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내내 기진 맥진 하면서 보냈습니다.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는 한 주였습니다.비상품 수확부터 시작한지가
이미 한달이 넘었으니 그동안도 많이 버티었던 셈이지요.
아직도 억센 일에 단련이 못된 내 체력이 지난주부터 계속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하루도 쉴수없는 처지인지라 비가오면 택배 작업에 날이 개면 수확에
저녁에 집에오면 피곤하여...실은 먹는 것도 대충 소홀한 댓가도 있었겠지요.
이번 주는 기력이 바닥에 가서 그냥 서 있어도 주저 앉았습니다.
마냥 깊은 잠 속으로 빠져 들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들었습니다.
머리카락 한올, 손끝마디 하나 하나 안아픈 구석이 없었습니다.
옥돌매트를 최고 온도로 해 놓고서도 몇시간이나 뜨거운 줄 모르게
몸에서 얼음같은 바람이 쏟아져 나오며 떨립니다.
그래도 내게 주어진 일, 내가 선택한 일,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 정신력으로 버티어 왔는데 그것도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니
어제까지는 정신이 멍하니...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을 이곳 사람들은 해마다 거뜬히 치러냅니다.
저보다 훨씬 많은 일을 저보다 훨씬 먼저 끝내고서 말끔히 정리하고 이미...
과수원도 사람도 휴식에 들어간 부지런한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 분들이 보시면 손바닥만한 것을 가지고 떡을 치고 주무르고 있다고 여기실듯합니다.
아직도 수확중에 계속 비가 내려서 부풀고 비상품이 된 대과들이
그냥 나무에 달려 있으니 맘만 안타깝습니다.
사람을 사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만 제가 구분 수확을 강조하여 일이 더 더디게 되었다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제가 제 자신의 일을 최선, 최고를 고집해서였기 때문이고
그러하였기에 저의 고객님들께 더 좋은 물건을 제공했다 여기기에 후회는 하지 않고
앞으로도 여전히...최선과 최고를 고집할 것입니다.
첫 주문을 받았을때...물건을 보지도 않고 절 믿고 주문해 주신 분들께 너무나 감사하여
일일이 닦고 가지런히 채워서 포장했습니다. 아이들은 심지어 귤즙을 내어서
윤기가 나게 닦기도 하였습니다.그만큼...우리 가족은 신이나고...행복해 하였지요.
그리고.....믿음에 대한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 하였습니다.그렇게 포장하다보니
제가 하루종일해도 30개정도밖에 못했습니다.그러니 일이 늦어지고 맘이 급한데도
처음에 그리 시작한 것을 도중에 내 사정에따라 바꿀 수는 없었기에
아직까지도 비상품 귤이 나무에 달려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조금 나아진듯하여 컴 앞에 앉았는데 바깥에는 엄청 매운 바람 소리가
제 마음을 후비고 있습니다.아직 나무에 달려있는 비상품도 며칠 더 따야하는데...
나무가 수고했다고 거름도 좀 주어야 하는데...모든게 밀려지고 있습니다.
일도 마무리 되지가 않았는데 덜컥 몸살부터 미리와서 이번주는 거의 밀린 택배만 보냈습니다.
초보농부가 택배까지 시작하여 더 분주해져 버렸습니다.
택배 종료한다했더니...마지막까지...단체주문까지...
에고고...즐거운 비명(^^)을 안지를 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내년에는 올해 경험으로 좀더 체계적으로 할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택배도...겨우내 할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봐야겠습니다.
귤은 소독시기와 수확시기가 무척이나 시간을 다투는 일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제 토요일은 느지막히 밭으로 가서(일어나기가 싫어서) 택배 보내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오자
둘째는 플룻앙상블연주회 연습때문에 빠지고 큰 아이와 막내를 데리고 왔습니다.
큰 아이는 시험 기간이었기에 그동안 귤따기를 못했어서 체험하라 하고
막내는 역시 막내답게 노는데 정신이 없다가 나중에 작은 귤밭 입구에
한평도 안되는 클로버 군락이 있는데 그곳에서 네잎 클로버를 찾아 냈습니다.
그러더니 연신...또 찾았어요...를 외칩니다. 우리 가족 모두 것에다가 강아지 것까지...
그리고 선생님, 친구들 것까지...어머나...무려 17개나 네잎 클로버를 찾았다네요.
큰 아이는 학교에서 네잎 클로버는 변종이라 씨를 뿌려도 되는게 아니라고 배웠다며
막내 눈이 다르다고 신기해 합니다.클로버 밭도 한평도 안되는 곳에...
저도 신기 합니다. 행운이 와르르르 쏟아지는 밭이구나, 우리 밭이...하면서
저까지 싱글벙글 합니다.아이들의 낭랑한 소리가 들려서 그런지 어제보다는 한결
기운이 살아난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정말 그렇다고 여겨졌습니다.올해는 저의 밭에서...작은...기적들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초보 농부가 아무것도 모르면서...뛰어 들었는데도 나무들이 최선을 다해 주었고
그 결과 제 귤을 드신 분들의 2차 주문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많이 아팠던 작년 이맘때가 생각이 났습니다.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된다고 믿으며...사랑하고...이쁜 눈으로 바라봐 주는 것.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사랑에 사랑으로 보답한다는 것을 새삼 또 느끼게 되었습니다.
귤 나무들도 저의 사랑에 큰 사랑으로 보답해 주었고
절 아끼셔서 물심양면 도와주신 분들께는...살아가면서...조금씩...
더 크게 사랑의 탑을 쌓아 가겠습니다.
후편 "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를 마지막으로 올해 귤 이야기는 막을 내리겠습니다.
이미 후편을 생각해 두었습니다.^^
다음주쯤 비상품 수확을 끝내고...크리스마스를 앞두겠군요.
제게 장풍으로 보내주신 기를 받아서였는지 오늘은 한결 나아서...그간의 안부와 감사함을 전합니다.
늘...여러분....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전편의 고마우신 답글에...또...이렇게 한편의 글로서 마음 대신함을 용서 바랍니다.
2006.12.17 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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