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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밭

풀과의 한판 승부

by 농부김영란 2007. 5. 22.

 

 

제대로 한번 쉬어 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억세게 일을 한것 같지도 않고

특별히 빛나게 해 놓은 것도 없는것 같은 봄날이...이제 거의 다가고 있다.

그냥 귤밭 하나만 감당 하여도 초보 농부에겐 녹녹치 않은 일상일텐데

제때에 뿌려야만 되는 씨앗, 모종에 구절초까지...그리고 해바라기, 도라지 밭...

나무의 수세를 돋운다고 발효 계분 거름에 유기질 비료, 엽면시비, 강전정 등으로

나무들은 눈에 띄게 건강 해졌는데...그 밑에...풀들 또한...그 기세가 하늘을 찌르게 되었다.

작년에만 하여도 저 풀들이 거름 다 먹는다고 발 동동 구르며 보름동안 식음을 전폐하며(ㅎㅎ...)

기어이 다 뽑아 버렸건만...그새 꾀가 늘었나...3년차 농부의 여유를 부리며

차일피일 미루다가...도저히 봐줄수가 없는 단계에까지 와 버렸다.

풀들이 자라도 다시 거름이 될터인즉...하며 여유를 부린 탓이었는데

정말 봐줄 수가 없는 상황에 어느새 이르렀는데 작년에 그 풀 제압하다가

손목이 가는 바람에 올해는 자꾸만 피해갈 궁리만 앞선다.으..일이 무서워~~~요렇게 ...

그래서 드디어 용기를 내어서...거금을 들여서 예초기를 장만키로 하였다.

부지런한 이곳 어른들 지나 다니시다가 혀 끌끌 차시는게 눈에 선하여...

 

 

 

 

 

남들이 하는거라면 나도 할수가 있어...아니 해야만 한다...그렇게 맘 다잡아 먹고

여자들은 힘들다며 만류하는 것을 매일 풀 뽑느라 시간에 쫒기느니 며칠만에 승부내고

앓는게 낫다고 생각...농자재 구입센터의 담당자는 한번에 시동을 거는 것을

팔힘이 없는 난 20분이나 낑낑대며 진을 다 빼고 나서야 시동을 걸고서는

드디어...수류탄 갑옷을 온몸에 감고 적진을 향하여 돌진하는 특공대처럼 풀을 향해 돌진했다.

칼날형은 위험타하여 롤형을 교체하여 ...풀들아...내가 간다~~~~

속사포 수류탄을 마구 발사하는 것처럼 풀들이 초토화 되었다.

그 대포같은 소리하며...예초기의 진동에 떨리는 내 몸이 전쟁터에서

마구 수류탄을 쏘는 병사같은 기분이 들었다.그 무게는  내 팔힘이 감당 하기에는

좀 벅찬 무게였는데...2-3시간 하고나니...온 몸이...녹아 내리는 느낌...

다음날...온 몸이 안 아픈데가 없었다.그래도...풀을 초토화시키고나니...속은 시원하다.

 

 

 

 

 

작년 여름 장마철을 보내보니...일주일만에 풀이 한길씩 자라는 것을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생기지않아 어차피 살것을 미리 사자며 산 예초기....

3일 예초하고 일주일 앓더라도...하며...

앞으로 우리 귤밭의 풀들...모두 각오하기를...

풀만 정리 되어도 한결 마음이 가벼울것만 같다.일에 치이지 않고

시간 여유가 좀 생기면...차 마시는 작은 공간 하나 만들고 싶은 맘 굴뚝 같은데...

원두막을 하나 만들고 싶다고 이 궁리 저 궁리 하는 것을 보고,선배언니가 한 말씀...

그런 거창한 계획은 경제개발5개년 계획 달성하는 것만큼이나...힘든 계획이 될터이니

그냥 창고 한켠을 치우고 탁자 하나만 놓으란다.

창고카페 하나 만들까 말까...또 궁리 중이니...내가 언제나 일에서 놓여날꼬.

 

 

 

 

 

2007.5.22.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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