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다

식물의 감정

by 농부김영란 2017. 7. 27.


거슬러 올라가보면 어린 시절부터 나의 꽃사랑이 시작된 것 같다.

 엄마가 꽃을 좋아해서 우리집은 동네에서 꽃밭있는 집으로 불렸으니

어릴때 추억중에 꽃밭의 꽃들이 늘 먼저 떠오른다.

그 정서가 바탕에 깔려있어서인지 나의 꽃사랑은 집 떠나서

홀로 자취하던 단칸셋방에서도 화분 몇개라도 있어야 숨 쉴 수가 있었다.

가난한 살림살이에도  가난을 상쇄할 수 있는 가장 큰 도구는 꽃이였고

나는 꽃을 돌보며 내 안의 갈증을 풀어내며 살아 올 수가 있었다.


청소년기에 우리집이 경제적으로 아주 어려움에 처해서

내 운명까지 롤러코스트를 타듯 출렁거렸으나

내 삶의 중심잡기에 꽃이 가장 긍적적인 기여를 했었다.


꽃과 나, 식물과 나는 한시도 떨어져 본 적이 없었다.

운명적인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농부가 된 것도 무언가 알 수 없는 큰 이끌림이 나를 농부로 인도했고

내가 13년째 유기농귤농부로 내리 달려 올 수가 있게 한 것도

귤나무가 꽃나무로 보여서 지금까지도 내 눈에는 귤나무가 그리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사계절 초록의 옷을 입고 있고, 나무 수형도 그 어떤 조경수보다도 멋진 귤나무는

봄이면 내가 좋아하는 하얀색꽃을 피우고, 어릴때의 초록귤도 어찌나 예쁜지

지금까지도 그 사랑스러움에  나는 첫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몽환적이 되곤 한다.

가을에 초록잎 사이로 주황색으로 물든 예쁜 귤이 주렁주렁 달린 풍경은

내 숨을 멎게 할 정도로 아름다운 장관이었다.

그 사랑은 내내 계속되고 있어서

나는 농부로 살게 된 것을 신의 배려와 축복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꽃과 식물의 감정을 읽을 수 있다.^^

그들이 내게 전하는 말을 그들의 기색으로 알아 볼 수가 있다.

내가 별다른 영양을 주지 않아도 이쁘다고 자주 쳐다만 봐주어도

그들이 신나서 춤추고 기세가 넘치게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나는 그 느낌을 올해도 확인 할 수가 있었다.

믿음밭 쉼터를 조금씩 리모델링 해놓고서 아이들때문에 시내에 살면서

종종 오가며 꽃들을 심고 며칠에 한번씩 둘러보고 가곤 했는데

그사이는 그냥 자리 잡았다는 정도로 자랐다.

그런데 내가 올해 이사를 오자 얘들이 도대체 왜 이러는가 싶게

야단법석으로 우렁차고 활기찬게 느껴졌다.

봄에 새우란부터 왕성한 기운이 넘치더니

여름에는 몇뿌리가 고작이던 나도생강이 새끼를 가득히 치고 군락을 이루었다.

눈에 띄게 화려하진 않지만 은은하게 멋스런 나도생각이 좋아서

많이 번식하기를 마음으로만 바랬지 특별히 영양을 주거나 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다섯배는 불어났나 싶다.

"넌 은근히 예쁘네,"그렇게 바라다 봐 주었을 뿐인데 말이다.


그리고 얼마전 소철이 새순을 내기 시작했는데 또 한번 놀랐다.

지금까지 새순을 내던 기세에 세배를 더해서 우렁차게 순을 내 뿜었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떠오르는게

이 아이들이 우리 언어로 말하지 않아서 그렇지

이렇게 감정을 표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마음이야 내 열정이 누구못지 않으니

내게로 온 식물들은 너무 잘 자라서 내가 말리고 싶을 지경이다.

주로 내가 애정하는 꽃들은 키가 작고 꽃도 작으며 여린 편이고

첫눈에 확 띄는 것보다도 은은하게 피는 잔잔한 꽃들인데

이 아이들이  신이 났다고 마구마구 자라서

환경을 척박하게 만들어서 애잔하게 피어나게 해야하나 고민 할 지경이다.





군락을 이룬 나도생강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우렁차게 새순을 내뿜은 소철









군락을 이루기를 바래서 정성을 다하는 아이들 중 좀비비추가 있다.

이 아이들도 세배는 번식 함.











서로들 난리법석나게 경쟁하듯 자라서

어수선한 꽃밭이 되었다.




귤밭이라 귤나무가 주인공이라 한켠에 조그맣게 만든 뜰에

온갖 종류의 꽃들이 조금씩 돌아가며 인사를 하고 있다.

백일홍과 우단동자꽃




2년전 태국에서 가지 세개 가져와서 삽목한 아이




자주 달개비




맥문동







진딧물 유인하려고 심어 보았던 옥수가 반뼘이라도  열매를 맺었다.

 지금까지 육지에서 공수해서 오는데 며칠 걸려서

마르고 딱딱해진 옥수수맛과는 비할 수없이 맛 있어서

 내년에는 제대로 옥수수농사를 해봐야겠다고 벼르게 되었다.^^









'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短想  (0) 2017.09.04
  (0) 2017.07.30
인생에서 시련의 의미는?  (0) 2017.07.23
손목터널 증후군  (0) 2017.07.05
농촌진흥청장상 수상(귀농귀촌 멘토 공로상)  (0) 2017.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