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3월을 마무리 하라고...모처럼의 망중한을 즐기라고...봄비가 내려서...
아이들 학교 보내고 컴 앞에 앉았다.차 한잔을 들고서...
모처럼의...여유이다. 농부 3년차이니...
이젠 제법 스스로..농부연해도 그다지 어색치 않을 시점이 된것같다.
농부연...농부然...아니...이젠 농부다...라고...또 자만심(^^)이 발동하려한다.
지난해, 지지난해와는 달리...여유도 차렸고...불안해 하지도 않고...담담해진 것을 보면...
지난해 이맘때는 아직도 귤이 창고에 있어서 속 앓이를 심하게 하느라고
미처 농사 준비도 못하고 있었을 때였다.그런데 올해는 2월 3월 전정 교육까지 체계적으로 받고서
스스로 전정도 다 해내고, 계분 거름에, 유기질 거름에...쇠약해진 나무들을
성심껏 회복 시키느라 봄농사를 나름대로 성실히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지난해 내 어설픈 몸짓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나에게 성원을 아끼지 않았던
고마운 분들을 떠올리며 한편은 어깨 막중한 책임감도 가지고서...
지난해는 어쩌면 운이 따랐을지도 모르는 것이니(농사는 하늘이 도와주어야한다는)
날씨는 하늘이 도와 주어야 하는 것이고...그외에 사람의 노력으로 할수있는 일은 다
해보려는 욕심이 또 발동해서 2월이 시작되면서부터 나도 나무처럼 아직 기력이 회복되진 않았지만
조금씩 준비에 들어갔다.올해는 저농약인증서도 따보려 계획하고 있기에
토양검사, 수질검사 등등...준비에 들어가고...작년보다는 더 유기농에 가까워지려고
계분 거름, 목초액등등...그동안 기력이 쇠약한 우리귤나무들에게 한번에 무농약으로가면
나무가 견뎌내지 못하고 고사할것같아서 욕심을 줄이고 저농약에서
차츰 무농약으로 갈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워보았다.과수들은 한해농사가 아니기에
나무를 잘 관찰하면서 유기농 전환을 해야지 무턱대고 사람의 욕심으로 다가가서
나무가 견뎌내지못할 상황으로 몰아가면 끝내는 나무가 죽어 버리기때문에
무농약으로 가는 것은 신중하게 판단해야할 것이라고 판단되어서 올해는 저농약으로 가고
몇년후에는 완전 무농약에 도전해볼까 한다.농약을 준다해도 저독성에다가
수확기 3개월 전에는 약을 치지 않을 생각이어서...거의 무농약상태인 상품을 만드는게 목표이다.
작년에도 남들 주는 약의 절반도 주지 않았지만 그때는 나무 특성을 다 파악하지도 않고
욕심을 부린 것을 올해야 깨달았기에...우선 기초체력부터 튼튼하게 다지는 일에
주력하느라...계분 거름에...유기질 거름 두배에...영양제 옆면 시비까지...
나무들이 폭식을 할만큼...듬뿍 영양 공급을 했더니 나무보다 먼저 풀들이 축제를 벌였다.
지난해 수확에 택배에...나도 그로기 상태가되어 미처 나무들에게 지난겨울
회복하라고 시비를 주어야하는것을 놓쳤는데 내가 조금 기력을 차린 2월에 나무를 보니
눈물이 날 정도로 불쌍해 보이는 것이 역력했다.나도 나무도...기진맥진해 있는 상태.
미안하다...미안하다...나무에게 수없이 속삭이면서 거름을 듬뿍 주었더니...
나무들이...반응을 했다.하루가 다르게...2월에 귤밭에 가면...내 시야가 절로 뿌옇게 되었는데
이제는 다른 집 나무들 못지않게 기력을 회복하고...내게 아우성을 친다.
정말...그렇다. 나무들이 말하는 것을...감정 표현 하는 것을 나는 본다.
햇살이 눈부신 날에는 나무들이...환호성을 지르는듯...생기가 넘치는데
날이 차츰 흐려지면 내 기분도 가라앉으면 나무들도 기색이 뚝 떨어지는것을 느낀다.
그리고 내가 나무들 주변을 노래하면서 한바퀴 돌면 내 기분으로 보아서일까...
나무들이 나를 엄마에게 매달리는 아가들처럼...마구 마구...손짓하는 기색을 나는 느낀다.
나와 나무가 하나 되어서...올해도...또 하나의 작은 기적을 꿈꾼다.
나의 사랑에 보답하는 나무들...엄마의 눈으로, 마음으로 그들을 보살피는 것을
나무들이 온 몸으로 느끼고 표현하는 것을 나는 본다.
아이들아...사랑한다...수없이 되뇌면서...그렇게 매일 매일 귤밭을 돌면서
전정도 하고, 거름도 주었더니...귤 나무들이...또랑 또랑...예쁜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중에는 아픈 아이들 몇 그루가 있는데...두어그루는 뽑아내고 남은 것은 회복이 될지를 관찰하면서
지극정성으로 돌볼 생각이다.
2월 3월...여성회관에서 여성농업인 전정교육이 있다하여 신청하였다.
전정이란 나무의 묵은 가지들을 잘라내어 새 순이 발생하여 상품군이 생기게 하고
일부는 불필요한 부분을 정리하여서 다른 부분을 보강해주는 역활을 인위적으로
조절해주는 것인데 전정을 잘못하면 농사에 낭패를 볼수있는 부분이라
아무나 덤비지 못하고 이곳 사람들도 거의 전정 기술자를 불러서 전정을 한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를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나.
전정 기술자가 태어날때부터 기술자였나하면서...또 용감무쌍해졌다.
결론은...내 밭을 내가 다 전정을 했다.^^어제 2개월간의 전정 교육을 다 마치고
각자 소감을 말하는데 보아하니 수십년씩 농사 지으셨다는 분들도 기술자를 초빙해서
전정을 했다시는데...이...간뎅이부은 아줌마...저는 혼자 다 전정 했습니다~~~하고
잘난척 했는데 선생님께서 칭찬을 보태 주신다.일개월은 이론, 일개월은 현장 실습이었는데
실습도중에도 칭찬을 받은바있는 나인지라 선생님이 내가 눈썰미가 있으시다고
정확하게 전정할 부분을 짚어내더라고 칭찬해 주신다.으흠, 으흠흠...으쓱...
이론을 복잡하게 생각하면 어렵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쉽게 접근이 되었다.
햇볕 조건을 좋게 해주는 것...그 기본에 입각하여 전정하고...
묵은 가지를 압축시켜서 새순이 발생하게 하고...
올해 결과모지(작년에 난 새순)를 바탕으로 올해 생산량을 예측하고
과경지(작년에 달린 나뭇가지)를 정리하여 내년에 날 예비지를 설정하고...
그리하여...눈이 조금 떠지자...자꾸만 전정을 하고 싶어졌다.
선생님 말씀...전정하고 싶어도 참는것도 전정 기술이라셨는데...
전정 배우러 가는 날 외에는 매일 밭에가서 전정을 하고나니 요즘 손 아귀가 많이 아프다.
멈추지를 못하니...손이 아프게해서라도 멈추게 하려는 하늘의 뜻인지...이제 전정 그만~~~~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귤 나무들이 하늘에 탄원서라도 낸건가???
이리하여...올해는...전정 전문가로 거듭 났다고 또 만천하에 자랑하며....^^
올 봄에는 남편이 작년보다는 많이 협조적이다.작년에는 바다로, 바다로, 맘이 내달려
쉬는 날이면 낚시도구 챙겨서 내가 일어나기도전에 도둑 고양이 빠져 나가듯
어느새 바다로 달려 가시더니(난 은근히 불만이었다.) 하늘이 내 편인지
낚시 갔다고 혹시나 자연산 생선회라도 맛볼까하고 기대하였지만
새끼 한마리도 못 잡고 빈 바구니만 들고 오기를 반복...내심 김 빠지기를 기대했었지.
슬슬...재미가 떨어 지셨는지 아니면...전혀 예상치 못한 선전을 한 마누라에게
관심 내지는 기대심리가 동하셨는지...올해는 내가 애걸복걸 하지 않아도 쉬는 날이면
내가 밭에 가는데 슬며시 따라 오신다.^^
작년부터...주변 정리를 하고 싶었지만 미처 농삿일 따라 가기도 벅차서 헉헉 대었기에
엄두도 못내었던 주변 삼나무 가지 정리를 슬며시...남편에게 안겼다.
전정은 기술자인 내가 하면서...
남편도 황소띠이다.내가 남편과 결혼을 하기로 결심 했었던 것은 우직성실하다는 것.
능력은 탁월치 않아도 일을 할때는 꽤 부리지 않고 우직하게 해내는 것을 보고
탈노처녀를 선언했던 것이다.그런 남편이 몇년전서부터 진이 빠졌는지 슬슬...
내게 어깨를 기대 오려고해서 내가 몹시 부대끼던 차였는데 모처럼...
남편의 그 옛날 우직함을 보여준 업적이다. 이 삼나무 가지 정리가...
이 일로하여...10년 묵은 불만들을 다...용서해 주기로...ㅎㅎ...
그동안 시나브로 먼지 쌓이듯이...첫마음은 어디가고...그대 너무 무거워하며
자꾸만 등 떠밀어내고싶던 그 마음을...이렇게 우직하게 열심히 해내는 것을 보고
다...용서해주리다하며...해묵은 구원들을 날려 보냈다.^^
한가지 더...지난 일요일...작년에 내가 기를 쓰고 일군 밭을 정리해서 씨앗을 뿌릴 요량으로
텃밭 정리를 했는데 남편의 또 하나의 업적...고마운 맘에...이렇게 치하한다.
(안해 주다가 이렇게 해주니 감개무량)올해는 들깻잎을 많이 심어서...
무공해 들깻잎 장아찌를 만들어서...나눌 만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있다.
중간에 파랗게 남은 것은 작년에 뿌린 부추...
이 밭에서 작년에는 오이도 맘껏 땄고, 참외, 조롱박 고추 등등...
텃밭의 재미를 솔솔 보았는데 올해는 거름도 좀 주어서 제대로 해보는 소망을 갖고 있다.
돌아온 남편...웬일일까?ㅎㅎ....
요즘...나도 남편에게...기를 불어넣어 주느라...
몸과 맘이 분주한 봄날이었다.으쌰,으쌰, 아자 아자...
매일 아이들과 남편에게...그리고 귤 나무에게.....
2007년 춘 삼월은...해묵은 때를 벗고 거듭나기가...과제였다.
we can do it!
2007.3.31.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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