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바람이 매운...겨울다운 날씨에도 저의 귤은 아직도 귤나무에 매달려 있습니다.
1월 10일 전후해서 맨 아랫 것만 일부 빼고 다 따내릴 예정입니다.
눈을 맞은 금순이 귤은 겉껍질은 일부 탄력을 잃은 것도 있지만
더 단단해지고 향도 강해졌고 귤껍질 사용하기에는 모든 성분이 강화 되었다고 생각해요.
시련을 이겨내면서 분비하는 면역물질로 더 단단해졌다고 믿으며
속 알맹이도 맛이 무르익었어요.시중의 다른 귤들보다도 한달 이상을
나무에서 숙성하였으니 맛도 당연이 더욱 풍부하고 무르 익었지요.
저의 무농약 귤...이제사 제가 원하는 맛에 가까와졌네요.
맛 훈련으로하여(요리사 시절에) 1%의 맛의 차이에도 민감한 저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처음에 무농약 귤이 제 맘에 안드는 맛이라 고민이 많았어요.
올 봄에 큰 맘 먹고 귤 맛이 가장 좋다는 효돈 쪽에 귤밭으로는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가장 맛있는 귤 만들기에 매진하려고 구입한 밭이라 올해 귤맛이 궁금 했었는데
초기에는 유기농 귤밭보다 늦게 익을 뿐만 아니라 귤맛도 제가 원하는 맛이 아니라서
고민을 했었는데 이제사...맛이 풍부 해지고 당도도 산도도 맘에 들어요.
이미 저의 밭 주변은 귤이 달려 있는 곳은 없는데
농사 선배님들이 보시기에는 혀를 찰 시도를 제가 하고 있네요.
일손이 없기도 했지만 일부러 눈을 맞히며 1월 중순까지 가는 한심한 농부가 저입니다.
저의 남편 유치원 농부는 애가 닳아서 화까지 냅니다.
남들은 다 땄는데 제가 일하기 싫어서 딴청을 부리고 있는 줄 알고
화를 내며 빨리 와장창 다 따내리자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까지도...맨 아래 것은 그냥둬...하고 일이 끝이 없게 만드니
유치원 농부...이제는 좀 쉬고 싶어서인지 화를 내어서 실은 알콩달콩 새해를 맞은게 아니라
냉전의 시베리아 바람으로 새해를 맞았답니다.
어찌 참새가 봉황의 마음을 헤아릴꼬~하며 저는 장탄식을 했고
일년내내 쉬지않고 일만 한 남편이 남들 농한기에 자신도 좀 낚시나 가면서 쉬고픈 맘에
그리고 이제는 다 따내려도 남들보다 한달이나 늦게 따는 것을
아직도 고집쟁이 5학년 농부가 태연자약하니 ..,급기야 분통을 터트렸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과 같이하면 어찌 남과 다른 귤이 나올수가 있냐며 저는 고집을 부립니다.
무엇이 다르냐?
유기농이라서? 맛이 더 진해서?
그렇게 보여지는 차이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차이...면역력을 강화 시키고 있는 저입니다.
그렇게 귤을 나무에 오래 달아 두면 올해는 해걸이로 하나도 안 달릴 수도 있음을 저도 알고 있지요.
그런데 이제 저는 그것조차도 조금은 의연해 졌네요.
나무가 알아서 달리는대로 수확을 할 예정입니다.
유기농 귤을 생산하기까지..저는 나무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나무 스스로 자생력을 갖출 동안 처음에는 몰라서 안달을 부렸지만(이 사람 저사람 말을 들으며)
이제는 나무가 스스로를 조절 한다는 것을 알았고 또 좀 과했을 때는 한해를 온전히 쉬는
해걸이 현상이 오는 것을 느꼈지만 수확에만 연연하면 이런 모험을 할수 없겠지만
제가 추구하는 것은 내 몸에 약이 되는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입니다.
내 몸에 독이 되는 먹거리도 시중에 지천이지요.
온갖 농약과 항생제범벅으로 길러낸 농축산물이 즐비합니다.
소비자는 자세한 것을 모릅니다. 생산자들도 그것이 안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돈을 벌기 위해서 그 방법을 택합니다.
농사를 지어보니 얼마나 지어야 최소한 남편이 직장 디닐때의 수입을 보전할수 있을지
가늠이 안됩니다.부부 두사람이 일년내내 매달려서도 한사람의 봉급의 절반이나 될까 할 정도입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인건비 많이 드는 친환경 농산물 생산을 포기하고
농약으로 대량생산하는 길을 택할수밖에 없는 모습도 현실입니다.
시중의 귤이 풍년이 되어 인건비가 전혀 안 나오는 가격에 판매가 되고 있는 것을
소비자들은 단지 싸다고 좋아할지 몰라도 이런 현상이 지속되기에
농사를 포기하고 사양산업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저는 저의 귤을 사면서 깎아 달라고 할때 가슴이 쓰라리 해지더군요.
차 떼고 포 떼고...남는게 제 인건비인데...두 사람이 매달려 한사람의 인건비 반밖에 안나오는 농사.
그래서 심지가 굳지 않으면 농사의 길로 꾸준히 가기가 어렵다고 느끼고
농촌에서는 젊은이들이 떠나고 다른 길을 갈수없는 노인네들만 맥없이 농사짓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안타깝고 눈물이 나는 농촌 현실을 소비자들이 조금은 헤아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만해도 남편이 명퇴하고1년 6개월이 지났고
남편은 20년이 넘게 다닌 직장에서 사오정 세대가 되어 밀려났는데
아이들이, 초, 중,고...이 시대의 혹한을 고스란히 맞으며 고군분투하고 있읍니다.
그 누구보다도 가장 혹한의 시베리아 벌판을...황무지를...희망을 품고 나아가보고 있는 중이지요.
제가 긍정적인 마인드의 사람이 아니었다면 제게 닥친 이 현실이 얼마나 답답한 현실이겠습니까?
제가 무쇠돌이, 울트라캡숑 수퍼우먼...하며 스스로를 독일병정처럼 묘사해도
네번이나 배를 가르고 수술을 한 몸에, 일에 매진할 때는 먹지도 자지도 않고 덤비는
우직함때문에 제 몸을 잘 돌보지 않는 사람이라...사실 늘 몸이 부대끼며 가고 있지요.
타고난 건강 체질이 아니라 환경에 적응하려고 저를 담금질한 몸이라 늘 제 한계를 느끼며 가고 있는데
그렇기에...저는...이 시대의 혹한을 고스란히 맞고 있는 제가 쓰러지면
이 사회는 희망이 없다라고 공언을 할 정도이지요.
제가 강해서가 아니라 제가 강하지 않으면 안되는 현실 앞에서
희망을 만들어서 있는 힘을 다해서 달려보고 있는 중이지요.
새해 연초에 신세한탄을 하려고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은 아니고
제가 늘...희희낙락하며 살고 있으니 일부 사람들은 제가 날라리 낭만 농부쯤으로도 보시는 것 같은데
저도 암울한 농촌현실을 몸으로 맞고 있으며, 느끼고 있으며
제 몸으로 그 노동을 다 감당하며 이겨 나왔으며
여자의 몸으로...(이 대목에서...저도 분명히 여자이지요^^)
저의 한계를 뛰어 넘으려 안간힘을 쓰며 농부로 거듭 났지요.
앞으로 저는 초. 중. 고 세 아이를 농사를 지어서 가르키고
먹여 살리려고 농부의 길로 들어 선 사람입니다.
농촌 실정을 조금이라도 아시는 분은 제 처지를 헤아려 보실 수가 있을 것입니다.
올해는 더 용기를 내어서 심중의 말을 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도 도와 주셨지만 끝까지 저의 구원군이 되어 주셔서
제가 농부의 길을 지키게 해주시고, 좌절하지 않고 이 길을 갈수 있도록 도와 주시기 바랍니다.
반디농장의 반딧불이가 되어 주셔서 제가 희망의 노래를 늘 부를수 있게 도와 주세요.
지금 남은 저의 귤은 맛이 무르 익어서 따 내렸을 때 당도가 높아서 오래 저장 하기가 어렵습니다.
지금 유기농 200 상자정도와 무농약 800여 상자정도가 남지 않았나 가늠합니다.
올해는 밭이 두개나 되어서 생산량을 가늠치 못하고 그동안 수확하여 나가기가 바빴는데
연말이 지나면서 남은 양을 가늠해보니 그 정도가 남은 것 같아요.
그동안도 저의 반디농장 반딧불이가 되어서 여기저기 저의 귤을 홍보해주신 고마운 분들.
그 고마운 마음 간직하며 지친 순간도 힘 내어서 달려 왔습니다.
저의 남은 귤도 적극 홍보 해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저는 있는 힘을 다해서 농사만 지어 놓으면 다...팔아 주신다는 믿음을 그동안도 가졌는데
올해는 밭이 두개인지라 생산량도 노동량도 가늠이 안되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선물로도 이 가격에 이만한 가치를 지닌 것이 있을까하고 생각합니다.
귤껍질까지 알뜰히 이용하면 한상자에 10만원도 넘는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 합니다.
일년내내 귤껍질을 이용하시면서 더욱 그 말을 실감 하실 것입니다.
저는 그 고마움에 보답하기위해서 늘 최선을 다하는 농부가 되어서
여러분과 함께 가는 행복한 농부로 남겠습니다.
2010.1.3.英蘭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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