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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서귀포신문)

귀농귀촌 멘토

by 농부김영란 2012. 5. 14.

 

     
귀농 귀촌 멘토
김영란 시민기자의 귀농일기
2012년 05월 14일 (월) 09:00:30 김영란 webmaster@seogwipo.co.kr

인생을 모르고 꿈을 꾸던 청년 시절, 나는 내 삶의 방향을 찾지못해 방황했었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가세가 추락한데다가 어수선한 분위기가

나를 끝없는 방황으로 몰아갔고 목표가 확실치 못하여

청춘의 소중한 시간을 방황으로 낭비 했었다.

부모님의 보살핌으로 파도없이 제 길을 찾아가는 친구들과는 달리

내면의 폭풍을 다스리지 못해 나는 친구들보다 한참이나 뒤늦게야

진로를 정하고 뒤늦게 출발했었다.

 

가도 가도 황톳길... 한하운님의 시구절처럼  아득한 시간을 보냈다.

 

찬란한 청춘을 덧없이 흘려 보내고 방황했던 시간들을

한참이나 지나 온 후에야 나의 어리석음이 보였다.

인생의 길이 한 길도 아니건만 지혜가 부족했음을 깨달았다.

그 시절에 나에게 인생의 길을 일러줄 멘토가 있었더라면

내 삶은 또 얼마나 달라졌을까 싶었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내가 인생 멘토를 찾아 나서서 나에게 맞는 길을 조언 받고 지혜로왔더라면

내 삶이 더 풍요롭고 행복했었을거라는 생각이 한참이나 지난 후에야 깨달았다.

 

그래도 청년기의 방황과 고뇌, 아픔은 삶의 면역주사처럼

그 이후로 내가 단단해지는데 일조를 해줬다.

내가 40대 중반의 나이에 전업주부로 살다가

남편의 명퇴에 직면하여 제2의 인생길을 개척해야 하는

절대절명의 상황에서 용감하게 헤쳐나올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 돼주었다.

 

나는 45세에 앞으로의 내 삶을 유기농 농부로 살겠다고 작심하고 지금까지 걸어왔다.

어쩌면 지나온 활동기간보다도 더 많은 활동 기간이 남아있는 시점이라서

선택에 깊은 고심을 했다. 그리고 8년이 흘렀다.

 

그사이 차근차근 계획하고 걸어와서 이제는 남보기에도

뿌리는 내린 귀농인으로 비춰져서인지 나는 이번에 서귀포시청에서 주관하는

귀농귀촌멘토링단에 위촉됐다.

내 인생길 개척하기에도 바쁜 처지에 남의 삶에 멘토라니... 싶은 당혹감이 몰려 왔지만 나도 이 사회에서 누군가에게 도움 받으며 마음빚을 지며 살아가고 있기에

이제는 나도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된다면

사양만 해서는 안될일이라는 깨달음도 와서 수락했다.

 

내가 언젠가 내 삶의 멘토가 필요했었을 때를 떠올리며

진지한 내면의 물음을 던졌다.

내가 귀농귀촌인들의 멘토가 될만큼의 역량도 못되지만,

그리고 그만큼 성공한 귀농인도 아니지만,

내가 귀농하고 걸어온 중에 소소한 수많은 일들에도

길을 몰라서 좌충우돌했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엄마같은 맘으로 작은 도움이라도 주어야겠다고 생각해본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절실한 삶의 상황일 수도 있기에

절대로 허상을 심어 주어서도 안되고 과태포장도 해서 안되며,

그렇다고 미리부터 낙심하게 해서도 안됨을 명심할 것이다.

무엇을 하든 기본에 충실하면 큰 실패를 겪지 않을 것이기에 마음무장하기를 당부하고, 그리고 선택했으면 5년은 내쳐 달려갈 준비를 하기를 당부할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귀농의 성패여부는 5년이라는 시간을 잘 견뎌내고나면

그 다음 30년은 견디어 낼 내공이 생긴다고 말해주고 싶다.

마음 가짐이 반듯한 귀농인이라면 성심껏 따뜻한 이웃이 되어주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해본다. 

 

유기농귤농부 8년차, 아직도 내 갈 길도 요원하지만

함께 유기농농부의 길을 가겠다는 사람들과

앞으로의 길을 더불어 가는 행복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어깨동무할 친구가 생긴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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