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다

방과후 특기적성

by 농부김영란 2005. 3. 14.


 

세아이 키우면서 내게 늘 묵직하게 다가오는 명제는 어떻게하면 저렴하게(?)

아이들에게 다양한 악기나 예체능 등을 두루 맛보게 해줄수 있는가가 고민이었다.

큰 아이 첫돌때까지 맞벌이를 하다가 큰 아이에게 나타나는 분리 불안증으로인한

자폐증상이 나타남으로해서 어쩔수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었던 난

그후 세 아이나 낳고,남편 혼자 벌어서 월급에만 의존하여

아이 키우고, 재태크해야하고...

그런 소시민의 삶이 늘 버겁고 부대낀 것은 쓰고 남는 돈이 모자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유일한 대안이 쓰지 않는 길.

안 먹고 안쓰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 크기 전에 집 장만하지 않으면 내집 소유하기도 힘이 든 현실이기에

결혼초부터 허리띠를 할수 있는 한 졸라매어야만 했다.

여자 아이 셋이나 키우면서도 내 돈으로 한복 한벌 사주지 않았었다.

그렇다고 한복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내 반경 수십 km 내는 구호물자(?) 조달처였고

심지어 전국각지에서나 바다 건너 일본에서도(언니) 아이들의 옷을 공급 받아서

그래도 궁색치않게 꾸려 나가긴 했었다.

물자가 풍부한 시절이라 오히려 넘칠 지경이었다.

첫아이 때 내가 직장 다닐 때는 나도 최고의 메이커만을 고집하여

아이에게 입히고, 먹이며 그로하여 신귀족주의의 요즘 젊은 엄마들처럼

명품을 고집 했었지만 아이가 셋이나 태어나고 수입도 남편 혼자 버니까

그 후에는 건강만하면 된다는 주의로 바뀌어 갔고,

아이들은 온통 구호품(이웃에서 준 옷) 일색이었고

요즘은 옷이 떨어져서 못 입는 세상이 아니었기에

옷들은 이웃에게 물려 받았어도 거의 내 맘에 드는 것들이었다.

난 옷뿐만이 아니라 살림살이도 친척중에 최신형을 가끔 교체하시는 분이 계시기에

그 분께 거의 물려 받기도 했고(유행 지나긴 했지만)

나중에는 그것도 성이 안차서 길가다가 재활용 옷이나 버린 가구,가전들까지도

샅샅히 살피고 다니는 넝마주이(?) 버릇까지도 생기게 되었다.^^

 

알뜰이 아니고 궁상이라고...언니들은 혀를 내 둘렀지만

궁상스럽게 살지언정 나로하여 주위에 걱정은 끼쳐 드리지 않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살아내었던 세월이었다.기대고 비빌 언덕이 전혀없기에 홀로서기해야만 하는

현실이니 근검 절약만이 내 앞에 주어진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 하였다.

아니면 맞벌이를 하야하는데 세아이를 어디다가 맡기거나 학원에 보낼 경우

내가 나가서 번다해도 그 수입이 고스란히 아이들 유지 관리비로

다 나가야만 할 처지이기에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생각에

내핍의 생활이 목을 조여도 그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다보니 얼마전 큰 아이가 자기가 급식면제 대상자에 해당된다는

자가용 없고,학원 안가고, 핸드폰 없고...나도 모르는 새 그런 부류에 속하게 되었다.

나의 내핍이 지나쳐서(?) 이제는 골동품 가계로 선정될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꾸려 나가느냐가 궁금했다.

월급 쪼개어서 집도 장만하고 그러자니 자연히 허리띠 있는대로 졸라 매어야만 했고

남들 다 쓰는대로는 살아낼 수가 없던데 남들은 어떻게 학원을 몇개씩 보낼 수가 있고

사교육비가 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살아낼 수가 있는지가 도대체가 궁금했다.

나도 학원이 싫어서 안다니기보다는(선택하였다고 말하지만)

궁극적인 요소는 돈때문이 가장 큰 요소이기에

내 앞에 주어진 과제를 어떻게 풀어 나갈까가 내겐 큰 숙제였다.

예전처럼 아이들 밥만 주면 자라는 시절이 아니기에

(옆의 친구들과의 경쟁 사회에서 살아 가자면)

내 아이들도 다양한 취미 활동에서부터 질 좋은 학습 기회를 제공해줘야 하는데

문제는 돈 아니겠는가.  나라고...몰라서가 절대 아니다.

 


 

빚을 내서 살아갈수는 없는 노릇이고,더더구나 미래를 전혀 준비않고

살아가는 것도 두려운 일 아닌가?

어떻게 두마리 토끼를 잡아낼 수가 있단 말인가.

이것이 나의 절대절명 과제였는데 내게 희망의 서광을 비춰준 제도가 방과후 특기적성 제도이다.

다행이 큰 아이가 학교 들어가는 시점부터 방과후 특기적성 활동으로

학교에서 저렴하게 예체능 활동을 할수있는 제도가 시범적으로 운영 되더니

점차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 같다.

큰 아이는 피아노 학원에서 (피아노는 특기적성이 없다)체르니 30번을 마치고

3학년부터는 바이올린을 학교 특기적성으로 3년 했다.

둘째는 바이올린을 1년하고 전학 와서 이곳에서 플룻을 선택 하였는데

좋아하니까 악보도 바로 소화하니 진도도 빠른 편이다.

조금 아쉬운 것은 서울에서는 바이올린과 플룻이 월 23000 원이었는데

이곳에서는 50000원이라 조금 부담스럽다.

이 학교는 골프까지 있으니 어쩌면 서울 아이들보다도 더 다양한 특기적성을 하는 셈이다.

큰 아이는 이곳에 와서 바이올린이 처음에는 없어서 가야금을 일년 하였기에

그래도 다양하게 악기를 접하게 해준 것이 조금은 흡족하다.

나는 일단 시작하면 최소한 3년은 해야만 하는 주의자라서

악보를 알기 위해서 피아노 기본으로 2-3년하고

그다음에는 학교에서 방과후 특기적성으로 바이올린이나 플룻, 가야금등등...

악기를 접하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저럼하게 배울수 있다는 것이

내겐 더없이 유익하고 좋은 제도로 느껴진다.

 

그런데도 일부 학교에서는 이런 특기 적성이 성과를 못 거두고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방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방과후 특기 적성은 형식적으로 받아 들이고

다시 학원으로 전전 한다니...난...참...형편들이 좋은가부다고 생각되고

그렇게할수 있는 여건들이 부럽기까지 할 지경이다.

내 계산, 내 가계부로는 도저히 짜 맞출수 없는 퍼즐놀이이거늘...

나는 더욱더 다양한 특기적성 과목을 많이 활용하고 싶은데

시간이 겹치는 바람에 신청할 수 없는 과목들이 있어서 어쩔수없이

두 세가지만 선택 하기로 하여서 아쉽기 그지없다.

둘째와 셋째 아이는 올해에도 시간 중복되지 않게 신청하느라 머리 회전 꽤나 해야했다.

둘째는 영어와 플룻,미술 회화를 신청했고, 막내는 미술과 영어를 했다.

막내는 피아노 학원에서 피아노와 오카리나를 배우고 있는데

3학년이 되면 바이올린을 시켜볼 생각이다.

원래 내 소망은 셋째는 첼로를 시켜보고 싶었지만

그런 환상적인 생각은 지금 현실로 비추어서는 아니될 것 같다.

혹시라도 특기적성 과목으로 생기면 모르지만...

그러면 세아이가 바이올린과 플룻, 첼로로 합주를 하는 애초의 꿈을 작게라도 이룰텐데...

세자매의 작은 가족 연주회를 꿈 꾸었었는데... 

 

큰 아이도 다행스럽게 올해부터 다양한 방과후 특기적성을

시범적으로 실시한다하니 귀가 번쩍 뜨였었다.

초등시절에 주로 예체능쪽으로 다양하게 섭렵하느라

공부에 비중을 많이 두지 않았기에 중학교에 가면서는

공부에 비중을 더 두어야만 할것 같았는데 며칠전 학부모회에 가니

올해 방과후 특기적성 시범학교로 선정되어 의욕적으로 특기적성을 운영하겠다 한다.

예체능에서부터 학과 과목까지 아직까지는활성화 된 단계가 아니라서

내가 원하는 학원 공부를 학교로 끌어 들이기가 맛뵈기 수준인 것 같으나

점차 사교육비 절감 방안으로 효과적으로 시행해 볼 생각이라하니 반가운 이야기였다.

나의 생각은 국.영.수등 학원 선호 과목을 외부강사를 초빙해서(학원 선생님등등)

아이들이 저렴하게 학교에서 필요한 공부를 보충 받기를 바란다.

물론 학원이 더 경쟁력이 있는 것도 어느면에서는 인정을 하지만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소시민들에게는 이런 방안을 최대한 활용하여

경쟁의 기회의 편차를 줄여보는 것이 좋은 대안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더 질높은 교육을 받을수 있는 여건의 사람들이야

막대한 과외비를 투자한다고해서 자유민주주의에서  어찌 일일이 차단을 할수 있겠는가.

하지만...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서민들이 느끼는 위화감과

실제 현실에서 발생하고 있는 부와 학력의 대물림 현상의 불공평함을 줄일수 있는

대안이 학부모 입장에서 방과후 특기적성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잘 활용하여 그 제도의 유익함을 누리고 있음에 감사하고 있다.

 

 

학교 선생님들에게 방과후 시간까지 부담을 주지말고, 외부 강사를 초빙하여

(외부강사도 수입에만 의존치말고 교육자로서의 책임감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보충 교육이 학교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

큰 아이는 마음 같아서는 바이올린과 수채화, 일어(아이가 원함),독서논술,영어회화등을

신청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중복되는 관계로 두 과목만 할수 밖에 없어서

부득불 바이올린과 독서 논술로만 정하게 된 것이 아쉽다.

나는 내가 꼭 필요로 하는 제도이기에 최대한 활용하는데

아직 다른 부모들에게는 큰 호응을 얻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수강료가 3개월에 4만원이니 학원비의 1/10도 안되는 셈이니

내겐 그자체가 가장 반갑다.

특기적성을 통해 아이의 작은 재능이라도 발견하게되면

아이의 진로지도에도 큰 도움이 될것 같기에

나와같은 처지의 고민을 하는 학부형들은 이 제도를 적극 활용 하시기를 권하고 싶다.

 

2005.3.14.英蘭

 

'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보라서 죄송 합니다.  (0) 2005.05.31
"시골에 사는 즐거움" 유안나님 책 출간  (0) 2005.04.29
언제나 그 자리에...  (0) 2005.04.09
우리집 3월 풍경  (0) 2005.03.05
건강한 먹거리에대한 나의 생각  (0) 2005.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