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내 일생 중 가장 호사를 부리고 있는 것 같다.^^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수술하고 나서 일단은 왼손을 쓰지 않아야 하고
한동안도 조심해야 하는지라 그 핑계로 수술전과는 다른
시간적으로, 신체적으로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런데 여유롭게 놀거나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데 익숙(^^)지 않아서인지
"컨디션이 안 좋으니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뒹굴어야지~"하며
TV돌려보기를 하며 뒹굴 거리다가도 어느 순간 "할일이 많은데~"하며
마음이 슬쩍 불안해지곤 한다.
TV에 집중되지도 않고 심지어 일을 안하고 있는게 기분이 나빠지기까지 한다.(심각한 일중독 증상^^)
(그사이 못 본 TV 프로들,인간극장, 사람과 사람들,집시맨,갈데까지 가보자, 나는 자연인이다,다큐공감,다큐3일,
심지어 요즘은 나쁜 개는 없다를 보면서 강아지사육법을 연구중이다.)
그렇게 여유있는 시간인데도 블로그 글은 왜 못 올리나?(혹시 기다리고 계신 분이 계실까???)
낮에는 큰 일은 안해도 무언가 할 수있는 일을 찾아서 꼼지락거리고
저녁에는 꿀잠을 자고 싶어서 잠을 안자면서도 누워 뒹굴기 때문.^^
(무더위와 열대야에 흐느적거리기도 하고)
사실은 핸드폰이 있어서 누워서 이것저것 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핸드폰으로 글쓰기 해도 되지만
내 성향 상 컴퓨터 앞에서 날 잡아서 맘 먹고, 장시간 수다를 떨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고리타분한, 전근대적인(내가 벌써 그리 되었나?) 방식을 고수한다는 것은
내가 머물러 있다는 반증 같기도 하다.
하여간에 내 몸 추스리기도 너무 힘든 여름 날씨가 변명거리를 만들어 주고 있다.
어제는 여름의 절정 중복이라는데
내 감촉에는 아주 엷은 가을이 느껴졌다.(내 촉이 너무 예민한가?)
숨쉬기가 조금 나아졌다.(한낮 온도는 여전히 폭염경보인데 난 그렇게 느껴졌다)
올해는 아직까지도 회원 정리도 안하고(이사와 수술을 핑계로 삼으며)
이제사 슬슬 회원정리 하려는 마음이 든다.
7월말까지는 회원 정리를 해야지~~~
(올해는 회원님께 개별 연락을 아직 못 드렸네요~8월에 개별 연락 드릴게요^^)
집나간 정신이 조금 돌아오니
이제 컴 앞에 앉아서 수다를 떨고프다.
온사방이 초록인 농장에 이사 와서 창밖을 내다보며 컴 앞에 앉았다.
안빈낙도가 떠오르는데 과한 표현인가?^^
잘 다니지 않는 길을 볼일이 있어서 지나가다보니
불현듯 근처에 살던 세실언니가 떠올랐다.
몇년전에 귤밭을 사서 내게 친환경귤농사를 짓는 법을 알려 달라고 해서
몇번 가서 재배방식을 알려 주었었는데 엄두가 안나는 모양이었다.
그때 내가 서귀포시청에서 주관하는 귀농귀촌 교육 중 유기농귤 멘토를 하고 있어서 만나게 된 언니인데
귤밭안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노후를 살려는 꿈을 가져서 귤밭1600여평을 샀는데
농사의 "ㄴ" 도 모르는 초보인지라 엄두가 안나지만
나도 해냈다는 말에 고무되어 친환경으로 농사 짓고자 내게 상담 했었다.
그 후 언니는 다양한 귀농 교육을 받으며 천연염색 공방을 만드는 사업까지 추진한다는 이야기까지 듣고는
나도 언니도 서로 바빠서 잊고 살게 되었다.
나는 유기농귤 멘토를 하였지만 상담하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멘티가 상담의뢰를 해 올때는 적극 협조하지만 연락을 하지 않으면
혹시 친환경을 포기했나 싶어서 강요하지는 않으려고 내 편에서 먼저 연락하지는 않는 편이었기에
언니가 연락을 안하자 나도 시나브로 잊고 있었다.
그런데 그 길을 지나면서 세실 언니가 떠올라서
세실언니가 집을 짓는다고 했는데 어찌 되었지 하는 궁금증이 생겨 토요일 아침에 찾아가 보았다.
나는 귤밭을 사고나서 바로 갔었기에 그때는 귤밭만 있었고
그 후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어서 집을 지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몇년만인지 아리송(그사이 3-4년정도)...
그런데 여기가 맞나 싶게 그사이 지도가 바뀌어 있었다.
귤밭만 있던 그자리에 그림같은 집이 자리잡고 있었다.
드디어 꿈을 이루셨구나~ 감탄하면서 대문앞에서 언니를 부르니 강아지 소리만 요란하고 사람이 없는 듯...
돌아서 나와 막 차를 타려는데 집으로 차 한대가 들어왔다.
세실언니와 바깥 선생님이 들어오고 계셨다.
"세실 언니 넘 반가와요~~~그동안 못 찾아 뵈었는데 엄청난 일을 해내셨네요~"
내가 반가와서 폭풍 수다를 토해 내는데
언니가 웬지 표정과 말이 어눌해서 처음에 살짝 나를 잊었나? 나를 안 반기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바깥 선생님이 언니가 병원에서 지금 오는 중이라고 하셨다.
3년전 집을 다 짓고 일주일만에 언니가 쓰러져서 뇌출혈 수술을 받고
지금까지 재활병원에서 치료중인데 토요일 일요일만 집에 오는데
오늘 토요일이라 마침 집 오는 중이란다.
가슴이 턱 막혀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세실언니는 간단한 의사표현정도 할 수 있고(많이 좋아진 상태)
오른손과 오른쪽이 아직도 원활치 못하나 많이 좋아진 상태라고 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왼쪽은 괜찮아서 왼손으로 밥을 먹고 간단한 일상을 할 수 있지만
길게 여유있게 마음 먹고 재활치료중이라고 바깥선생님께서 말씀 하셨다.
올해 9월이면 쓰러진지 만 3년 된다고 했다.
그사이 두 분이 겪었을...말로 다 표현 하기 어려운 시간들이 느껴지며
많이 좋아지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인 것 같았다.
큰 시련과 아픔 앞에서 무슨 위로가 도움이 될까?
나는 언니의 오른손을 꼭 잡으며 1년 후에는 다 나아서
언니가 꿈꾸던 염색도 하고 바느질도 하고, 빵도 굽고
예쁜 공방도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해 주었다.
지금까지 이만큼 이겨 냈으니 반드시 다 극복하고
꿈꾸던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 해 주었다.
언니가 그럴 수 있을까~ 하고 힘없이, 무표정하게 말하는게 안스러웠다.
그사이 얼마나 많이 절망하고,안간힘을 썼을까~~~
그 절망의 끝에 희망을 보았었을까?
인생에서...우리는 다양한 시련을 겪는다.
그 시련에 침식되지 않고 맞장떠서 이겨내는 용기는
내 몸이 건강할 때 가지는 축복된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식은 말짱한데 몸을 움직일 수도 표현 할 수도 없을 때
얼마나 절망감이 밀려 왔을까~~~
세실언니...내가 이제사 찾아와서 미안해요.
그동안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셨을까~~~
그림같은 집을 짓고 꿈을 꾸며 행복하게 살아 보려 했는데
바로 그 앞에서 쓰러지게 한 하느님의 뜻은 무엇이었을까~
신의 큰 뜻을 가늠하기 힘드지만
시련의 끝에는 축복으로 인도하는 뒷문도 항상 열어 두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세실언니~~~
반드시 완쾌하셔서
소박하고 행복한 꿈 꾸며 사시게 될거예요~
세실언니를 위해 축복 기도 합니다~~~
(우리가 건강만 해도 얼마나 큰 축복인가는 건강을 잃고 나서야 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