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
삶에 바람 부는 날■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73)
농촌여성신문 | webmaster@rw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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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6.13 09: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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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적으로 새끼 보호하려
모성애가 이글거렸다...
아이는 극성스런 엄마를
경이로운 눈으로 봤다.
48시간이 480시간 같은 이틀을 보냈다.
바람 없는 잔잔한 일상에 돌풍 회오리가 불어온 듯, 일상의 지축이 흔들렸다.
어제, 그제, 혼비백산해서 이틀을 보냈다.
6월6일 생일을 맞은 둘째가 집에서 독립해 근거리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다.
휴일에도 근무를 하고 있는데, 가슴에 종기가 나서 너무 아파 병원 응급실에 가야겠다고 카톡이 왔다.
정확히는 가족 카톡방에 생일 축하한다고 모두가 안부 인사를 올리니, 둘째가 자신의 근황을 알린 것이다.
생일이라고 미역국을 끓여 간다고 해도 굳이 오지 말라고 해서 의견을 존중한다고 축하금만 쐈는데,
둘째가 병원을 간다는 말에 나는 하던 일을 바로 접고 총알택시처럼 날아갔다.
둘째는 가슴에 종기가 났는데, 가라앉겠지 하고 참고 있다가
병원이 쉬는 주말에 점점 더 커져서 월요일 생일날에 출근을 했지만
도저히 통증을 참을 수가 없어 병원을 가기로 했단다.
그 소식을 접한 나는 바로 달려가서 아이의 상처부위를 살폈다.
염증이 탱탱하게 부어올라 손끝만 스쳐도 아프다고 비명을 질렀다.
“어쩌자고 이렇게 참고 있었냐~”고 혀를 찼다.
아이는 정작 인내심을 발휘해야 할 일에는 무심했다가 엉뚱한 인내심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상처부위를 살피는 도중 염증화농이 터져서 피고름이 줄줄 흘렀다.
살아온 연륜으로 돌팔이 의사쯤 되는 나는 오히려 터진 게 잘 됐다며
피고름을 어느 정도 닦아내고 서귀포의료원 응급실로 데려갔다.
휴일이라서 간단한 치료만 하고 큰병원으로 가보라고 한다.
제주도에서 큰 병원은 제주시에 있는 제주대학병원이나 한라병원 정도이고,
더 큰 수술이나 정밀검사는 서울의 큰 병원으로 가는 일이 많다.
우선 한라병원으로 가기로 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서둘러 병원으로 갔다.
요 근래에는 병원을 찾을 일이 없어서 병원으로 들어가기 위해
큰길에서 차가 줄을 서서 대기하는 장면이 낯설었고, 주차타워 6층까지도 자리가 없는 것도 생소했다.
어리바리하며 간신히 주차하고,
일단 가장 잘 한다는 의사선생님 부서에 접수를 해 보니 6월20일에나 진료가 가능했다.
긴급환자가 보름 후에나 진료를 받는다면 그사이 병이 진행돼서 큰 병이 될 게 아닌가?
오래전에 시누이 딸이 가슴에 화농염증이 생긴 것을 응급치료만 하며 진료대기하고 기다리다가 크게 번져서,
결국 가슴 한 쪽을 제거하게 된 기억이 상기됐다.
모르거나, 뒷배가 없거나 해서 곧이곧대로 하다가 겪게 되는 불편부당한 일이 이 사회에는 얼마나 많은가...
나는 본능적으로 새끼를 보호하기 위한 모성애가 이글거리며,
어떤 떼를 써서라도 아이가 치료받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날 의료원에서 겨우겨우 받아온 소견서를 내밀며 응급실로 달려가서 사정을 했다.
제발 전문가에게 치료받게 해 달라고...
사정이 통했는지 뵙기 어려운 전문가 선생님께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었다.
일단 응급처치를 하고, 부기가 가라앉아야 정밀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당분간 통원하며 치료하기로 했다.
아이는 극성스런 엄마를 경이로운 눈으로 봤다.
“60년을 살아낸 내공이 헛것이 아니여~” 하며 위기대응능력이 매순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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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멀구슬나무■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72)
승인 2022.06.03 10: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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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나무 아래에 서면
좋아서 실신할 지경이다.
이 증상이 식물에게 나타나
천만다행이다~~
큰 멀구슬나무를 갖고 싶다는 소원이 성취됐다.
커다란 멀구슬나무 아래에 벤치를 놓고 앉아서 시간을 정지시켜 놓고 신선놀음을 하고 싶다는 소원이~
꽃을 좋아하다가 그 사랑이 확대돼 나무에게로 시선이 옮겨지면서
잘 자란 큰 나무만 보면 눈이 가물가물해졌다.
사랑의 콩깍지가 전신을 마비시켜서, 큰 나무 아래에 서면 좋아서 실신할 지경이 됐다.
대상은 가리지 않고 오랜 풍상을 이겨낸 늠름한 큰 나무면 나타나는 증상.
이 증상이 식물에게 나타나니 천만다행이다.
남자나, 돈이나, 명품이나, 물질이었다면 나는 어떤 인간이 됐을까?
세상을 어지럽게 하는데 일조했을지도 모르는데,
나의 지칠 줄 모르는 끝없는 식물 사랑은 나도 정화시켜 주고,
내주변이 꽃동산으로 바뀌니 세상에도 일조하는 셈이다.
우리 과수원에 있는 큰 녹나무는 여름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줘서
인공적인 에어컨 실내의 시원함과는 비교가 안 된다.
한여름 이글이글 타는 뙤약볕에도 큰 녹나무는 햇빛을 온 몸으로 막아주고,
그 아래 큰 그늘을 만들어 자연스러운 시원함은 선풍기나 에어컨의 인공적인 바람의 시원함과는 차원이 다르다.
비자림의 800년 묵은 비자나무는 살아서 신이 됐다.
그 나무 아래에 서면 100년도 못사는 인생의 부침(浮沈)이 하잘 것 없고 덧없기까지 하다.
천년의 세월을 살아낸 나무신이 보기엔 인간의 탐욕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를 일러주는 것 같다.
한 자리에서 묵묵히, 온갖 풍상을 다 이겨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이 얼마나 많을 진데, 나무는 말이 없고 의연하다.
“사람들아~ 나무처럼 살아라~
세상을 정화시켜 주는 산소를 만들어 주고,
새들에게 보금자리를 내주고,
사람에게 그늘도 만들어주고,
죽어서는 땔감까지 주는,
나무처럼 살아라~”비자림의 큰 나무가 말없이 들려주는 묵언수행을 보면서
종종 비자림에 가서 마음을 씻어내며 숙연해지곤 한다.
과수원에서 목을 빼고 건너다보는 숲속에 큰 멀구슬 나무가 있다.
그 나무만 보면 또 갖고 싶어졌다.
봄이면 라일락 같은 연보라꽃들을 흔들어대며 뿜어내는 향기도 고혹적이고,
겨울이면 나뭇잎 다 떨궈내고 열매만 단 자태도 수려해 멀구슬나무 아래에서 가슴 설레곤 했다.
‘나도 멀구슬 나무 갖고 싶어~’
그 소원을 새가 들어줬다. 씨앗을 물어다가 내가 원하는 자리에 떨궈 줬다.
동네어귀의 큰 나무들은 대부분 마을 수호신이 됐는데,
나도 우리 동네에 수호신 같은 큰 나무를 키우고 싶었다. 그것이 멀구슬나무였다.
우리 과수원 입구에 하천 복개공사해 너른 광장이 생겼는데,
그곳에 큰 멀구슬나무 심어 그 아래 벤치를 놓고 동네 사랑방을 만들고 싶은 소원.
어느 날, 우렁각시가 데려다가 놓았는지 어린 멀구슬 묘목이 자라는 것을 보고,
보호수처럼 둘레를 싸서 5년을 애지중지 키웠다.
드디어 내가 소원하던 마을지킴이 나무로 폭풍성장 중이다.
어찌나 빨리 자라는지 올해만 자라면 제법 큰 나무가 될 것 같다.
‘이쁘다’ 하면서 바라봐주니 올해는 꽃까지 피어 기쁘게 해줬다.
때마침, 동네장터까지 열게 돼 멀구슬나무의 진가는 더욱 발휘되고 있다.
소원이 이렇게 성취되다니... 므흣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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