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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왕초보 운전 일기

by 농부김영란 2005. 6. 28.


 

 

운전 면허따고 일주일만에 차가 생겼습니다.

우리 두부부가 이제서야 운전면허를 땄다는 사실이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마침 회사직원중에서 13년된 엘란트라를  새 차로 바꾸어서

연습용(?)으로 쓰라고  단돈 10만원에 우리에게 양도한 것입니다.

10만원은 술 한잔 사주는 턱이라 합니다.

우리 두 부부는 차를 장만하기는 해야하는데

아직 거금을 투자하기에는 여건이 아니라서(무리하면 안될 것도 없겠지만)

고민을 하고 있던차에 시기적절하게 이렇게 차가 생겨서 얼마나 기쁜지요.

아는 사람이 타던 차인데다가 이삼년은 너끈히 탈 수 있다기에

처음에는 연습용으로 쓰다가 멈추면 그냥 버려야지하고 가볍게 여기고

두 왕초보들이 용감하게 차를 타기 시작 했습니다.

이제 일주일을 탔는데 우리 두부부는 5시반이면 일어나서(어둠이 가시는 시간이라)

매일 한바퀴씩 돌면서 두 장님이 서로 코치해가면서 실전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불쌍해 보이는 차인데(그래서 연습하다가 버리라고 하더군요)

카센터에 들렸더니 겉보기보다는 부품들이 괜찮은 상태이고

전주인이 잘 관리한 차라고하여 그때부터는 제 맘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워낙이 그동안도 남이 쓰다가 싫증나거나

남에게는 소용이 안되는 중고 물건들로 연명(?)해온지라(ㅎㅎ...)

이렇게 겉보다는 내용이 나은 물건을 보면 횡재한듯 좋아하는 것은 우리 두부부가 닮은 꼴이거든요.

카센터에 다녀온 날...전 차를 깨끗이 닦아 주었답니다.  오메! 이쁜것! ...

 


 

 

한때는 이 차도 전 주인의 사랑을 지극히 받았던 시절이 있었을텐데요.

지금은 낡고, 초라해지고, 볼품이 없어서 아직은 쓸수는 있지만 폐차 신세가 될 뻔했는데

우리에게는 아주 요긴하고, 반가운 존재로 다시 태어 났습니다.

겉모습에 투자할까하다가... 이대로 당당하게...거리를 누비기로 했습니다.

새 주인을 만나고 이틀째 되던 날...무지한 새주인때문에

이 차가 운명을 달리할 뻔한 일이 있었답니다.

겁없고 간이 부은 왕초보 부부가 운전 면허증을 취득했다고 둘다 초보 주제에

차를 몰고 거리로 나섰는데...남편 왕초보가 운전대를 잡고 가는데

기어 변속이 잘 안되고 드르륵 소리가 나는 것을 어디가 잘못된지도 모르고

어거지로 끌고 가다보니 어디선가 계속 타는 냄새가 솔솔 나는데도

영문도 모른채 계속 달리다가...부부가 바꿔 운전 하려고 멈추고 서보니...

아이구나...사이드 브레이크를 내리지 않고 계속 달린 것을 알았답니다.

내려보니 뒷바퀴에서 연기가 폴폴나고 타이어가 뜨거워서 만질 수도 없을 정도....

불나기 직전이었답니다.그런데도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고 허둥대고 있는데

마침 경찰 순찰차가 지나가기에 물어보니 바퀴에 물을 끼얹져 식히라고 하더군요.

길옆 과수원에 마침 수도가 있어서 바퀴에 물을 끼얹져 식혀서 간신히 돌아 왔답니다.휴~~~

 

 


 

 

그외에도 시동이 켜지지를 않아서 남들 자는 이른 아침 시간에 직원에게 전화해서 물어보기.

(에구...그 직원 상사 잘못 만나서 단잠도 깨고...)

미등을 켜고 운전하다가 끄는 것을 잊어 버리고 주차 했다가 다시 시동을 켜려니까

방전되어 시동이 켜지지 않았던 일. 도로 한 중간에서 시동이 자꾸 꺼져서

식은 땀 줄줄 흘리고 뒷차를 돌아서 가라고 손짓하여 보내고 몇번만에야 출발할 수 있었던 일.

남편이 끙끙대면 잘 알지도 못하는 내가 뭐라고 한다고 드러븐(^^) 성질로 버럭 소리 지르는 남편.

내가 잘 못하여 헤메는 것 같으면 남편은 코치라도 되는 양 가르켜 주는데

쩝...오십보 백보건만...이렇게 우리는 사이좋게(?) 왕초보끼리 몸으로 부딯히면서

실전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조금은 감이 오긴 하는데

아직은 복잡한 대로는 피하고 새벽에 한가한 시간에 운전을 하고 서행을 하면서

배운대로 열심히 익히고 터득하고 있습니다. 모처럼 남편과는 운전 학원 등록한 날부터

일심동체로 둘이서 한가지 목표로 매진하는 기쁨을 누리고 있습니다.

 

 


 

 

옆에서들 그런다고 합니다.

여태까지 운전 면허도 없고, 차도 없는 것에 놀랍고

둘이 동시에 한번에 합격한 것도 놀랍고,

초보가 누구의 도움도 안 받고 둘이서 차를 몰고 나가서 운전 하는 것도 놀랍다구요.ㅎㅎ...

 

간이 부은 것도 닮아가나 봅니다.^^

 

 

                              2005.6.28.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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