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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소신

by 농부김영란 2016. 8. 31.






어제 아침

청귤(풋귤)을 따려고 귤밭을 갔더니 비가 흩뿌리고 있어서

청귤(풋귤)을 못 따고 서성이고 있다가

우연히 하늘을 쳐다보니

"짠~~~~" 하고

예쁜 무지개가 떠 있었어요.

부랴부랴 사진을 한장 찍었는데

순식간에 없어 지는거예요.


무지개를 보자...

기분이 완전히 좋아졌지요.

요즘...뻐근했던 마음도 말끔히...

언제 그랬냐는 듯.(^^)

(저의 장점이자 단점이 빨리 잊어 버리는 거예요.^^)


유기농의 길도 외롭고

판매의 길도 늘 뻐근하여서

가끔 다운되기도 하는데

제가 하루이틀 농사 지었나요.

포기했으면 벌써 포기 했겠지요.^^


바보스럽게 우직하고 미련해야만

이해타산없이 갈 수 있는 길에 들어서서

한 두해를 거쳤나요.

그사이...온갖 시련을 이겨내며

잘 헤쳐 나왔는데...

뭘 그래.


무지개가 떠서

제게 무언의 말을 전해 주었지요.


오직 한가지 작물(유기농 귤)로,

오직 유기농법으로...

 휘청거리면서도 잘 걸어 왔는데 뭘 그래.(^^)


농사 지어서 세아이를 공부 시키고 키우고

나답게 잘 살아내는 법을 터득했는데 뭘 그래.

매일 귤밭에 출근하여서 황소처럼 일을 했었고

꽃으로 마음 달래며 나를 부패하지 않게 잘 지켜 왔는 걸.

내가 지은 농산물(유기농 귤)만 판매 하였고

행여나 농부가 아니라 장삿꾼의 마음이 스며 들까봐 늘 경계 했었지.

농부의 얼굴은 그가 지은 농산물이라고 생각하여

내 농산물을 내보낼 때는 늘 초긴장을 했었지.

아는 사람은 물건을 보면 알잖아,

유기농부 10년을 넘긴 사람이 더 많은 말을 할  필요가 있을까?

뚜벅뚜벅 소걸음으로 한 우물만 판 세월이 있는데 ...


가치를 아는 사람들과 만나고 싶었다.


 진정성이 결여된 말들이 얼마나 난무하는지 알기에

방송도, 명예도 다 거절 할 수 있는 용기도 생겼었지.

팔기위해 지존감을 내려 놓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지고 다졌었지.


농부 김영란이 걸어온 길을

본 사람들이 믿어 주고 응원해 주는데

뭘 두려워 하나.















무지개가 그렇게 일러 주는 듯 하였다.

소신을 지키며 켜켜이 쌓은 세월이 있는데

뭘 두려워 하나~







다시...파란 하늘처럼 마음이 해맑아 졌어요.


지난겨울 위기에 닥쳐서 담화문을 발표하고

도와주시라고 청했었는데

십시일반 도와주셔서 귤을 다 판매했던 기억이 다시 새롭습니다.


그대는...제 곁에 늘 계셔 주셨지요.

저를 믿고 응원해주는 그대가 계시기에

저는 타협할 수도 없고 진정성을 늘 간직하려고 노력 하지요.


언제나...그대가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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