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가면 온갖 생필품들이 다 올라서 한숨이 나오지만,
그 중에서 매일 먹어야 하는 채소 과일값은 금값이 되어서 내려오지를 않네요.
해마다 봄이면 텃밭을 비워두기도 뭣해서 모종값만 거금을 들였는데
장마철만 지나면 정글이 되는 바람에, 차라리 사 먹는게 낫다며
텃밭농사는 거의 포기 상태에 있었지요.
하지만, 채소값이 너무 비싸니...명색이 유기농 농부가 완전 자급자족은 못해도 채소라도 자급해야지 싶어서...
뒤늦게 모종이 다 사라지기 직전 5월 중순에
호박 가지 오이 고추 심지어 수박 한포기까지(재미로) 심었어요.
올해 희망밭을 재정비 하면서 묘목장도 만들려고 흙을 받았는데
흙 색도 좋고 잔돌들도 섞여 있지를 않아서 처음에는 좋아라 했는데,
며칠 지나고나서 마르고나니, 바늘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딱딱해지는게
무엇을 심기에는 최악의 흙이다 싶었어요.
흙값에(5톤 트럭 5차), 흙을 펼치려고 부른 포크레인 값에, 다시 펼쳐놓은 흙을 긁어 모아서
포크레인을 불러서 길 한켠으로 쌓아 놓았는데, 저 흙을 어찌 처리하나 싶어서 한숨만 나왔어요.
이중 삼중으로 돈만 쓰고, 산더미같은 저 흙을 어찌 하나 궁리하다가...
사막에서도 살아내는 강인한 생명력을 떠올리며 애호박을 심어 봤어요.^^
"호박아~ 너의 운명이 기구하다만 너의 운명이니 스스로 살아내 보거라~"하며
기대없이 돌덩이같은 진흙땅에 호박을 심었어요.
처음에는 노르딩딩한 모종이 죽지는 않고 모진 목숨 부지하더니,,,
하늘이 도우사..... 긴긴 장마가 시작되면서...긴 장마에 다른 식물들 녹아 내리는데
호박은 다행이 돌덩이같은 진흙이 매일 수분을 가득 머금어서 호박에게 안식처로 변했어요.
이게 웬 횡재야~ 하며 저는 호박이 달리기 시작하면서 쾌재를 불렀어요.
호박은 매일 쑥쑥 커서 며칠만 크면 먹을 크기가 되었고, 저는 기특한 호박을 매일 들여다 보는 기쁨이
꽃 못지 않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어요.
맛은 마트에서 산 호박과는 비교가 안되게...진짜 호박맛이 났어요.
마트에서 속성 재배된 호박은 무늬만 호박이지,,,호박향이 별로 안 나는데
호박전을 부쳐 먹으니 배리한 호박맛이 어릴적 먹던 그 호박맛이었어요.
이게 웬일입니까? 몇년동안 보리고개 넘는 것처럼...헉헉거렸는데
호박부자 되고나니...포만감이 가득히...호박처럼 자랐어요.(이런 날도 있어야 살맛이 나지)
저는 기대않던 호박이 주는 기쁨에 이 여름에 싱글벙글하면서 풀을 뽑아주고 호박꽃같이 웃고 있어요.^^
긴 장마에, 폭염에...애호박이 주는 기쁨. 그리고 뒤늦게 심어서 가지 구실 못할 것 같던 가지도
긴 장마에 쑥쑥 자라서 이제부터는 가지 부자도 될 듯하고...
내 생애 처음으로 심은 수박 한포기(혹시나 될까하고 심은)가 수박이 세개나 달려서
매일 바라보고 쓰다듬어 보는 기쁨을 주었어요.
수박 먹어볼 생각에 두근두근 하고 있어요. 역시 먹는게 최고야...ㅎㅎ...
그동안 꽃에 미쳐서 꽃만 심었는데...이제 다시 텃밭채소 농사에 재미 들여서
자급자족의 꿈을 실현해야 할까봐요.(농부가 원래 그리 살아야 하건만)
돌덩이같은 진흙땅에서 자란 애호박이 올 여름...저의 기쁨입니다.
꽃보다 더 예뻐라~~~^^
산더미같이 쌓아놓은 진흙이 호박밭이 되었어요.
재미로 한포기 사봤는데 열린 수박...매일 톡톡 두드려 봅니다.
수박님, 익으셨읍니까? 언제 따면 될까요?
오이도
가지도
고추도
매일 텃밭마트 들여다 보는 기쁨에 꽃들은 뒷전.^^
사랑이 이렇게 이동하나요?
그래도 일편단심...꽃들아...슬퍼말아...늘 너를 바라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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