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요즘 사회현상으로 대두되는 총체적인 문제를 다 안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다라로 스스로 말한다. 

세 아이 교육문제로도 뜨거운 세대이고, 사오정 명퇴하였고, 

자발적 친환경 농부가 되어 쉬운 길 놔두고 어려운 길로 가는 셈이다. 

역사적인 소용돌이 전환점을 몸으로 고스란히 때우는 세대가 되었다.


농부 7년차이니 이제 명퇴하는 베이비부머들이 어쩌면 내가 귀농모델이 될 수도 있겠다. 

농사로 아이도 키우고 노후도 대비한다는 것을 내 스스로가 잘 가기만 하면 

그대로 길이 될 것도 같다. 혼신을 다해서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 몸짓이 

한편은 낭만으로 비춰지기도 하는 것 같지만 현실 어디에도 댓가 없는 결실은 없는 법이다. 

우리들, 은퇴 세대들의 문제를 커다란 사회 이슈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걱정 말라고, 우리는 시련을 이겨 나갈 수 있는 끈기를 갖춘 세대들이다. 

스스로 무기력하지만 않으면,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행복하게 잘 살아갈 수 있는 세대이다.


나는 오히려 은퇴하고 나서 몸도 마음도 훨씬 더 건강하고 행복해진 것 같다. 

고정관념을 깨드렸기 때문에 자유로와졌고, 

몸만 건강하면 자급자족 할 수 있다는 것을 농부가 되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은퇴를 두려움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새로운 삶의 재창조 시간으로,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기회로 만들라고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이런 마음가짐이 된 것을 성공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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