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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밭

여름일기(2)

by 농부김영란 2010. 7. 22.

 

뻐꾸기 울음으로 시작된 초여름이 어느덧 성하의 계절, 말매미 울음소리가 우렁차다.

할일도 많고 한 일도 많은 봄과 여름이 내겐...어느새...아니 벌써~ 7월말로 치닫는 달력을 보고 놀라고 어이없기까지하다.

올 한해가 절반이 순식간에 가버렸다니~

장마비가 오락가락 하다가 그친 사이 소독하고 예초하고 귤밭에 매달려 시간이 어찌 가는 줄 모르게

초고속 질주를 하고 있다.아이들은 방학을 하였건만

요즘 아이들도 만만치 않게 바쁜 스케쥴이라 나는 더욱 바빠지고 있다.

한 놈은 집에서 뒹굴, 한 놈은 보충수업, 한 놈은 제주시미술학원으로 주5일 출근하여 11시가 넘어서 오니까

여전히 아침부터 밤까지 아이들 밥바라지에 삼식이까지...(남편...하루 세끼 먹는 사람)

그리고 휴가철이 되어 내가 아무리 빗장을 질러도 쪽문은 열어놔야 할 계절이 되어

이래저래 더 바쁘고 더 덥고, 더 부산한 계절이다.

 

 

채 한달도 안되었지만 귤밭은 순식간에 넝쿨이 귤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바깥온도보다 머리가 더 뜨거운 계절이다.

 

어젯밤도 모처럼 남편이 여행을 가는지라 너덜거리는 여행가방 깁느라 1시 넘어서 잤는데

8시 30분 비행기를 탄다는데 5섯시부터 일어나서 채비를 차리는 남편때문에 눈을 뜬지라

아직도 잠이 눈에 붙어 있는데도 관성의 법칙인지 잠은 오지않고 눈꺼풀만 무거워서

남편 없는사이 귤밭일 빡세게 해놓겠다고 공언했지만  오늘은 나도 개길(개기다^^) 생각에 이러고 있다.

초등학생 소풍이라도 가는 양 들떠 있는 모습 역력한 남편을 보노라니 혀를 차면서도

지난 겨울서부터 내내 일만 한 남편 모처럼 바람 잘 쐬고 오라고 등을 떠밀어 보냈다.

남편이 일주일에 한번 다니는 귀농프로그램에서 육지우수농가 방문견학이 2박3일 예정이라

장마철 풀밭이 된 귤밭을 뒤로하고 잘 다녀 오시라고 적극 협조를 했다.(내가 다 해 놓으마하며...^^)

아직도 초보농사꾼 행태가 역력하지만 그런대로 2학년 농부의 임무를 수행하며

농부로 거듭나고 있는 남편의 유일한 출구가 귀농교육 가는 것이라서

목요일만 되면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가는 남편을 보면 어지간히 몸이 뒤틀리는게 느껴지지만

 혼자서 자기수행처럼 일해야하는 농부의 시간들이 몸에 익숙해지기까지는 한참이 더 걸려야 하리라.

 이미 그 과정을 다 이겨낸 나는 조소를 보내기도 하지만

남편이 새 삶에 빨리 익숙해져서 모든 것을 자율적으로 해 나가기를 바라는데

아직은 시기상조인지...내 눈에 차지않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2학년 농부와 6학년 농부의 차이이겠지.

 

 

담벼락을 타고 올라간 넝쿨이 귤나무를 순식간에 휘감아서 넝쿨들은 귤나무에게 괴물이다. 

 

 

이렇게 귀빈대접 받는 넝쿨도 있다.벽을 따라 올라가주니 운치가 있어서 너는 귀빈이얌!

 

소독을 할때는 둘이서 나누어서 함께 하고 풀제거는 남편이 예초기로 하고

나는 주변에 남은 풀들을 낫으로 제압하는데 밭이 세군데로 나누어져 있다보니까

하루도 짬이 나지를 않고 조금만 방심해도 귤밭은 풀속에서 미아가 되어 울고있는 것 같아서

친환경농부가 가장 마음 졸일 때가 장마철이다. 그래도 비가 오는 날에는

비 핑계로 쉬기도 하지만 나는 그사이 못다한 일을 해내느라 또 부산하기만 하다.

쉴때는 쉬어줘야 하는데...나란 인간은 도대체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하고싶은 것도 많고 호기심도 많고, 끝도없이 머릿속이 움직이고 있으니

몸은 내내 고단할 수밖에 없는 팔자이다.

비오는 내내 내가 또 무엇을 했는지...

삽목(나무가지를 잘라서 뿌리 내리는 것)에 필이 꽂혀 버린 것이다.

 

 

 

 

몇년전서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삽목, 접목 등등...그 사이 귤밭 돌보기도 바빠서 마음만 있었지

못했었는데 아무래도 남편과 함께하니 비오는 날은 쉴수도 있게 생겼는데

이때는 쉬어줘야 하건만 이 때를 놓치면 또 내년에나 할수있을텐데 싶어서

들어만 봤지 남이 하는 것 본적도 없는 것을 또 무조건 돌진~~~

세마디 중에서 두마디는 묻고...그소리만 듣고 또 덤볐다.

따로 터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귤나무아래 그늘이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시간만 나면 잘라댔다.홍가시,댕강나무, 수국, 산수국,로즈마리등...

 

 

 

 

 아마도 성공하면(뿌리가 내리면) 내년부터는 더 바빠지지 않을까 싶다.^^

필이 꽂히면 먹지도 자지도 않고 그것만 생각하는 내 지병이 도질테니까...

삽목 장사를 하려고? 그것은 아니다.

귤밭+ 꽃밭이 되려고 ...

그리고  너무 재미있다.^^내가 하고 싶던 일이다.

 

저 작은 가지가 나무가 되려면 10여년은 흘러 가겠지만

그때도 지금 심어서 가꾸지 않으면 보기 좋은 나무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은 아닐테니까...

한꺼번에 사려고하면 거금도 들터이고...

무엇보다도 내 손으로 키워낸 보람과 사랑이 그 사이의 시간을 충만하게 해줄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그 무엇이든 내가 다 누리려고 하지는 않는다.

연이 닿는 그 누군가가 행복하게 누리면 된다.

 

 

 

 

귤나무를 돌보고나서 부터는 꽃을 따로 돌보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화분들이 사라졌는데 몇년전 지인집에 갔더니 다육이가 꽃잎만 떼어서 그냥 놔두면

계속해서 새끼를 친다길래 재미있어서 다육이 꽃잎 두어장을 얻어와서 던져놓았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그냥 던져놓은 꽃잎에서 작은 꽃이 맺히더니 장미꽃처럼 다발을 만들었다.

심심하면 한장씩 떼서 던져두면 또 하나...그렇게 세월이 쌓이니 몇송이의 다육이가 되었다.

세월이 쌓인다는 것....가끔 눈물겹게 아름다운 장면을 보여준다.

 

 

 

 

이 다육이도 이름은 모른다.

 그전에는 기어이 알아내서 걸어다니는 자연도감처럼 굴었지만

온갖 잡동사니로 뒤죽박죽이 된 머리에 새로운 지식을 일부러 넣으려 하지는 않는다.

과부하가 걸린 머리가 이제는 회전을 거부할 때가 많아서...

그래서...이름모를 꽃,그냥 다육이...ㅎㅎㅎ...ㅉㅉㅉ...

그냥 다육이...^^

 

 

 

마음 조급하지만 않으면 다육이 키우는 재미가 있다.

재미있는 식물이다.화사한 꽃은 아니지만 보는 재미보다 키우는 재미가 있는 친구이다.

요즘 시선이 다육이에게 자주 간다.

일개미의 일상이지만...이렇게 나를 달래주곤 한다.

 

 

 

유홍초가 아취를 이루어 소박한 공간을 화사하게 해 줄 날을 기다리며

유홍초에게 공을 들이고 있는데

어찌나 더디게 자라는지...

작으면서 애잔하고 화사한 그 모습이 좋아서 작년부터

애지중지 키우고 있다. 작년 블로그를 찾아보니 9월 중순경에 활짝 핀 사진이 있는 것을 보니

9월 유홍초 10월 구절초 11월 익어가는 귤 ...가을이 기다려진다.

 

 

작년 유홍초 사진

 

이렇게 예쁜 유홍초가 만개를 하면  그리운 이를 향해 가슴이 설레일 것 같다.

하늘빛 귤사랑을 화사하게 해줄 무렵...

고맙고 감사한 분에게 초대장을 보내고 싶다.

 

 

 

작년에 찍은 구절초 사진인데 작년 블로그에서 보니까 9월말에 꽃이 피었다고 쓰여있다.

이 청아하고 그윽한 향을 간직한 구절초꽃를 혼자보기 아까와서

그동안 호근동밭에서 키우던 것을 효돈밭 <하늘빛 귤사랑>에 일부 옮겨 심고 있다.

소박한 것 같지만 그 기품은 여느 꽃들에 견줄 바가 아니다.

나는 이 꽃을 보면 이유없이 눈물이 난다.전생에 구절초와 맺은 연이 있는걸까?

이 꽃이 피었을 때도 떠오르는 얼굴...그때 오세요~~~

 

 

 

 

지난번 글에서 이름도 몰라요~하고 올린 이 친구 이름을 알아냈다.

물양귀비란다.사실 분양해 올때 들었건만...

아득한 전설처럼 까마득히 잊었었다.

어쩌면,아마도...한참후에 또 이름모를꽃 이러고 주절댈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야생화 농장을 하고 싶었던 언젠가의 꿈이 조금씩 다시 고개를 드는걸까?

 

그동안도 귤나무가 그 어느 야생화 못지않게 사랑스런 대상이었기에 여기까지 왔겠지.

때로 노동에 지쳐서 눈도 못 뜰 정도가 될때에도

자연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이미 난 질식해서 잦아 들었을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대상과 끊임없이 교감하고 눈 맞추며 내가 살아가는 에너지를 충전 받고 있다.

아무리 덥고 힘든 날에도 꽃을 보면 생기가 나는 난 전생에 꽃이었을까?

이름도 영란(英蘭)... 난초꽃이니 꽃과 나는 일체인 것 같다.

 

 

2010.7.22

 

 

40900

 


백만송이 장미 - 심수봉

먼옛날 어느별에서 내가세상에 나올때
사랑을 주고 오라는 작은음성 하나들었지
사랑을 할때만 피는꽃 백만송이 피워오라는
진실한 사랑을할때만 피어나는 사랑의 장미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수 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은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별나라로 갈수있다네

진실한 사랑은 뭔가 괴로운 눈물흘렸네
헤어져간 사람많았던 너무나 슬픈 세상이였기에
수 많은 세월흐른뒤 자기의생명까지 모두 다 준
빛처럼 홀연히 나타난 그런 사랑 나는 알았네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수 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은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별나라로 갈수있다네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수 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은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별나라로 갈수있다네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수 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은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별나라로 갈수있다네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수 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은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별나라로 갈수있다네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수 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은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별나라로 갈수있다네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수 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은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별나라로 갈수있다네

가사 출처 : Daum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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