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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글

2024년 반디 귤편지

by 농부김영란 2024. 11. 20.

 

반디회원님 1차귤은 다음주 26일부터 발송 합니다.

 

1차 수확도 안 했는데...텅~~~빈 귤밭.....

 

<2024년 반디귤편지>

2024년 귤편지를 비장한 마음으로 씁니다.

유기농귤농부 20년 차, 그동안도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며 나아왔습니다만,

올해는 여러가지로 최악의 상황이 되었습니다.

마치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간 듯...수확도 하기 전에...수확한 듯,

듬성듬성 달린 귤들을 보며...농부는 할 말을 잊습니다.

착과제와 착색제를 쓸 수 없는 유기농법인지라...

봄 긴장마에 착과하지 못하고 다 떨어지고, 여름 긴 폭염에 견디지 못하고 물러서 떨어지고,

짧은 가을도 매일 흐리고 비오고 일조량이 부족하여,

착색제도 하지 않아서...귤이 익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주변 관행 귤들은 화학농약 혜택으로 비교적 잘 달리고(저희밭 주변)

색도 빨리 나서 다들  따내리는데, 저희귤은 익을 생각을 하지 않고 푸르딩딩합니다.

유기농 귤농부는 긴 한숨만 내쉽니다.

 

얼마 달리지 않은 귤들도 겉모양이 더욱 밉고,큰 것이 대부분이라 상품과를 건질게 별로 없습니다.

그리하여, 장고 끝에, 저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하였습니다.

저희 귤로는 회원님 1차귤 나가기도 빠듯할 지경입니다.

그래서 아는 유기농 귤농부들에게 연락해 봐도 다들 비슷한 상황입니다.

규모가 좀 큰 유기농 귤 하시는 어르신께 부탁 드려서 일부를 확보하기로 했습니다.

이 분도 올해는 지난해의 절반 정도이나 저희에게 조금 나누어 주신다 합니다.

올해는 시중에서 유기농 귤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가 될 것입니다.

관행귤도 유기농귤값보다도 비쌀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러다가 유기농귤농사 접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하자,

이 어르신도 내년부터는 무농약으로 돌리실 거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이상 기후에 무방비로 농사 지어야 하는 유기농 귤은 더이상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저희도 3년째 내리  수확량이 줄다가 급기야는 최악의 수확량이 되고나니...암담한 마음입니다.

지금의 기후 상황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많고, 기후는 점점더 나빠지고 있으니,

유기농사를 지속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뼛속까지 유기농 농부가 된 저는 농사를 포기할 지언정 

화학농약, 화학비료 주는 농사는 짓고 싶지 않으니....

큰 틀을 수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은 관행귤처럼 대과 소과 아주 미운아이들 빼고, 그나마 골라서 보내 드렸지만,

올해부터는 아주 미운아이들만 빼고 보내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달린 것만해도 기특한 아이들입니다.

 

저의 선택이 마음에 안드시면  환불 신청하셔도 됩니다.

다른 집 귤도 회원님과의 약속때문에 구해온 것이라서 이익은 전혀 남지 않습니다.

(제가 그동안 수확하고 선별한 방식도 적용할 수 없습니다)

저는 앞으로...꼭 유기농귤만 드시겠다는 회원 분들만 함께 가겠습니다.

유기농귤농부가 처한 상황을 이해해 주시고, 저의 결정을 따라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농사를 접을지언정, 유기농을 포기 할 수는 없는 사람입니다.

사업성이 없는 농사지만, 저의 열정을 다바친 유기농귤농부를 지속하려면,

큰 틀을 수정해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도 인식 전환해서, 이런 악조건 하에서

생산자인 유기농 귤농부가 건재할 수 있도록 함께 해 주시기 바랍니다.

1차귤은 푸른귤들도 있으나 2-3차로 갈수록 좀 더 나아질 겁니다.

받으시는대로 상자를 펼치고 배송도중 상처나거나 무른 것은 골라내면서 ,

상하지 않도록 관리 잘 해 주시기 바랍니다.

가을비가 많았어서 저장이 어렵습니다.

 

이 겨울도 농부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