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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초보라서 죄송 합니다.

by 농부김영란 2005. 5. 31.


 

가로늦게 운전 배운다고 식은 땀을 줄줄 흘리고 있는 나는

덕분에 아이들에대한 내 태도를 크게 반성을 하고 있다.

기계치 아줌마가 손과 발, 머리가 따로 노는 현상을 체험하면서

운전 가르키시는 강사님께 백배 머리 조아리며 인내심과 자비심을 가져 달라며

비굴(?)할 정도로 아부와 눈치를 보며 운전을 배우면서...그동안 내가 아이들에게

군림하며 내 위주로, 내 방식대로 가르키고자 하였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들이 내 성질 속도를 못따라오고 같은 질문을 두세번 반복한다던가

이해하는 속도가 너무 느리면...꼴통이라느니...누굴 닮았냐느니...

엄마는 왕년에 이러지 않았다느니...우성인자와 열성인자를 들먹이면서

속으로 한숨을 푹푹 내쉬기를 얼마나 했던고...

 

필기시험,기능 시험 통과하고 오늘 도로주행에 들어 갔는데

쌩쌩 달리는 차 사이를 시속 60km로 달리는데 어질어질, 혼비백산,

강사님이 옆에서 뭐라고 설명을 하는 것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를 않았다.

몸은 통나무처럼 뻣뻣하게 경직되어  살며시 밟으라는 가속패달을 콱~

기어변속하는 손과 가속 패달을 밟는 발은 머리에서 내리는 명령어가 전달되지 않는지

따로 노는지라...식은 땀이 줄줄...옆에서 어이없어 하시는 강사님 눈치까지 보랴...

속이 월렁월렁 메슥 메슥~~제 정신이 아니었다.

기능 시험도 처음에는 자신이 없었지만...하라는대로 그대로 하니

무사히 통과는 하였는데  막상 도로에 나서고보니 그동안 배운것이 하얗게 되어

 생각이 나지를 않는 것이었다.지레 겁을 먹은 탓이기도 한데

스스로도 한심함을 자인하면서도 속으로는 강사님이

며칠만 느긋하게 기다려주시기를 간곡히 바랬는데...

강사님 왈...운전은 연습 상황은 없다라고 생각해야한다고 한다.

항상...실제 상황이며...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그래도 반응이 오는 것이 늦은 기계치 아줌마를 좀 이해해 달라고 몇번이나

부탁을 하면서...아이들이 내 머릿속에 오버랩 되는 까닭은?

 

기다려 주어야 할 사람이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보다 늦게 반응하고, 늦게 터득해도 나중에는 더 좋은 결실이 올수도 있다는 것을...

나도 기능 시험에서도 처음에는 다른 옆의 젊은이들보다도 모든것이 늦었지만

시험은 100점으로 통과 하였었던 것을 ...

 

내가 배우는 입장에 서서 보니 내 아이들에게 내가 어찌 해야할지가 정리가 되는 것이었다.

 

<초보> <초보라서  미안>  <왕 초보>

<당신도 초보였습니다>←어째 좀 도전적인듯 한 문구지만.

나도 언젠가는 이런 문구를 적어서 꼬리표로 달고 혼자서 거리로 나와

바람을 가르며 쌩쌩 달릴 날이 올 것을 꿈꾸면서..

난...오늘밤 꿈에도  <당신도 초보였습니다>하고 잠꼬대를 할것만 같다.

강사님은 초보라고 면죄부는 없다고 하시지만...초보라서 미안 하지만

그래도 초보를 어여삐 봐 주시옵소서!

초보라서 죄송합니데이.

 

운전 하시는 모든 분들이 위대해 보입니다.^^

 

 

2005.5.31.英蘭

 

 

 

 

 

                                <고난의 연속 이틀째>

 

혼비백산한 첫째날은 그렇게 지나 갔고, 어제 둘째날은 마음의 준비를 하느라고 하였다.

머릿속으로 배운 과정을 천천히 되새김질 하면서 클러치와 가속 패달, 기어 변속을

자연스럽게 하기위해 몇번이나 혼자 몸짓으로 연습을 하고나니(오토가 아니라서

발 놀림이 생각처럼 자연스럽게 되지 않는다)

첫날보다는 한결 마음은 안정 된것 같았다.

첫날 강사님은 가르키려는 아줌마가 대충 어떤 수준의 아지맨가 탐색하느라 그랬는지

땀을 뻘뻘 흘리며 가르키시는 중간에 대학을 나왔느냐고 묻는다.

무신 저읠꼬? 안해도 될 질문 아닌가 속으로 생각 하였더니...

아니나 다를까...어제는 난 나름대로 첫날 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 했는데도

강사님은 하나도 안 나아졌다고 하신다.수시로 한숨을 쉬거나...기 팍팍 죽이는 표정으로

어이없다는 표정이거나...이런말 안하려고 했는데..하면서 하는 비유가

자존심 구개놓는 소릴 하면서...점점 날 기죽게 만드니

자신감이 좀 생겼다고 생각했던 기 센 나도...더욱 혼란 해지고 기가 팍 죽어서

안절부절 다시 정신이 혼비백산해져 버렸다.

강사님 눈치 보면서 수십번...힘들게 해드려서 죄송하다...연발하고 있다가

슬그머니 내 안에서 잘 갈무리 해두었다고 생각했던 승질이 머리를 쳐들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틀째 다들 잘 하나부죠?"  이런 발칙한 질문으로

당돌하게 도전하니 기 죽이려던 강사님, 어이없어하는 표정 역력하다.

그러게...좀...부드럽게 갈키주면 안돼니? ...가시를 드러낸 나를 보고

잘 하지도 못하는게 성질까지 있구나 판단한 강사님은 그 질문 이후...

더욱더 나를 묵사발을 만들기 시작했다.지금까지 잘 왔는데...

정말 때려치고 싶은 생각까지 들 정도로...

 

나도 내가 힘든 수강생이라는 것을 스스로 안다.스스로 지독한 기계치임을 자인한다.

기능 시험 준비 할때도 나와 함께 시작한 젊은이가 5일만에 다 뗀것을 난 일주일이 넘게 걸렸었다.

내가 잘하는 분야는 남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여 끝내 평균 이상은 되도록 하기에

대부분 노력하면 잘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잘 못하는 사람들에게 가혹했던 편이었다.

그런데...내가 가장 못하는 부분.내 아킬레스건.그래서 감추어 두었던 부분...

그것이 기계 분야이고...운전도 그래서 여즉 못배운 분야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앞으로 내가 꼭 필요한 상황이기에 용기를 내서 도전하고 있는데

이런 한심한 아줌마도 있다고 생각하여 좀 느긋하게(운전은 그럴수가 없다라고 하더라만)

반응이 늦게 들어오는 것을 참아줄수 없겠냐며 자꾸 내 위주로 야속한 심정이 되어갔다.

실제로 난 어제먹은 밥이 소화가 안되어 아직도 채기가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을...

난...정말 무릎을 치면서 공감하게 되었다.

잘해볼려고 하지만 맘처럼 잘 안되어 버벅거리고 있는 사람에게

잘 하려고 애를 안 쓴다느니, 딴 생각을 하고 있다느니,기가 막히다느니,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기 죽이는 말만 골라하는 것은 자존심을 상하게하여 분발하게하는 효과도 있겠지만(일면은)

내가 겪어보니 도리어 열 받게하여 때려치고 싶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는 것을 체험했다.

이렇게 남에게 한심하게 보인적이 없는 나이기에

아마도 이 상황을 더 받아 들이기가 어려운지도 모른다.

난 언제나 노력하면 잘할수 있다는 자만심에 나 잘났다고 살아온지라...

고개 축 늘어 뜨리고 터벅 터벅 집으로 돌아와서 코스를 눈에 그리며 몸짓으로 과정을 연습했다.

잘하지도 못하는 게 성질까지 있으면 얼마나 강사가 가르키기 힘드랴.

그래서 일부러 기 죽이게 하나부다며 마음 삭히고 겸손하게 받아 들이자고해도

아직까지 속에 무슨 덩어리같은것이 느껴지는 것이 내 성깔도 결코 죽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아이들 키우면서 흐물흐물 녹아내려서 두리뭉실해져서...이제는 웬만하면 부딫히지않고

참을인자를 먼저 떠올리며 나를 조절하고 있다 생각했건만 ...결코...아직도 아닌것 같다.

3일만 더 참아보고 계속 그러면...강사 바꿔 달라고 해야지...이런 생각까지 드는 것을 보면...

아마도 3일 후에는 좀 나아져서 그럴일이 없게될지 모른다.

어젯밤 눈을 가물거리는 것을 참고 남편에게 다시 한번 이론 코치를 받고

오늘은 짠하고 잘해 봐야지~그래서 기 죽이던 강사님 보란듯이 나도 잘 달려 봐야지...

그랬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첩첩산중일세.비가 주룩주룩...또 어제와는 다른 상황이라

내 맘과는 달리 버벅대며 머리를 의심받는 상황이 재현될까 걱정이다.

고난과 시련을 넘고 넘어~앞으로 앞으로~~~~전우가를 부르며...그래도 앞으로 돌진 해야겠지.

 

내가 가장 못하는 것으로 남에게 평가 받는 일.

자존심 왕창 구개지는 것을 감수하며 겸허하게 인내심을 가지고 배워야 하는 일.

승질 내세우며 고개 쳐들며 당돌하게 굴지 말고 끝까지 강사님의 구박을 약으로 받아 드리기.

참고 또 참고...내 못난 것을 인정하기.

참으로 오랫만에...난...내 존재가 얼마나 어이없고 형편 없는지를 객관적으로 입증받으며

다시 인간되기 과정을 체험하고 있다.

운전이 아니라 내 가장 약한 부분, 가장 자신없던 부분을 도전하면서

내 아이들과 그 옛날 아르바이트로 가르켰던 아이들을 떠올렸다.

보통의 아이보다 늦게 반응이 오는 아이를 가르키면서 난 진심으로 그 아이를 이해하지는 못했었던것 같다.

사람마다 다 다른 특성을 가지고 태어 났기에 잘하는 분야와 못하는 분야가 있는데

못하는 것으로하여 포기하게 하거나 주눅들게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교습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절절하게 경험으로 깨닫게하는 신의 의도를 또 느낀다.

믿어주고...칭찬해 주고...포기하지 않게 만들고...끝까지 할수 있다고 용기를 주고...

그래야만...미련하지만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가서 남보다는 느릴지언정

끝내는 이루어 낸다는 것을...

 

내가 운전을 배우면서...

멍청한 나를 인정해야만 하면서...

그동안 나 잘났다고 팔 다리 마구 휘저으면서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 본다.

그동안 자신있는 것만 보여주며 살지는 않았던가.

내 아이들에게...이제는...좀 늦게 가더라도...믿음을 가지고...참고 기다려주어야지.

 

나는 또 한번 깨어지면서, 인간이 되어감을 감사해야 될려나부다.

내가 깨어지고, 부서지고, 옭죄어봐야...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눈이 가까스로 생기는 것 같다.

 

오늘은 비요일,

나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힘드실게 뻔한 강사님께 오늘은 절대 발칙한 대꾸하지말고

공손하게,고분고분...잘하고 와야겠다.

사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한심한걸 뭐!

 

2005.6.2 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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