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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밭

여름일기(3)

by 농부김영란 2010. 7. 30.

 

 

 

 

 

 

장마가 끝났다는 예보에 소독을 시작했다.

열흘전 소독할 때보다 귤이 훨씬 탐스럽게 자라 있었다.

주렁주렁 달린 모습이 확실히 보인다.이제부터 매일이 다를 것이다.

올해는 이상저온현상으로 귤이 없는데다가 유난히 일조량이 적어서 고민인데

이제부터라도 햇볕 쨍쨍 내리쬐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

이 귤들은 올해 회원님 밭 호근동2밭에서 찍은 것이다.

무사히...잘 가주어야 할텐데~

 

 

 

얼마나 오랫만에 파란 하늘을 보는지...

장마철이라 비가 오지 않아도 계속 날이 흐려서 꿉꿉하여

마음도 몸도 무거운 날들이었는데 장마끝이라는 예보와 함께

파란 하늘과 투명한 햇볕과 바람이 너무 반가운 날이었다.

남편과 함께 나누어서 하루종일 호근동 두밭을 보르도액으로 소독했다.

 

 

 

파란 하늘에 하얀구름이 너무 예쁘다.

매일 햇볕이었으면 이렇게 이쁜 것을 몰랐을테지.

 

 

 

 

 

밭이 세개로 나누어져 있어서 날이 개인다 싶으면 달려가서 소독을 하였는데

각자 밭을 나누어서 소독을 하니까 식사문제도 있고 혼자하니까 더 지겨운 것 같아서

줄을 나누어서 한밭에서 함께 하니까 훨씬 더 좋았다.

티격태격 하면서도 혼자 하는것 보다 둘이 같이 하는게 훨씬 낫다.

소독을 하는데 햇볕이 반사되어 무지개가 피었다.

 

 

 

무지개 피는 반디농장...ㅎㅎ...

무더운 여름날 소독하는게 더위먹기 십상이지만 소독을 하면서

나무 하나하나 눈 맞추고 살펴보게 되니까 소독할 때 나무를 세심히 살피게 된다.

튼실한 나무들을 보면 대견하고 뿌듯하다.호근동 두밭은 귤이 평균은 달렸지 싶은데

효돈밭은 전멸이라서 아직도 올해 귤 생산량이 가늠이 안되고 있다.

 

 

 

 

 

소독하는 날,무지개 팡파레가 수없이 터졌다.

 

 

 

 

보호색이라서인지 귤잎과 흡사한 거미녀석이 제 몸만한 것을 꽉 움켜쥐고 있길래

자세히 들여다보니 먹이를 거미줄로 꽁꽁 묶어서 입을 꽉 물고 있었다.

어떤 녀석이 재수에 옴 붙었구나~하며 요리조리 살펴보니

거미줄속에 애벌래마냥 박제된 것은 꿀벌이었다. 아마도 도망 못가게 잽싸게 거미줄로 동여맨 것 같다.

그러고도 모자라 벌 입부분을 꼼짝 못하게 물고 있는 것이 진액을 빨아먹고 있는 중인지...

하여간에...자나깨나 거미줄 조심.

사람이나 벌이나 거미줄에 걸리면 신세 망치느니...

약한자에 약한 맘이 동하여 거미줄에 갇힌 벌을 구출해줄까하다가

괜히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일이 될까봐 참았다.

 

 

 

나 "괘씸한 거미 녀석..."

 

거미"나도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왜 그래요?"

 

 

 

이 탐스런 단호박...그 사이 미처 못 돌봐서 풀 속에 갇혔는데도

이렇게 제 몫을 다하고 있다.단호박 화이팅!

인간이 소소히 불평불만이 많지,자연은 언제나 의연하다.

사람이 이 정도에 처하면 세상이 너무 시끄러울텐데 말이야.

 

 

 

 

봄에도 새순이 나고 여름에도 여름순이 나는데

여름순(새싹)은 열매가 달리지 않으면 많이 나는데

효돈밭 주변 일대는 지금 연두빛 물결이다.

우리밭만 열매가 없는게 아니라 주변 밭 거의가 열매가 없어서 새 순이 무성하다.

사실상 한숨이 나오는 풍경이지만 무엇이든 새싹은 아름다와~

열매가 없으니 힘이 넘쳐서 여름순이 어찌나 튼실한지...

말 그대로 눈물나게 아름다운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이 또한 자연의 현상이니...마음 비우며 지켜볼 수밖에...

 

우리 모두 성하의 계절이다.

 

모두의 삶이 한여름의 태양처럼 치열하고 경건하다.

 

2010.7.30 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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