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봄에 일군 밭을 새로 다듬고 씨앗 모종을 심었다.>
오늘은 비 핑계로...마냥 늘어지고 싶었다.
빛도나지 않는, 끝도 없는 일이 진력이 나서...
이대로 집어 던지고 바람처럼 훠이훠이 돌아 다니고만 싶었다.
지치고 힘이 들어서 미련 곰탱이, 얼간이, 바보...
이런 구조를 가진 내가 한심하다며 스스로에게 자조를 마구 내 뱉는다.
억센 일을 감당하지도 못하면서 끝도없이 일을 벌리는 나.
돈이 안되는 일에, 혼자 미쳐서,꾸역 꾸역...봄날이 다가도록 진을 빼고 있다.
2월부터 30kg이 넘는 계분 거름 100포를 주고 열흘은 족히 몸살을 하고
귤 나무를 튼튼하게 한다고 옆면 시비에, 유기질 비료에
폭식을 할만큼 안겨 주었더니...요즘 나무들 모습은 언제
그랬냐는듯 건강을 회복하긴 했는데
아니...꽃들은 다 어디로 간거야?
꽃눈이 실종 되었다.어이쿠....
올해 새로 작은 귤밭을 마련한 <주디)네는
꽃들이 기절할만큼 많이 달렸는데 우리밭은 꽃이 실종 되었다.
올해 우리집 귤은 너무나 귀하신 귤이 될것같다.
작년 수확의 1/3정도라도 될지...우려하고 있다.
한편은 강전정을 하면서 올해는 수세 회복하라고 속삭여 주었더니
너무나 엄마말에 충실한 나무들인가 싶어 기특하다 해주어야할까 싶기도 하건만...
해걸이가 아주 심한 , 원인을 곰곰 생각하고 있다.
올해는 특별한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는데 좀 더 지켜 보아야만 할것같다.
귤나무 전정에, 풀베기에, 소독에
한뼘이라도 빈 공간이 보이면 다 일구는 개미근성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씨앗에 모종에...또...내 일욕심에 내가 혀를 끌끌 차고 있다.
구입한 첫해 어수선하기 그지없던 주변들을 조금씩
정리를하여 첫해는 씨앗들을 심었는데 결실이 기대했던 바가 아니라서
모두 작년에 일군 밭에다 옮기고 담장 주변에는 작은 도라지 밭을 만들었다.
도라지의 알싸하고 아작거리는 그 맛도 좋아하지만
보라색, 흰색 그 꽃이 좋아서 도라지를 심은 이 초보농부를 누가 말리랴.
어른들이 지나시다가 혀를 끌끌 차도록 엉겅퀴 꽃을 옮겨다 심고서
그 꽃이 다 지도록 들여다보고" 감히 건드릴수 없는 기품이 있단 말이야"하면서...
혼자서 히죽대는 여자.
올해는 또 하나 사고(?)를 쳤다.
마거릿꽃, 들국화...이런 소박한 느낌의 야생화에
가슴이 절절해지는 내가 오래도록 꿈에 그리는 것이 있었다.
예쁜 야생화 농장을 만드는 것....
그런데...세 아이의 생계와 미래를 걱정해야하는 절박한 에미가 되다보니
그런 사치를(?) 어찌 누릴수 있으랴.
꿈은 가슴에 묻어두고...그냥 황소처럼 살리라...하여도
가끔씩 나를 못견디게하는 바람이 스쳐가곤 한다.
그래서...귤 밭 한 귀퉁이에 산수국도 모셔다 놓고
엉겅퀴꽃도 신주단지 모시듯 귀하게 여겨주고,
식목일 날에 시에서 나누어주는 유실수들이 돌담 빽빽히 들어찼다.
허기진 사람처럼, 걸식들린 사람처럼...빈공간의 여유를 누리지 못하고
비명을 지를만큼 생명있는 것들을 심고 또 심는 나.
내 안의 그 무엇이 날 이토록 내모는 것인지...
그대를 만난 내가 고달픈가?
나를 만난 그대들의 운명이 고달픈가?
애증의 세월 뒤안길에 슬며시 미안해진다.
날 만난 그대들이 애처로운게 틀림없다.
흐드러지게 핀 구절초 밭에 내 사랑하는 지인들을 초대하고싶다는 소망을 품고
드디어 난 또 하나 일을 저질렀다.
구절초 밭 하나를 만들었다.
없는 땅은 일구어라...이런 특명을 내걸고
남편의 휴일은, 그리고 취미는 눈물을 머금고 바다낚시가 아닌 황무지 개간하기.
구절초 구자도 모르면서 구절초 밭 만들기에 공헌을 세웠다.
큰 언니가 5년동안 공들여 번식시킨 구절초 모종을
두박스나 보내주어서 또 내 봄날이 한숨 돌릴 겨를도 없게 되었다.
작년에 이어 또 하나의 밭을 만들었다.
남편과 둘이서 며칠에 걸쳐서 잡목을 정리하고 작은밭 경계에 붙은 땅을
일구어서 구절초를 심었다.
멋드러진 가을을 꿈꾸면서...
내 좋은 지인들께 선물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서...
구절초는 꽃차도 만들고, 줄기와 뿌리는 약으로도 쓰인다하나
난 그 꽃이 피었을때 나의 고단함과 갈증을 잊게해줄
그 풍경을 기대하면서...그리고...
사랑하는이여!
어느날...삶이 고단하거든 날 떠올리고 훌쩍 날아 오소서.
구절초 꽃차에 구절초주에...시름도 잊고, 향기에 취해 봅시다...
혼자서 그런 꿈을 꾸면서 이 봄날을 일을 만들어서 일에 치여서
또 헉헉거리며 보내고 있다.
자칫 무심한듯 여겨지는 내 무심함을, 날 사랑하는 이들은 속 마음을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 줄게야하면서...
맘 같아서는 고사리도 꺾고, 쑥도 뜯고 하여
돈으로는 환산할수없는 마음의 선물을 보내 드리고 싶었던 고마운 님께
안부소식 한자없이 봄날을 보내고 있지만...
이런 내 마음 알고 계실게야 하면서...
조롱박 씨앗도 심어서 그대에게 보내 드리고 싶다.
제비꽃이 흐드러지면 그대에게 보내주고 싶다.
그런 맘만...품고서...미처 표현도 못하고 황망한 봄을 또 보내고 있다.
저를 사랑하는 님,
내가 사랑하는 님...
이런 제 마음...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 주시리라 혼자서 내 맘대로 생각하며 가고 있답니다.
올해는 무농약인증에 도전하려 합니다.
사랑하는 그대를 위하여...열심히 봄날을 보내고 있는 절,
무심타...여기지는 말아 주소서.
늘 그렇듯...일일이 표현치 못하고...
귤농부는 귤로서 말하려 합니다.
언제나 건강하심과 행복하시기를 기원하고 있답니다.
2007.5.3 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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