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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밭

2년만의 결실 앞에서...

by 농부김영란 2006. 12. 3.

 

 

지금까지는 모놀로그 형식으로 1인칭 화법으로 썼는데

이번글은 아무래도 예의를 갖추어 2인칭 화법을 써야할것 같습니다.

그동안은...살아가는 이야기를 기록이라도 해 둘 요량으로 마구 감정을 발산하며

예의를 갖추지 않고 일기형식으로 퇴고도없이 글을 올렸었지만

이번에 제가 귤 판매를 하면서부터...저의 예상보다 훨씬 더...큰 응원을 해주셔서

지금...감정을 못 추스릴 정도랍니다.작년에는 곁눈질하면서 배우는 차원에서 한해를 보냈고

그 결과가 참담하여 후에...아픈 마음을 토로한 적이 있었기에

올해는 정말 제대로 해내어서...좋은 소식을 드려야겠다고 굳게 다짐을 하면서

부대끼는 시간이 올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걸어왔었는데 이제 결실을 하고

또 용기를 내어 제게 관심을 주시는 분들께 선까지 보이게 되어서 감개무량입니다.

 

언제 퇴직할지도 모르는 남편 옆에서 수년전부터 가슴을 졸이며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여오다가 3년전에 이곳 서귀포로 오게 되었습니다.

서울에 있을때 늘 소망이 시골로 가서 자연속에 살고싶다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그것이 현실적으로 아이들 교육 문제와 생계비를 어떻게 해결할것인가의 고민에 봉착하니

용기를 낼수가 없어서 훗날을 기약하며 가슴에만 묻어두고 오다가

남편이 이곳으로 발령이 정해지는 바람에 이곳 서귀포에 이사와서보니

전원도시에다가 우리나라 그 어느 도시보다 아름답고 청정한 곳이라

앞뒤 생각지 않고 눌러 살기로 결정하여 작은 귤밭 하나를 구입했습니다.

평생 소망하던 바를...미루기만 하다가는 아무것도 해낼수가 없을것같은 절박함을 느끼고

밤을 세워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현실적인 모든것을 포기하지 않고서 내가 살고싶은대로 살아볼 꿈을 꾼다는 것은

그냥 꿈으로만 남기가 쉽다는 것을 깨닫고, 내가 살고싶은대로 살고자하면

어떤 것을 버려야하는지를 용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농사를 짓기로 결정을 내리는 일은 다른 어떤 일보다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현실을 감안하면 고민되는 부분이었습니다.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는 이유가

현실적으로 고된 노동에 비해 댓가가 미미할뿐만 아니라...

그 일이 다른 어떤 일보다도 고된 일이기도 하기때문이지요. 

혹자는 저더러 하고싶은 일을 하니 부럽다고도 합니다만 그분께 농사를 제대로 지으라하면

선뜻 용기를 내기가 어려울것 같습니다.조금 소일삼아...생계 걱정 하지않고...그런 수준이라면

재미로 해 볼수도 있지만 생계까지 해결해야할 농사라면 쉽게 덤빌 용기가 나지 않을겁니다.

저도 아직은 남편이 회사를 다니고 있고...바램은 최대한 오랫동안 회사를 다녀 주었으면 하지만

미래가 불확실하므로 현실문제를 간과할수는 없지만 이제는...나이가 주는 깨달음인지

비워야 할 시간에 다다랐는지...작게 벌면 작게 쓴다는...작은 깨달음에 도달하여

초보농부로서 첫발을 내딛게 되었지요.이런 이야기는 혹여 저처럼 귀농을 생각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까하여 현실적인 이야기를 잠깐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릴때부터 식물을 유난히 좋아하였고, 자연을 보면 그 어떤 것보다도 행복해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전 그 어떤 상황에서도 화분이라도 키우며 식물과의 교감을 늘 하여 왔었는데

저는 이론적으로는 알려고하지도 않고, 알지도 못하여도 제가 키우는 식물들은 거의가

싱싱하게 잘 자랐습니다.서울에 20년을 넘게 살았는데도 질식하지 않은 이유가

늘...제 곁에는 화분이 다른 가구보다 많았었습니다.남이 키우다 죽어가는 것을 버리면

주워와서 돌보면 신기하게도 다시 살아나서 새끼를 치고...특별한 거름이나 분갈이를 하지 않아도

그들이 자라는 과정을 눈여겨 봐주고, 최고의 거름인 햇볕과 바람만 잘 쐬어주고

물만 잘주면...무럭무럭 잘 자라서...저도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전 식물이 감정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늘 눈을 맞추고...변해가는 과정을 일일이 살피며 사랑스런 눈길로 돌보면

식물들이 싱싱하게 하루가 다르게 잘 자라는 것을 느꼈었습니다.

그런 저였기에 화분에서가 아니라...넓은 흙에서, 자연속에서 맘껏 식물을 키워보고싶다는

소망을 늘 가지게 되었고  그것이 제가 농부에까지 도전한 배경이 된것입니다.

 

작년에는 귤밭에대해 너무 몰라서 일단 병작형태로 배우면서 하기로하였는데

그 과정은...제가 그동안 썼던지라 생략하고 올해는 제가 전적으로 혼자하게 되었는데

남편은 회사일도 바쁘려니와 농사에는 관심이 전혀없고 쉬는 날이면 낚시에 심취하여

농사는 온전히 제 몫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것이 속상하기도 하였으나

어차피 내가 좋아서 선택한 일이니 온전히 홀로서기를하여야만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서는

전정, 김매기,거름주기, 소독하기...농업기술원과 농사 선배의 말을 경청하며

때를 놓치지않고 돌보면서도...초보이면서 욕심을 부렸습니다.절대로...건강한 먹거리 생산.

거기에 촛점을 맞추고 가려니...일은 몇배나 많았습니다.그렇게 봄, 여름을 보냈지만

막상 결실의 계절을 앞두고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생산은 했다하나 판매는 어떻하나하는....

제대로 결실이 되어줄까하는 고민...

그래서 내가 원하는 상태까지 이르지 못하면 개별판매는 하지않고 헐값에라도

상인에게 전량 팔 생각이었습니다.그런데 10월중의 날씨가 일조량이 좋아서 맛이 잘들고 있어서

조금씩 용기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제가 요리사를 한 덕분에 미각 훈련을 하여서

맛에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지라 제 입맛에 아니다 싶으면 시중에 내 이름으로 내지 않겠다고

생각하였는데 내가 원하는 최고의 맛은 아니지만(일부는 그 맛에 도달한것도 있지만)

시중의 평균이상은 되는지라 일단 개별 판매도 병행해 보기로 한 것입니다.

제게 관심을 가지고 그동안의 과정을 지켜봐 주신 분들께...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여

소개하는 일이 농민의 몫도 된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었습니다.

먹거리가 건강하면...병에 걸릴 확률도 줄어드니...어쩌면 예방의학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베테랑 농부들이 일품이 많이 들고 실패하기 쉬운 농법이라 포기하는 농법이

친환경 농법이라 생각하는데 소량으로 생산하여서는 생계유지가 안되고

대량생산을 해야만 그나마 수지타산을 맞출수가 있는데 그렇게 대량생산을 하려면

일일이 풀 뽑고, 세세히 돌볼수가 없기에 어쩔수없이라도...

쉬운 방법을 선택할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대량생산은 또한...가장 쉬운 방법이 농약과 제초제로 농사하는 것이지요.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민이 설수있게...소비자가 선택을 잘하여야 할 부분인것 같습니다.

농약은 자연과 사람에게 독성을 남겨서 병이 들게하고...그렇게 악순환이 될것입니다.

 

저는 요즘 수확을 하면서...신기한 관찰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상인도 우리 귤이 깨끗하다고하며 다른 사람보다 값을 더 쳐준다하였고

농언기술원에 당도측정하러 갔을때도 귤이 깨끗하다고하며 브랜드 납품하게 가져와 보라고 하여서

제가 귀를 의심했었습니다.소독도 제때 못하여서 발을 구른 적도 있었고(한달에 한번정도)

남들보다 농약을 훨씬 적게쳐서 표면이 심하게 궂으면 어떻허나하는 걱정이 컸었는데

일부...가장자리쪽은 깨끗하지가 못한데 제가 발걸음이 많이 닿았던 쪽들은 제가봐도

티하나없이 개끗한 것들이 많아서 스스로 놀랐습니다.티도 없을뿐 아니라 색깔도 싱싱하게

건강한 것이 다른 집 귤보다도 싱그럽게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10월중에 햇볕이 좋으면서 점점...건강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수확하러 온 사람들도 다른 집보다도 깨끗하고 당도도 좋다고 이구동성 말하고

제가 1차 택배 보낸 것도 일일이 익은것만 골라서 보내기는 하였지만

모두 극찬을 해주시는지라 제가 도대체 왜 이렇게 되었나하고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잘 알지도 못하고 온 길.

분명히 작년과는 다른 느낌의 결실의 원인이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보니...

설명하기가 오묘한 부분이 뭔가 있는것 같습니다.

제초제를 뿌리지 않아서 흙속의 미생물들이 열심히 일하여 땅을 조금 살린 결과 당도가 올라갔고

그리고...내가  해 준것도없지만 마냥 이뻐하면서 많이 바라봐준 부분이 훨씬 빛깔이 좋다는 사실.

농사에는 초보지만 제가 그동안 식물을 키우면서 무한정 사랑스런 눈길로 바라봐 주는 것을

식물도 아는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자식같은 귤들이 이제...저의 손을 떠나서...많은 사람들께로 갔습니다.

일부는 좀 미흡한 물건이 갔을수도 있지만(나무마다 다 달라서)

나무에서 자연숙성시켜 내보내느라 일손이 훨씬 많이 들지만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것으로 보내 드려서...절위해 물심양면 도움을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누가되지 않도록 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저도 그동안 살면서...여러 지인들이 소개하는 물건을

안면봐서 사주기도 하였지만 그 중에는 뒤가 개운하지 못한 일들도 많았었기에

혹여 저로하여 제 귤을 소개해 주시면서 누를 끼칠까 싶어서 그 부분이 가장 염려가 되었습니다.

이번에...제가 상상치 못했었는데 그동안 절 아껴주셨던 블러그의 지기님들과

나의 친구들이 내 일처럼 나서서 홍보를 해 주시니...저의 예상과 목표치보다

훨씬 더 반응이 좋은것 같습니다.일부러 홍보하려고 쇼핑몰을 연것도 아니고

이웃 블러그도 잘 다니지 않는 제가 제 블러그에만 살짝 올려놓고...

인연이 되는 분들과만 나누려고 작게 목표치를 세우고 있었는데...

절 이렇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니...얼마나 감격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미 마음으로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1차는 절위해 애써주셨으나 이제는 제 귤이 스스로 홍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리사는 요리로 말해야하고, 귤 농부는 귤로서 말해야한다는 지론을...가진 저라...^^

지금 나가는 택배는 제 생각에 시중에서 최상품에 속하는 물건들일 것 같습니다.

저의 밭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것들로 출하하고 있으니 남은 물건들은 좀더 싼값에 상인에게

넘길생각이라 전체를 따지면 제가 상인에게 편하게 넘기는 쪽이 이익일수도 있겠지만

절 전적으로 믿어 주시고, 절 응원해 주시고,끝까지 지켜봐주시는 성원에 보답하기위해서

제 마음에 드는 물건들만 택배를 보내고...물건이 떨어지면 택배 종료할것입니다.

아직은 택배 물량이 충분하고...종료시점쯤에는 미리 공시 하겠습니다.

저는 12월까지는 귤밭에서 살아야 할것 같습니다.지난번에 비가와서 비상품이 많이 발생했고

그것을 처리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릴것 같습니다.

어느정도 정리가되면 절 도와주신 분들께 어떤 보답을 해야할지도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리고...제가 며칠전에 밭에서 일하다가 한기가 들더니 감기가 왔는데

일이 많아 쉴수도 없기에 귤밭에서 나무마다 맛보느라 귤을 많이 먹었더니

신기하게도 감기가 많이 가라앉았고 어제는 아침향기님이 소금물에 씻어서 호일에 싸서

오븐에 굽거나 전자렌지에 껍질째 구워서 먹으면 감기에 좋다는 방송을 보셨다기에 그리 했더니

감기가 한결 가신것 같습니다.올겨울 감기걸리면 한번 이렇게 자연 요법으로 치료해 보시기 바랍니다.

보내 주시는 성원에......큰 감사를 드립니다.

 

2006.12.3 英蘭

 

 

 

 

 

 12월이 되니 날씨가 다릅니다.저는 성숙과를 위해 수확을 미루다가

지지난주 계속 비가 오는 바람에 일을 못하여 미리 택배가 나가긴 했지만

아직 상품 수확이 덜 끝난 상태인데 이곳 제주도도 토요일 눈비가 내렸습니다.

한라산에는 함박눈이 쌓였는데 눈이 내리니 농심은 발을 구르지요.

작년 경험으로 12월내내 눈이 내려...눈 맞은 귤은 비상품이 되더군요.

지지난주 수확적기라서 수확을 예정하고 있는데 일주일에 세번 비가오니

이틀밖에 일을 못했는데 그때 비상품 정리하고 상품만 남겨 놓았었는데

비가 오면서 부풀어서 비상품이 대량 발생해 버렸습니다.

이래서 농사가 어렵다는 것을 또 한번 가르켜 주네요.

그리고...관찰한 바...날씨가 추워지면서 껍질이 두꺼워지고 속에 섬유질도

질겨졌다는 것을 느꼈습니다.스스로가 추위에 방어하려는 보호본능임을 느꼈구요.

그래서... 다음 택배가 1차 내보낸 택배보다 질이 떨어지게 느낄수있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일요일 아직 수확이 덜 끝났지만 약속한 택배를 지키기위해 택배 작업을 하면서

일부 부풀어서 신선함(탱글탱글함)이 줄었다는 느낌이 있어서 고민하면서 포장을 했는데

나무마다 달라서 괜찮은 것도 있고했는데...

일단 내 보냅니다만 제 맘에 흡족치 못합니다.어떤 분은 최상의 상품이  갈것같고

어떤 분은 조금 질이 떨어지는 것도 있을것 같아서 혹시나...

마음에 안드시는 분은 댓글이나 메일을 보내 주십시요.(일부 제 맘에 안드는 물건이 있었습니다)

너무 익어서 부풀기도하고 비가와서 부풀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다른것으로 대체해 드리겠습니다.

월요일과 화요일 택배를 나누어서 보내 드리겠으니....혹여 화요일 받지 못하시는 분은

하루만 더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가내수공업(^^)이다보니...그리고 처음으로하는 택배다보니

밤 늦게까지 창고에서 작업을 하지 못하여 겨울해가 짧아서 일이 더디게 진행 되네요.

작은 밭 하나를 가지고 낑낑 대고 있답니다.

생물이라 조금씩 차이가 있더라도 감안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밤중에 일어나서 긴 글 올리니...혀를 내 두르시나요?ㅎㅎ...

밭에서 오자마자 아이들 밥주고...그냥 주저앉아 자고 일어나면 한밤중이라서요.ㅎㅎ...

수확이 정리되면....고마운 분들께 제가 드릴수있는 마음을 연구해 보겠습니다.

너무 너무...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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