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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서귀포신문)

귀농성공의 필요충분 조건

by 농부김영란 2011. 10. 27.

 

 

 

 

 

사람살이에 정답이라는 게 없고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니

내 주장이 옳다라고 내세우기도 점점 더 소심해진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이 길인지 아닌지는 나도 헷갈릴 때가 있지만

내 앞에 만들어진 길이 잘 보이지를 않으니 내가 길을 내고 헤처 나온 것이

뒷사람에겐 길이 될 수는 있을 것 같다.

요즘 귀농 휘망자들은 많은데 길을 알려줄 이는 많지 않은게 현실이라

그 갈증을 배려하여 내가 걸어온 길이 누군가에게

작은 조언이라도 될까하여  주제로 삼아 보았다.

 

 

여기저기서 발췌한 이론들과 사례들을 짜깁기 한 귀농교육이 거의 대부분인지라

내 갈증을 달래주지 못하였다.

이론은 그럴듯한데 실적이 미비하여 검증이 안되는 것과

다양한 시도를 하여 검증은 되는데 현실적인 판매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니

포장은 좋은데 내용이 부실한 느낌이 드는 교육들이 대부분이었다.

간혹 억대농부니 스타농부니하여 강사를 초빙하여 왔어도

내가 지향하는 농사법도 아니고(오직 소득에만 집중하여)

농부가 아니라 장사꾼이 되어야하는 심리가 싫기도 하였다.

농사꾼의 마음과 장사꾼의 마음이 괴리가 없는 상태에서 내가 검증 받고 싶었다.

나는 유기농 귤농사를 지속하여 세아이 교육비를 감당해야 할만큼의

생활비가 현실적으로 입증된 사례를 배우고 싶었는데

여기저기 물어 보아도...농사로 돈 벌기가 어렵다는 아득한 느낌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원하는 방식은 찾기가 어려워서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만들어 갈 수밖에 없었다.

 

나처럼 생각하는 소비자를 만나서 나는 정직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여 보내주고

도시의 친구들은 나를 믿어주고, 밀어주고, 함께 가는 공생의 길을 만들어 가기로 하였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믿음이 기반된 튼튼한 관계를 만들어서 가기로 작정 하였다.

그렇게...무작정 걸어왔다.억대 농부도 아니고 억대를 지향하지도 않는다.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고 그리해서도 안되기에 일정한 소득목표는 세워 두었다.

그 소득을 위해 휴일도 없이 일에 매진하고 있기는 하지만

내가 지향하는 것은 삶의 질이고 행복이라서 일정 소득이 되면

그 나머지는 함께 해준 분들과 나누면서 살고 싶어한다.

차근차근 가고 있으니 그리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믿음의 씨앗을 뿌리고 점점 더 뿌리가 깊어지고 가지가 많아지는 것을 감지한다.

믿음은 성급한 마음으로는 될일이 아니다.

기다려 주고 지켜봐주고, 격려해 주고, 북돋아 주고...믿음의 영양소이다.

억대농부 차원이 아닌,신뢰의 차원에서 바라보면

나는 어느 정도 성공한 귀농인에 속할지도 모르겠다.

귤맛도 보지않은 상태에서 미리 회비를 내고 몇개월이나 기다려 주는

회원들이 수백명이나 되니 말이다.

 

 

그동안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도전하고, 스스로 방법을 찾아서 헤쳐 왔었다.

친환경 농사를 짓겠다고 정하고나서 유기농법을 찾으니 자연농법이 손짓을 하였다.

초보농부에게는 이런 저런 이론들이 오히려 헷갈리게 만들었다.

방법은 단순하게 찾는게 좋다라는 생각에 유기농법으로 실천하여

현재 성공하고 있는 과수농가를 찾다보니

제주도에서는 유기농으로 10여년 이상을 재배한

em센터 이 영민 선생님 농장을 소개 받고 이후 em교육을 받고 그대로 따라하여

나는 유기농 농부 반열에 올랐다.생산을 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준 선배님이 계셨기에

나는 큰 실패없이 유기농 귤을 생산해 낼 수가 있게 되었지만

그 이론과 경험을 쌓아오기까지 이영민 선생님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해 오셨을 것이다.

 

생산은 이렇게 가능했지만 그 다음 판매를 해야하는 것은 오로지 내 몫이라

장사라고는 한번도 해보지 못한 내가 또 새로운 도전을 감당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은 판매가 어느정도 궤도에 오르긴 했어도 여전히 내겐 판매가 가장 머리를 달구고

긴장하게 하고,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쏟게 만든다.

아무리 생산을 잘해 놓아도 팔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데

마케팅도 배우지 못했고 전업가정주부로 산 세월이 십수년이 되어 경쟁력도 상실한 내가

어떻게 내 귤을 다 팔수가 있지? 하는 걱정이 꼬리를 물었었다.

 

 

돌아보니 내게 강점이 있다. 무대뽀적인 용기와 도전정신이었다.

이 때문에 내 몸이 혹사당하기도 많이 했지만 이런 기백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었다.

일을 손에 잡으면 끝장을 보는 우직함도 기여한 것 같고, 그리고 실패를 할까 두려워하여

처음부터 내가 감당할만큼씩 도전하여 필요에 의해서 넓혀간 것이

힘든 가운데 적응을 할수있게 한 것도 같다.

내가 먼저 터를 닦아서 남편을 이끈 것도 무리없이 적응하게 된 것 같다.

생활비 걱정 없이 준비할 수 있었던 3년의 준비 기간이

내가 터를 닦을 수 있도록 해 준 것 같다.

 

 

내 경험으로 미루어 귀농후배들에게 작은 조언이라도 한다면

첫째는 <마음 무장>이다.취미생활이 아닌 생업을 위한 귀농이라면

먼저 단단히 자신을 무장하고나서 그 어떤 고난도 이겨낼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그 어떤 길이든 예기치 못한 시련이 올수도 있기에 넉넉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둘째는 <용기>이다.마음에 각오를 했으면 현실에 풍덩 뛰어드는 용기가 필수이다.

셋째는 충분한 연습과 준비기간을 설정한다.

넷째이자 첫째인 조건은 자신이 지치지않고 좋아하고

잘 해낼 수 있는 종목인지 심사숙고하여 결정한다.

 

 

그 다음에는 우직하게,한길로 적어도 5년은 달리고 난 후에 결산을 해보기를 권유한다.

그 무슨 일이든 5년을 전력질주하면 다음 길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5년을 버틸 자신과 용기가 없으면 도전하지도 말라고 권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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