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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어려운 동업자, 남편

by 농부김영란 2006. 12. 12.

 

 불과 한달전만해도 전 수확도 걱정이지만 판매도 어찌하나하고 고민하고 있었지요.

매일 매일 관찰하면서...당도를 측정하면서...내 맘에 들지않으면 개별판매는 않는다고

결심하고...하루 하루 조바심을 내면서 지켜보고 있었지요.

그런데...11월들어서면서...초보인 제가봐도 귤이 너무 이쁘게 변해가는 것이었답니다.

색도 아주 곱게 나고 날씨가 좋아 당도도 점점 올라가고...판매를 결심하기 바로 직전인

11월 16일 농업 기술원에 의뢰한 다섯개의 귤이 모두 11.5브릭스 12브릭스...산만 빠지면

최고 브랜드인 불로초 귤에 근접한지라 12월초가되면 산이 빠져서 브랜드 귤에

합격할것 같다고하여...개별판매를 결심하게 된것이지요.

지금 수확하고있는 것은 어떤 것은 13브릭스까지도 올라간 것이 있는것 같습니다.

지금 모두들 맛있다고 해 주시는 이유가 거기에 있지요.그리고 제가 관찰한 바

저의 귤은 다른 귤보다도 시원하게 느껴지는 무엇이 있는것 같습니다.

농축된 진한 맛은 아니지만 시원하고 상큼한 맛이 나는것을 느꼈습니다.

전년도에 불로초 귤을 수확한 사람의 수기를 읽으면서 저도 구분 수확을 하고

나무에서 최대한 숙성 시키고하여 제가 브랜드 출시를 하지는 않았지만

거의가 그 수준에 도달한 맛이 된것 같습니다.그러는 바람에 인건비가 세배가 들고서도

아직도 수확을 끝내지 못한 단점은 고스란히 감수해야했지만 올해는 제가 수입보다도

신뢰를 얻은 일이 무엇보다도 큰 수확이라 여깁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제 친구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그동안 우정을 쌓아온 블로그 언니들,친구들

그리고...제가 판매를 시작하고서부터 알게된 새로운 따뜻한 인연들...

그것으로 충분히 보상 받았다고 생각 합니다.전 제가 감당하지 못할만큼 큰 것은 바라지 않기에

제가 혼자 소화해낼수 있는 만큼만, 그리고 즐겁게 할수있을 정도만을 원하기때문에

더 널리 광고하지 않았지만 처음부터 절 믿고 무조건 주문해주신 여러분들 덕분에

이미 전...제가 한달전에 조심스레 세웠던 목표치 100박스를 훨씬 넘어 버렸지요.

올해는 100 박스만 팔고 내년엔 200박스...내 후년엔 400박스...그렇게 계획하고 있었는데

년말까지 판매하면 얼마나 팔게될지....이미 목표치는 넘었으므로 ...노래를 부르고 있답니다.

 

 

 

 

저도 예상치 못한 바였습니다.처음에는 저의 남편도 무슨 인터넷 판매까지 한다고하나하며

믿지 못하는 눈치더니...과정을 지켜보니 그게 아니다싶은지...요즘은 얼마나 적극적으로

도와 주는지 모른답니다.그래봐도 수입으로치면 남편 월급의 1/5도 안되는 것인데도

요즘 휴가까지 내어서 적극 도와주고 있어서 큰 힘이 되고 있답니다.

남편에게 제가 농삼아 말하지요.전국지사가 몇개인데...하며...^^

서울지사,용인지사, 인천지사,대전지사, 대구지사,속초지사,안동지사...심지어...미국지사까지...ㅎㅎ...

그렇게 전국적으로 모두 발 벗고 나서 주셨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제는 제 귤을 드신 분의 추가 주문이 이어지고 있기에...

처음에는 저에대한 믿음으로 주문해 주셨고 이제는 제가 원하던 귤로서 주문이 이어지게 되어

제가 얼마나 기쁜지 모른답니다.아직도 수확이 끝나지 않은 이유는 처음부터 구분 수확을 한데다가

제가 계속 까다로운 주문을 했기에 일이 끝나지가 않아서 이 부분 남편과 자꾸 마찰이 생겼습니다.

남편은 일은 산적한데 제가 너무 완벽하게 최선만을 고집하니 답답하여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라고 윽박(?) 지르지만 전 절대 물러서지 않으니

몇번이나 부딫쳤는지 모른답니다.자꾸 티격태격하니까 아이들이 엄마아빠가 똑 같다고 말합니다.

저도 한고집하는데다가 두고집하는 남편이 만났으니 ...

그동안은 제가 주로 물러서서 양보했는데 이번은 제 의도대로 해야만 한다고 우깁니다.

절대 물러서지 말아야 할 부분이 살면서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첫 농사이기도 하지만 저의 첫 사업이기도 한 판매이기에 수입을 고려치말고

하나하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지론이고 옆에서들 보면 남들 서너배의 인건비를 들이고

일일이 닦고 하나하나 담고, 일손도 없는데 기가 막힌다는 반응이지만.....

전 제 고집대로 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 혼자 다할수는 없으니 제 맘에 안드는 것이

많이 보였지만 혼자 다 해낼수는 없으니 어쩔수없이 적당한 타협을 해야만 했습니다.

남편에게 선언 했습니다. 내가 사장이니...내가 하라는대로 하라고...ㅎㅎ...

그런데..안하던 사장을 해보려니...도대체 종업원이 내 맘에 쏙 들지를 못하네요.

남편은...남들 서너배의 일을 척척 해내기도 하지만 섬세한 부분이 부족하여

제 맘에 안드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을 지적하면 들은 척을 않고 자기 주장대로만 하려고 합니다.

속으로..."절대로 남편하고 동업하지는 말아야 해"하면서 도리질 하면서도

한편 누가 남편만큼 몸 아끼지 않고 저리 해주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고맙다가도

자기 맘대로 하려고할때는 답답해서 가슴을 치게 됩니다.

 

 

컴퓨터를 배우면서 옆에 함께 배우던 분 중에 작년에 출시한 하트감귤을 하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래서 캡슐 몇개를 얻어서 올해 몇개 하트 감귤을 만들었습니다.열개중 서너개만 성공했는데

내년에는 선물용으로 만들어 볼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남편은 열흘동안 휴가를 내어서 도와주었는데 5일은 비가와서 제대로 못했지만

남은 시간 저와 싸우면서도 정말 열심히 도와 주었습니다.아직도 제 일이 끝나지 않은것은

순전히 제가 일을 어렵게 고집했기 때문이어서 남편에게 한편은 미안하지요.

남편은 입술이 다 부르트고, 전..오줌소태로 서있지도 못할 상황까지 왔지만 (추운데 오래 서 있어서)

그래도 쓰러지지않고 아직까지 버티는 것은 순전히 보내 주시는 사랑과 응원때문이지요.

한 분 한분의 주문을 박스에 담으면서...하나도 소홀하면 안된다고 자꾸만 잔소리를 하는 저와

잔소리를 제일 싫어하는 남편이 티격태격 하면서도...속으로는 서로를 몹시 고마와하고 있음을 압니다.

우직한 소띠인 저와 동갑내기 남편인지라...서로 말로서 못하는 말을 이 하트 감귤로 대신하려 합니다.

그리고...우리의 이런 모습 그대로를 늘 사랑해 주시는 여러분께  이 하트 감귤을 드립니다.

여러분.....절 사랑해 주시고 제 귤을 사랑해 주셔서...너무나 감사합니다.

 

2006.12.12 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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