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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삶 앞에서 서성일 때

by 농부김영란 2016. 9. 22.


지금 나는 삶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어떻게 하는게 현명한 길이지?

그런 내 지혜를 짜 내느라고 골몰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내 삶이 노년의 길목에 들어섰다는 것을

내 몸이 말해주고 있고

내가 지금까지 달려온 것처럼 살다가는

어느날 갑자기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자각이 와서이다.

내 몸의 상태와 건강과 나이를 돌아보니 자각과 자성이 와서이다.

(갱년기를 지나고, 폐경을 맞았으며, 내 나이는 50대 중후반을 향 했고

건강검진결과 신체 나이가 66세로 나왔으니

내가 노년의 기운을 자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70세가 66세의 건강진단을 받았다면 즐거울텐데

56세가 66세의 건강 진단을 받으니

내 몸을 혹사한 증명임에 씁스름 했다)


몇 해전부터 내 몸 에너지가 현저히 줄어 들어  

피로도가 극심 했었고,과부하 걸린 기계처럼 모든 기능이 버벅거렸고

늘어진  테이프처럼 삐지직 거리는 굉음을 내는 것을 느꼈다.

가장 큰 증상은 뱃속에 주먹만한 덩어리가 만져 지는 것이었다.

자다가보면 배가 불룩 올라와서 만져보면 큰 덩어리가 움직이기도 하고

숨 쉬는 것처럼 요동치기도 하여서 그 정체가 두렵고도 궁금했다.

아플 사이 슬플 사이도 없이 살아 왔는데...

이 덩어리는 도대체 뭐지?


고생 고생 하다가 살만해지면 병 걸려 죽는

내가 그런 비련의 주인공이 된단 말인가?...

하는 불안과 공포감이  밀려 오기도 했고,

인명은 제천인데~ 하는 전근대적인 사고로 달래기도 하면서 몇년을 보낸...

남들이 들으면 정말 황당한 사고의 인물이였다.

그런 소리를 들은 언니들이 난리법석이였다.

뱃속에 덩어리가 만져지는데도 병원에를 안가다니...하며...

"병원 무서워~" 하며 병원에 가지 않고

내가 스스로 치료해 볼테야~그런 식의...

세월이 몇년이 흘렀다.


 병원 갈 시간이 없다고 핑계를 댔고

병원에 가서 뚜껑을 열어서 입원 하라고 할까봐 겁이 나기도 했고

병이 나를 잠식하지 못할 정도로 무시하며 달렸다.

그러면서도 늘 그 덩어리를 의식하며 살살 달래온 게 몇년이다.

속으로는 혹시 암 덩어리면 어쩌지? 하는 불안이 스치기도 했지만

"암이든 뭐든...면역력을 키우고 내가 스스로 이겨 내는거야~

아파서 누워 있을 처지가 못 돼~ " 그러면서...


올해 막내까지 대학을 들어가고 나자

나는 내 몸을 올 수리 하기로 결정 했다.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종합건강검진을 받았다.

고장난게 있으면 고쳐서 다시 잘 살아 봐야지~.

설마 죽겠어~하면서...

그러면서 죽음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도 해봤다.

미친듯이 광속으로 달려오면서 살아왔는데

내가 만약에 지금 죽게 된다면...이런 생각.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하니까...너무 억울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생만 직살나게 하고 한번 누려 보지도 못하고 사라지면

너무 억울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밀려 왔다.

괜히 센티멘탈 해져서 속으로 눈물이 철철 흘렀다.

자기연민에 빠져서 한동안 허우적 거리다가

(대외적으로는 어른이지만 마음은 사춘기 소녀가 되어...이것도 갱년기 증상)

몸을 혹사하면서 일을 하면서 마음도 정리되기 시작 했다.

내 인생이 그렇게 끝날거면 진즉에 사라졌겠지~ 하는 오기.^^

그리고 이만큼만 살아도 크게 여한이 없을 거라는 생각도.


또한번 인생과 맞장 뜨자.

내 지난 날이 늘 그랬잖아.

30년전 폐결핵이 걸렸을 때도 누구 하나 의지할 데가 없었기에

9개월을 한 웅큼의 약을 삼키고,6개월을  내 엉덩이에 내가 주사를 놓고

알바 두탕까지 뛰면서 학교를 다녔잖아.

그때는  아득한 심정이었지만 내 스스로 나를 구원 할 수밖에 없었지.

정말 아픈 청춘이었었는데 나의 수호신은 나를 단련 시키는 거였고

그 이후 나는 관념적이고  현학적인 틀에 갇혀있던 나를 박차고 나와서

온 몸으로 달려가는 인생을 살아 낼 수 있었다.

책상머리 지식에서 벗어나 몸으로 터득하고 실천하는 삶의 길로 내  달릴 수 있었다.


헷세의 데미안 중 "새가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다"하는 대목을 읊조리며

내가 새알을 깨고 나오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로 나는 단순무식하게 사는 삶을 스스로에게 강조했고

정말 내 몸에게 무식하게 살았던 것 같다.

아이 셋을 개복해서 낳고, 복막염으로 또 한번 개복하여

8년동안 네번이나 배를 가르는...왕무식한 일을 내 몸에게 행 했으니

돌아보니...이런 버라이어티한 인생이 또있나~하며 혀를 끌끌 찰 지경이다.


건강검진 결과  의외로 위나 대장은 탈이 없는데

(간혹 배가 싸아하게 아파서 봄부터 생마늘을 된장에 찍어 먹었더니

어느날부턴가 배가 아픈게 사라졌다)

자궁에 혹이 11cm나 되어 수술을 해야 한다네,

의사샘은 조직검사를 해봐야 정확한 것을 알 수 있다하며

은근히 불안감을 주시기도 하지만 이제 그런 말에 미리 겁낼 나는 아니다.

자궁근종에 대해 전문가가 될 정도로 자료를 검색해보니

악성만 아니라면 조심하여 수술은 겨울 수확하고나서 하기로 내 맘을 굳힌 상태다.

수술후에 몸을 보해야 하는데 겨울 수확철이 눈앞이라서

심신의 안정을 취하기가 어려울 듯 하여 수술을 미루기로 속으로 결정했다.

(여태 몇년도 잘 살아왔는데 몇개월을 못 버틸려고)


그런 생각을 모으느라고 한참을 생각하고 서성댔다.

행여나...조직검사하여 악성이라고 해도...그다지 두렵지 않을 정도로

내 맘을 단단히 동여매고 있다.

"내 몸의 면역력이상 내 몸을 잘 지켜 줄 의사는 없다"가 내 철학이므로

내 면역력을 최대로 높이고 일은 적당히 하고

매일 즐겁게 건강한 음식 섭취하고...


그렇게  생각하느라고...내가 올 한 해 서성거리고 있으니까

삶을 크게 바라보는 여유가 생겼다.

고장수리하고 난 후도 내 삶이 30년은 남았구나~

30년이면...긴 세월이네~~~

속도 늦추고, 과욕 부리지 말고

넘치지 않는 걸음으로

향기를 내 뿜는 아름다운 노년을 맞기 위한 과정이구나~하는 생각.


내 삶을 들여다 보느라고

아직도 주변 사람들을을 둘러보지 못하는 나를

내 지인들이 서운해 하지 마셨으면 하는...이런 생각까지도 하고 있다.^^

혹시라도 무심하다고 서운해 마시기를.


오뚜기처럼 살아온 지금까지처럼

김영란답게...남은 노년도 잘 살아 볼 수 있도록 하리라~ 다짐하며...




예슬 그림(바느질하는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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