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월요일부터 귤을 수확하기로 계획 했었다.
당도를 최대한 올리고 산도를 줄이기위해 수확 시기를 뒤로 최대한 늦추려고
시간을 재면서 카운트다운을 세고 있었다.11월 중순에 잘 익은 것들로
당도 측정을 한 결과 귤중에 최고 브랜드인 불로초 귤 수준에는 조금 미달이어도
귤림원 수준에는 도달했기에 내심 가슴이 두근 거렸다.
10월 내내 일조량이 좋아서 귤이 맛있게 잘 익을것 같았다.
덜 익은 귤을 미리 따서 강제로 산을 뺀다든가 착색한다든가 인위적인 방법을 가하지 않고
나무에서 자연 숙성 시키는 것이 내가 지향하는 바라 일손도 없으면서
하늘이 날씨를 도와주기만을 바라면서 최대한 수확을 뒤로 미뤘다.
11월 말이 다가오면서 이제는 일손도 없으니 더이상 미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월요일부터 수확 날짜를 잡았다. 남편도 밀린 휴가를 지금 신청하라 해놓고서...
그런데...토요일 일요일 비가 내려서 월요일 화요일을 수확을 할수 없었다.
남편의 황금같은 휴가를 그렇게 보내고선 수요일 둘이서 작업을 했다.
올해 농사를 지으면서...난 결정을 내릴때마다...가슴을 옭죄어야만 했다.
관행적인 방법을 지양하고...내가 추구하는대로 가보기...가...용기를 마디마디마다 내야만 했다.
일손도 없으면서...잘 익은 것으로만 구분 수확하라고 주문을...
그러니...일이 줄어 들지를 않는다.그래도...끝까지...내가 세운 원칙을 지킬테야...
그렇게 다짐하는것이 내심...흔들리려고 할때가 많았다.보편적인 지름길이 있는데...
고집 부리다가 본전도 못찾은 적이 한두번인가...싶어도...
내가 이 길을 들어 설때는...이제는 남은 인생...머뭇거리지 말고...두려워도 말고...
내 소신껏 가보리라 다짐에 다짐을 했던터라...
그리고...음으로 양으로 나를 응원해주면서 지켜봐주는 따뜻한 눈길을 실망시키지 말자는 마음으로...
그러다보니 남편과 하루 작업한 분량이 얼마 되지도 않는다.이때쯤은 좀 덜 익은 것도
모조리 따는데 나는 또 고집을 부리며 조금이라도 덜 익은 기운이 보이면 따지 말라고...
그렇게 수요일 하루 일하고....목요일...또 비가 내렸다.
자꾸 비가 내리면 일도 늦어 지려니와...당도도 묽어지고...귤도 부풀기 시작하여 저장성이 떨어진다.
토요일에는 입이 바삭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이웃에 지기들을 통사정하여 두사람 일손을 구하였다.
그것도 주말에만 쉴수있는 사람에게...겨우 쬐끔 일을 줄이고....
일요일 밤...또 비가 내렸다.어휴.......농사의 어려움을 또 실감한다.
농사 다 지어놓고 발을 동동 구른다.이틀 작업한 양으로 약속한 택배 준비를 하기로 하였다.
내가 소신껏 농사를 지었다고하나...뭘 잘 알지도 못하고(모르기때문에 농사에 도전했다고 하더라만)
무조건 열심히만 하면 길이 보이겠지하면서 왔는데 지금까지는 그런데로 잘 와주어서
미리부터 은근히 좋아라하고 있었는데 농사는 마지막까지 가봐야 한다는 것을
지금 가르켜주고 있나부다.오늘도 바깥에서 내리는 빗소리....농심이 저리고 아프다.
일요일...세 아이 데리고 남편과 밭에가서 창고에서 월요일 택배 보낼 작업을 시작했다.
택배까지 덜컥 시작했으니...일도 더 많다. 처음에는 내가 약을 덜치고 일년내내
밭에가서 살다시피하며 키운 귤이 아까와서 가까운 지인들과만 나눌려고 했는데
상인에게 전량을 넘기는 것이 안타까와서 용기를 내어 시작해보기로 한 택배가
내가 예상한 것보다 더 응원이 많아서(내가 선전(?)을 한것은 오직 내 블러그 뿐이라서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나를 전적으로 신뢰해주는 고마운 지인들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 주신것 같은 생각이 들어 눈물이 날만큼 감동 하였다)
1차 택배를 하루라도 빨리 보내 드리려고 작업을 하였다.어차피 비가와서 수확도 못하고...
그런데 택배도 보통일이 아니다.아이들이 일일이 비상품을 골라내고 아이들은
먼지도 닦아 주었다.짠돌이 엄마는 아이들에게 용돈을 벌 기회라며...
나무 한상자 고르는데 200원씩 주마...하며...당근을 내걸었다.
우리 아이들은 다행이...그동안 엄마의 근검 알뜰을 늘 보아와서인지...
요즘 아이들의 과소비와는 거리가 멀다.
"엄마, 200원도 많아요"한다. 아이구...이쁜 것들...그래 열심히만 해봐...엄마가 보너스도 주지...
아이들은 끝말 잇기와 영어 끝말 잇기, 노래 부르기등을 하면서 비상품을 골라내고
남편은 포장을 했다.포장하기도 빈공간이없게 채우려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나는 양쪽을 다하면서...응원을 했다. 위의 종이 구멍에 큰 것은 통과하여야하고
작은 것은 통과하지 않는 것들만이 상품이고 그외의 것은 비상품이라 하는데
9번과같은것은 그냥 보아서는 아리송하다.통과하지 않는 것은 미련없이 빼라고 주문하고
그래도 내가 혼자서 다해낼수가 없으니 어딘가 미진하지만....어찌 100% 만족할 수가 있겠는가?
아이륻이 하루종일 일해서 번 돈은 한사람당 4000원 남짓한데 내가 보너스를 얹어서 5000원을 주었더니
손목이 얼얼하다면서도 좋아한다. 돈을 버는 것이 힘이 들다는 것을 체험했으니
쓰는 것을 아껴서 잘 쓰라는 주문도 잊지 않는다.
오늘...또 비가 내린다.오늘도 수확을 못하게 생겼으니...작업을 못하여 택배에 차질이 생겼다.
1차 이미 입금을 시키고 기다리시는 분들께 미안하여 그 분들께만 먼저 1차 보내고
수확을 하는대로 다시 2차 택배를 해야할것 같다.
지금 계획대로 되지않아 가슴을 졸이는데...어찌 하겠는가? 하늘이 하는 일을...
쉼호흡을 크게하고...다 잘될거야하고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다.
이번에...내게 보내 주시는 큰 마음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있다.
물심양면 내 일처럼 달려와 손을 잡아 주시는 분들께는...그 고마움을 두고두고 잊지 않으리라고
생각해본다.인연에대해 생각해 본다.베푸는 의미도 생각해본다.큰 마음도 느껴본다.
마음과 마음의 길을 보았다. 수확때문에 애 태우고 있어도...
믿음을 보았어서...한결...마음이 따뜻해지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2006.11.27.英蘭
입금하실때 제가 알수있도록 성함과 닉을 함께 표시하여 주셨으면 합니다.
아니면 입금하시고 메일이나 댓글로 보낸 성함을 알려 주세요.
지금 몇분을 찾지 못하여 안타까와하고 있습니다.
(성함을 밝히기가 실례될까봐 공개수배(?^^) 합니다.
24일부터 입금하신 분...메일 주세요.
제가 처음이라 모든게 서툴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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