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사는 풀과의 전쟁이다.
고온다습한 제주도 기후, 장마철(보통 1달 이상...올해는 40여일이 넘었다)이 지나고 나면
기승을 부리는 것은 풀과 모기떼...
연이은 폭염 때문에 바깥 일 할 엄두를 못내다 보면 귤밭은 순식간에 정글이 되어서...
풀과의 전쟁을 해야 하는데 엄두가 안난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는 간단한 방법은 제초제를 뿌리는 것이다.
친환경 농사를 할 엄두를 못내고, 하다가도 포기하게 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풀과의 전쟁에 지레 기가 질리기 때문. 수확량도 절반 이하로 줄어들기 때문이기도 하고...
제초제는 농약 중에서도 최고 고독성 농약이다.
풀이 노랗게 타 죽는데, 그 속에 살고 있던 곤충도, 흙속에 살고 있던 미생물들도 다 죽는다.
이런 저런 온갖 난관을 이겨내야 하는 유기농 농사.
이 농사는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른다.
왜 유기농 농부가 고독한지를....
왜 그들이 별종인지를....
그런 농사를 20년이나 한 김영란! 그래서 고래힘줄같은 고집이 생긴 것 같다.^^
마음 무장을 하지 않으면 이 농사 지속 할 수 없기에, 타협하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스스로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응원하다보니 고집불통, 천상천하 유아독존식의 아집도 생긴 것 같다.
잘나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무장하려고 보호막을 친 것이 더러는 잘난척하는 것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유기농부의 고독과 허허로움은 유기농사를 몸으로 해 본 사람들만이 알 터.
이 고독의 일부분인 풀과의 전쟁을 적나라 하게 사진으로 올려본다.
유기농사는 온 몸으로 하는 처연한 기도이다.
그토록 힘들게 하던 폭염(갈수록 심각해진다)이 입추가 지나자 꼬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귤밭 소독과 귤밭 안 풀 제거(예초)는 남편이 하고, 나는 꽃밭, 텃밭, 귤밭 가장자리를 관리한다.
풀이 온사방을 뒤덮은 걸 보면 엄두가 안 나지만,
차근차근, 한걸음씩 나아가다보면 끝이 있다며 스스로를 안도시키고, 마음 무장 하고, 낫을 들고 일을 시작한다.
낫을 벼리며, 내 마음도 "할 수 있어" 하고 날 세워서 벼린다.
태산같은 일도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하고, 언젠가는 끝이 나게 되어 있다.
지레 포기 않고, 질리지 않고, 나아가다보면 정리가 된다.
한달이든 두달이든 포기하지 않고, 겁내지 않고...그렇게 마음 무장하는 일은 습관이 되어 있다.
한동안 마음이 무너져서 억지로 일으키지는 않고, 의욕이 생길 때까지 내버려 두었었다.
마음이 가는대로, 스스로 힘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주기.
어느날, "일 해야지" 하고 마음이 일어섰다.
"풀, 너 이제부터 한판 붙자, 맞장 뜨자"
내 마음에 힘이 붙었다.
일 할때 보면 나는 천하장사 같다.
기운이 딸려서 기력이 하나도 없을 때도 많은데,
일을 보면...나는 괴력이 생긴다.
힘든 일일 수록 결기가 솟구친다.(이상한 종족)
실은 정신력으로 하는 것이다.
담벼락이 안보이게 뒤덮은 풀들과 칡넝쿨
시작이 반, 한걸음씩....
돌담이 보이기 시작
풀숲에 가려진 꽃들
낫 하나와 장갑 한켤레와 불굴의 의지로 풀태산을 잡는다.
장비는 연장통과 앉은뱅이 의자와 사다리(3단 사다리가 풀숲에 가림)...
이맘때 나는 전사처럼 마음 무장한다.
길가에 심어놓은 무궁화가 풀섶에 가렸다. 지난 가을 다 잡은 풀인데...
깔끔,
이 맛에 결의를 불 태운다.
아직 반의 반, 반도 못했지만
수확전까지는 다 하겠지~~~
올해도 이렇게 풀과의 한판 전쟁을 하고나면
나는 눈빛이 깊어질 것이다.
세상을 한걸음 비켜서서 아스라하게 바라본다.
그리고 수확의 계절을 담담하게 맞을 것이다.
아아~~~이 고독함!
Who are you?
이맘때면 극성스럽기 그지없는 깔따구 모기들도 힘들게 하는데,
꿀언니에게서 벌 칠때 쓰는 모자를 선물 받아서 완전무장하고 풀과의 전쟁을 치른다.
반디유기농청귤 따기 시작했어요.
과즙이 차오르고 껍질의 쓴맛이 적당할 때까지 기다렸어요.
필요하신 분 연락 주세요.
유기농귤...해마다 수확량이 줄어 들어서 따로 홍보하지 않아요.
가격은 언제나 같은 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