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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여성신문

꽃장수,돈의 품격,하루스케치

by 농부김영란 2022. 6. 2.

 

라이프

꽃장수■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71)
농촌여성신문  |  webmaster@rwn.co.kr

 

 
승인 2022.05.27  10:07:12

 

 

"귤밭은 야금야금 줄고
점점 꽃나무가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다..."

 

 

 

몇 년 전 회원님이 다녀가시고 나서, 꽃다발 선물을 보내셨다.

꽃을 좋아하는 나를 더 감동 시키려고 보낸 선물인데, 꽃집에서 연락이 왔다. 꽃다발 배달을 오겠다고.

누가 보내셨는지 확인하고 놀라고 기뻤지만,

실용주의자인 나는 꽃다발보다는 꽃나무로 바꿔 오래도록 보고 싶었다.

꽃집을 찾아가서 돈만큼의 꽃나무로 바꿨는데 그것이 아나벨 수국이었다.

 

수국 삽목은 많이 해서 귤밭 가장자리를 둘러쌌지만,

고급지고 은은한 아나벨 수국은 꽃집에서도 값이 좀 돼서 선뜻 사지는 못하고 있었는데, 소원성취(^^)를 하게 됐다.
문 앞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아나벨 수국을 심어두고 들며나며 바라봐주고, 정성을 들였더니,

무럭무럭 잘 자라서 지난해도 10여 개의 화분을 삽목해서 만들었고,

올해도 10여 개의 화분을 만들어 뒀다.

그러고도 지금 꽃송이가 사발만큼 크게 환하게 웃으며 피어나고 있으니,

이 꽃을 선물한 사람을 두고두고 생각나게 한다.

 

3년 전에는 유리공주가 내 생일을 겸해서 호주아카시아를 선물했다.

내 허리춤정도 오는 잎이 삼각인 나무 화분인데,

꽃은 없어도 나무로도 고급진 느낌이 들어서 큰 화분에 옮겨주고 애지중지 돌봤다.
특별히 애정을 주니 무럭무럭 자라서 이듬해 노란 솜사탕 같은 꽃을 몇 개 보여줬다.

꽃의 모양을 본 나는 꽃이 가득히 피면 장관이겠다 싶어서 더욱 공을 들였다.

매일 물을 주고 거름도 듬뿍 줬더니 내 키를 훌쩍 넘어서고 올 봄에는 가지마다 노란 꽃을 피웠다. 

노란 솜사탕 가지가 한아름 핀 광경을 혼자서 보기 아까워 유리공주를 비롯해 아는 사람마다 자랑했다.

몸값으로도 5배 이상 커졌을 호주아카시아를 잘 키워낸 나를 자화자찬하며 뿌듯해 했다.

겸손이 힘든 나는 “내 손이 금손이야!” 하며 목에 힘을 줬다.

 

이러다가 보니, 내 맘속에는 “꽃집을 해봐...?” 하는 생각이 몽실몽실 떠올랐다.

꽃을 좋아하는 것과 꽃집을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요즘 내가 동네 플리마켓에 꽃을 들고 나가면서 깨닫게 됐다. 
플리마켓을 오픈하고 나서, 나는 우리 유기농귤쥬스와 꽃을 아이템으로 정했다.

스스로 꽃미녀(꽃에 미친 여자)라 칭하며 남편에게 겨울 감귤 수확철 이외에는 꽃 가꾸기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기에,

지난해와 올해는 귤밭은 야금야금 줄어들고, 점점 꽃나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서너 시간 열리는 플리마켓은 비가 오지 않아서 벌써 8번째 열었다.

막상 꽃을 가지고 나가려고 보니 내가 키운 꽃들을 화분에 옮겨 심고,

화분에서 길들여야 해서 가지고 나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꽃집에서 사 가지고 나가게 됐다.

매주 꽃집에 가서 꽃을 고르는 재미는 좋은데 원가에 파는 꽃장사는 이래서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안 팔리면 심고, 파는 것은 원가에...

 

하지만 나의 셈법으로는 수업료를 내고 배운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학 수업료도 한 학기에 수백 만 원인데,

나는 실전에서 배우고 있으니 ‘적자는 아니야’ 하며 꽃장수는 이상한 셈법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꽃만 보면 행복한 내가 꽃장수로 변신하는데 수업료를 내야지~ 하는 셈법. 
유기농 농부도 그렇게 걸어왔는걸!

그래서 꽃장수는 늘 자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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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돈의 품격■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70)
농촌여성신문  |  webmaster@rwn.co.kr
 
승인 2022.05.20  09:27:23

 



 
"이해관계(돈)가 생기니 
적나라한 인격이 보이고
됨됨이가 돈으로 가늠되자
나는 혼란이 왔다...."





인격(人格), 품격(品格), 국격(國格), 돈의 품격... 돈의 품격을 요즘 많이 생각해본다.
사람살이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영향력을 주는 돈이
새삼 내 중심을 흔든 것은 작은 푼돈으로 인해 마음이 어지러워서다. 

동네프리마켓을 시작하면서 나는 우리 유기농 귤즙과 꽃을 품목으로 정해서 나가는데, 벌써 7번의 장터를 열었다.
매주 토요일 3시간씩 열고, 비가 오면 쉬기로 했는데,
어인 일인지 토요일마다  한 번도 비가 오지 않아서 매주 프리마켓을 여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토요일이 너무 빨리 온다고 제발 비가 좀 왔으면 하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나이순으로 언니가 되는 내가 얼결에 지휘봉을 휘두르고 있는데,
사회성이 다듬어지지 않은 나는 의견이 분분해지면 “시끄럽다”며 일축한다.
이의를 제기하면 초강력 레이더 눈빛을 쏘며 제압하면서,
“그대가 앞장서 보시오~” 하고 으름장을 놓는다.
이런 횡포(?)를 부릴 수 있는 것은
희생과 봉사를 요하는 일에 앞장서는 일은 아무도 하지도 않거니와 하려고도 않아서,
내가 울며 겨자 먹기로 리더가 됐다.

엉겁결에 몇 명이서 의기투합해 연 장터라서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고,
나아가야 할 바를 뒤늦게 깨닫기도 하고 있다.
여럿이서 함께 하는 일인데다가 판매수익금이 발생하는 일이기에, 작은 돈에 인격을 느끼기도 했다.
여러 명이 함께 어우러져서 이뤄진 장터고, 전체의 조화 덕분에 수익을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모습들을 접하니 한동안 내 맘이 심란했다.

평소 이해관계 없이 만날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해관계(돈)가 생기니 적나라한 인격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의 됨됨이가 돈으로 가늠되는 것을 느끼자, 나는 혼란이 왔다.

나만해도 꽃을 좋아해서 꽃을 아이템으로 정했는데,
막상 장터에 가지고 나가려니 마땅치가 않다보니
꽃집에 가서 몇 가지 사다가 팔면서 1000원이라도 이익을 붙여야 하나 고민이 됐다.
적은 이익금을 붙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면서 장사를 하면 사람이 쪼잔해진다는 것을 실감했다.

나는 1만 원을 벌고 10만 원을 쓰는 장사를 하면서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10만 원 쓰는 것은 다른 셀러들 것을 사느라고...)

그동안 농사를 지으면서 내 농산물을 팔기는 했지만
나는 셈법에 익숙지 못해 두루뭉술하게 판매를 했다.
농사는 일 년마다의 수익에 일희일비하면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5년에 한번 결산해 현상유지가 되면 된다”는 셈법이라서 일일이 손익을 계산하지 않는다.

심지어 ‘작은 돈을 얻으려고 사람을 잃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어서
프리마켓에서 돈을 벌지는 못하고 오히려 써도 나는 취미생활이나 수업료라 생각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고 전체를 배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니 속상했다.
이럴 때 리더는 어찌해야 하나 고민.
단순무식하게 함무라비 법전을 적용해?(도둑은 손을 자른다는 식으로...^^)
동네 화합을 위해서는 지혜롭게 풀어가야 하는데...
돈에도 품격이 있다. 사람다우려면, 돈을 잘 벌고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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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스케치■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69)
농촌여성신문  |  webmaster@rwn.co.k
 
 
승인 2022.05.13  09:49:10
 

 

"집착했던 수많은 것들이 
부질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60살이 넘어서야
여러 가지 깨달음이 왔다."

 

 

아침 5시, 창문에 비치는 여명이 오늘도 새날이 시작됐음을 알린다.

일찍 일어나는 부지런한 새소리가 청아하고,

앞집 하우스 안 수탉이 홰를 치며 목청껏 울어대는 소리는 ‘어서 일어나라고, 날이 밝았다’고 재촉한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구한다’는 속담이 있는데,

실상 벌레들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건 여명이 밝아 올 때인 것 같다.

텃밭 채소들을 배불리 먹고 나비로 부화하려는 벌레들은 아침 일찍 잎들을 뜯어 먹고,

해가 뜰 때쯤은 흙속에 들어가 숨어 지내며 사람과 새들의 눈을 피한다. 

 

농촌의 하루는 동녘이 어스름 밝기 전부터 두런두런 소란해지기 시작한다.

초저녁에 잠드는 나도 4시부터 깨어서 창문이 밝아지나 몇 번이나 내다보며 하루일과를 그려본다.

새벽공기가 아직은 쌀쌀하니 조금 더 밝아지기를 기다려서 강아지 ‘온이’(닥스훈트)를 산책시키고,

꿈밭 농장으로 출근해 간단히 아침을 먹는다.

 

차나 삶은 계란, 빵이나 누룽지 삶은 것으로 가볍게 아침을 먹고, 하루 일 양을 해본다.

아침은 조금 가볍게 먹고, 이른 점심을 식당에 가서 맛나게 먹고,

저녁은 집으로 돌아와서 편하게 넉넉히 먹는다.

저녁을 가볍게 먹어야 하는데, 저녁시간이 여유가 있으니 저녁을 늦게 먹고,

소화도 되기 전에 잠들어서 뱃속에 가스가 찰 때가 많은데, 이 일상이 잘 고쳐지지가 않는다.

 

저녁을 먹고 나면 식곤증과 피로가 몰려와서 눈이 가물가물...

저녁에는 어떤 것도 할 수가 없다. 저녁 8시에서 9시 사이에는 폭풍 졸음이 몰려온다.
대처(大處)에 살 때에는 대부분의 생활이 저녁에 집중돼 있었는데,

농부로 살면서 저절로 아침형 인간이 됐다.

신이 인간에게 허락하신 단순한 삶, 눈 뜨면 밭에 나가서 일하고,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복된 삶을 농부가 돼서 살게 됐다. 

 

살아내는 것 자체가 도를 닦는 것이었는지,

집착했던 수많은 것들이 부질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60살이 넘어서야, 여러 가지 깨달음이 왔다.


5월이 되니, 봄 중에 가장 절정이라 온갖 꽃들이 다 피어난다.

귤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덩어리가 된 꽃향기에 취해서 몽롱해진다.

귤꽃 이외에도 지금 뜰에는 꽃들의 축제가 한창이다.

남편 농부는 귤나무를 돌보고, 나는 꽃을 돌보느라 봄날이 날아가고 있다.

2022년도 벌써 1/3이 가버렸으니 나의 하루는 시속 62㎞(62세)로 달리고 있다.

가끔 허무와 무상함이 비집고 들어오려고 할 때 하늘을 바라본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色卽是空空卽是色 : 형상은 일시적인 모습일 뿐, 실체는 없다는 것)

이 찬란한 봄날에 왜 이런 심오한 말이 떠오르는고?

스님들처럼 산중에서 수행하지는 않았어도 삶이 수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관계를 매끄럽게 조화하고, 균형을 맞추며 잘 살아내는 일,

이 나이에도 사람관계는 쉽지는 않음이 내가 많이 모난 사람임을 자각케 한다.

많이 마모되기는 했어도 여전히 뾰족한 나의 모서리가 꽃으로도 다듬어지지가 않는구나.

꽃밭 한가운데서 차를 마시며 지나간 시간들을 반추해 보고,

앞으로 만날 시간들을 가늠해 본다.

그저, 하루하루를 잘 채우며 사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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