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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서귀포신문)

행복지수

by 농부김영란 2011. 10. 13.

 

 

 

 

 

 

 

 

<행복지수>

일전에 나는 오일장에서 들기름을 짜면서 기름이 짜지는 시간동안 앉아서 기다렸다.

지인을 통해서 알게 된 은퇴한 교장 선생님이 울진에서 조금씩 농사지은 중에

가족이 먹고 남은 것을 판다는 소식을 듣고 그런 곡식이라면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확보해 두었다.

지난 겨울 수확중에 구매만 해놓고 기름 짤 시간이 없어서 돌려 놓았다가

까마득히 잊고 있다가 이제사 찾아내서 기름을 짜게 된 것이다.

들깨뿐이 아니고 그 집에서 재배한 다른 것들도 탐이 나서 몇가지 구입하였었다.

 

 

농사준비와 관리로 바빴던 봄 여름이 지나고 한 숨 돌리게 된 것이 9월이었다.

이제 수확을 앞두고 영양제 관주와 소소한 보살핌이 지속적으로 필요하지만

그래도 수확을 두어달 앞두고 조금의 여유가 차려지는 시간들이다.

마음 느긋하게 기름이 짜지는 것을 지켜보기도하고 오가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좌판을 벌이고 파는 상인들도 두루두루 구경하고 있었다.

 

사람사는 풍경은 시장을 가보면 적나라하게 보이니 이런 구경거리가 솔찮이 재미 있었다.

기름집 앞에서 조그맣게 자리를 펴고 몇가지 안되는 야채를 팔고 있는 할머니를 지켜보는데

점심시간이 한참은 지난 시간에 주섬주섬 도시락을 펼치시더니 식사를 하시기 시작한다.

남이 보는게 신경 쓰이실 것 같아서 안 보는 척 하면서 슬쩍슬쩍 건네다보니

반찬이라고는 두가지 뿐, 김치하고 콩자반이었다.할머니는 허기를 채우시느라

식사에 열중하고 계시는데 내 가슴이 찌르르르 해오면서 콧등도 시큰거렸다.

할머니 식사가 끝나고 안 본 척하며 할머니께 말을 건넸다.“할머니, 오늘 많이 파셨어요?”

그렇게 물었더니 반도 못 팔았다고 하시는데 물건을 보니 상품가치가 많이 떨어져 보였다.

감자도 수확하고 남은 것을 주워서 오셨는지 아니면 농사가 잘 안됐는지

삶아 먹기엔 너무 작은 크기고, 가지도 오종종한 것이 다른 좌판에 파는 폼나는 물건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할머니가 얼마나 버실지 궁금도 하고 걱정도 되었다.

한시간은 넘게 버스를 타고 오일장을 오셨다는데 파장이 되어 가는데도 할머니 물건은

팔리지를 않아서 걱정하고 계시는 것 같았다. 할머니 물건을 전부 다 내가 산다고하니

할머니 눈이 휘둥그레 하시면서 좋아 하셨다.

나는 만 오천원에 할머니의 남은 야채들을 샀다.할머니는 3만원을 벌었다고 기뻐 하시며

주변 정리를 하고 환한 얼굴로 돌아 가셨다.

 

 

 

 

 

할머니의 3만원은 우리들이 셈하는 것과는 다른 가치를 가졌을 것이다.

점심값까지 아끼시며 모으는 마디고 마딘 돈의 가치는

우리들이 얼마나 풍요한 세상에 살고 있으면서도

행복지수는 더 나빠지고 있는 것을 돌아보게 해 주었다.

나부터도 돈의 잣대가 지금까지 생활하던 것에 기준을 두고 있으니

부대끼게 되고 미래를 염려하게 되는 것 같다.

소비지향적인 세상에 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물질이 넘치는 세상에 살게 되었다.

온갖 상술이 유혹하여 휘말리게 되다보니 채워도 채워도 허기진 느낌이 드는 것이

우리들의 자화상인 것 같다.

 

나는 농사를 지으면서 해를 거듭할 수록 조금씩 그런 갈증을 씻어내고 있다.

자연이 내게 걱정하지 말라고 일러주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삶이 아니라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많이 가지려고만 할게 아니라

적게 쓰는 법을 몸에 배게 하는 것도 행복지수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자연이 일러주어서이다.

정신이 허기지는 세상에서 중심잡기를 잘 하라고 정직한 자연이 늘 내게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