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내 잎이 바싹 마르고 줄기에 물오름 흔적이 없어서 죽은 줄 알았다.
꽤 값나가는 아이였는데...
바빠서 돌려 놓고 뽑아 버리지를 못했다.
가지를 긁어 봐도 물기라곤 없어서 안타깝지만 뽑아 버리고
뭘 새로 심을까 궁리하다가 한켠에 돌려 놓았다.
다른 화분들 물 줄때도 일부러 주지 않았다.
어제, 이제는 뽑고 다른 것을 심으려고 가지를 잡으려다가 발견한 아주 작은 새싹...
어머나...살아 있었구나...
너무 추운 겨울 지나면서 사선을 넘다가...이제 살아났나...
감동...살아 있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나의 성급한 판단이 한 생명을 버리게 할 뻔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것이 다 같은 원리로 돌아 가는게 아니라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고정관념의 오류...큰 실수를 범할 뻔 했구나.
성급한 판단이 범하는 치명적인 오류...
다시 한번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래 기다려 주기...
아이들 키우면서도 늘 생각하게 되는 생각.
느리게 가더라도, 실수 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기다려 주고...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부축해 주고...
남들 다 꽃 피우고 축제를 벌릴 때도
죽은 듯, 자는 듯, 기척없던 나무가
다시 깨어나서 생명의 끈질김을 보여 주어서 나는 또 큰 깨달음을 곱 씹었다.
밀리엄 벨.
이웃에서 몇가지 얻어다가 삽목하여 큰 아이인데
몇해 겨울을 바깥에서 나고나니 줄기가 나무처럼 단단해졌다.
시련을 이겨낸 꽃이 더 단단하고 빛이 곱다.
이 아이의 매력에 빠져서 밀리엄 벨 화분을 몇개 들였다.
내년에는 두배로 늘려야지...
또 삽목을 하였다.
몇년 후 <밀리엄 벨> 부자가 될거야~~~^^
지난해 구입한 마아가렛에서 삽목한 새 생명들
여기서 뿌리 내리고 잘 자라거라~~
이렇게 나는 새 생명을 만들어 내느라고 봄이 어찌 가는지 모르겠다.
반디뜰에는 이렇게 번식한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역시 나는 다산의 여왕...ㅋㅋㅋ...새끼를 자꾸만 번식시키고 있다.
이러느라고...봄이 어찌 가는지도 모르는 사이...
여름새 뻐꾸기가 이제 여름이 왔다고 소리 지른다.
벌써...여름...한 낮에 너무 덥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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