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저희 가족 모두 서울 나들이를 했답니다.
제주도에 이사오고나서 우리 가족 모두 한꺼번에 움직이려면
일단 길바닥에 뿌리는 돈만 백만원정도이고 거기에...이 집 저집 방문, 쇼핑, 외식등등...
한달 생활비가 공중분해 되는지라...그동안 월급 쪼개서 집 장만하고
세아이 양육 하면서 살아남는 방법은 오직 내핍, 졸라맨 허리 한번 더 조르자~~~로
살아온 저...어찌...한 번 기분 내자고 그런 거금을 쓸수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궁리한 것이 가족 경조사에는 대표 한사람만 파견.
(제주도에 사니 이런 경비가 많이 들어서 힘드네요.)
그동안 남편은 회사에서 출장 명목으로 몇번 다녀오고
저는 큰조카 결혼식,큰언니조카 결혼식,암투병중이신 작은 아버지 병문안 차, 그리고...
작년에...퀴즈대한민국에 도전하여서 막내딸 데리고 한양입성...
(2라운드에서 보기좋게 땡~~~아이구 망신살 자처했읍니다요.)
큰 딸은 중학교 고등학교 수학여행으로 두번 제주도를 떠나보고,
둘째딸은 중학교 수학여행으로 한번...
그런데 이사온지 오년이 되어가니...이제는 섬이 갑갑해서 속에서 거품이 부글부글 끓는거예요.
떠나고 싶을 때 맘대로 휘리릭 떠날수 없는 갑갑함.
처음 이사 왔을때는 한적한 거리에 사람 별로 없고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에 전원도시이며
우리나라 최고 관광지인 이곳 서귀포가 너무 좋아서 날이면 날마다 바깥으로 쏘다녔는데...
슬~~~슬~~~ 따분~~~~~해지기 시작하더래요.
사람이 그리워지기 시작 하더래요.
사람 발길에 치여서 정신이 없다던 그 명동 거리가 그리워지기 시작하더래요.
맛있는 것 이것저것 골라 먹는 서울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더래요.
왁자지껄 붐비는 남대문 시장을 마구 쏘다니며 맘껏 골라골라 남싸롱 물건을 사고 싶어 지더래요.
부페를 먹으면 정식이 먹고 싶어지고, 정식을 먹으면 국수가 먹고 싶어지고...
그렇게 요사스런 입맛처럼
따분해지는 일상을 훌훌 털고 벗어나고 싶지만...
기분내서 여행한 후 돌아와서의 내핍을 생각하며 꾹~꾹~ 눌러 참았더래요.
그런 절, 우리가족을...아이들고모(남편 막내 누나이며 저에겐 시누이)가 이번에 딸 시집 보내면서
내가 또 대표 한사람만 파견할 줄 아시고 아예 전가족 비행기표를 끊어주신 거예요.
사실...우리가족 모두 참석 못할만큼의 극빈자는 아니지만 벌써 회사를 그만 두어버린 남편때문에
일단 저는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기도 했고, 아이들이 새학기 개학하기도 했고...
이 차 저 차...이번에도 대표(나)가 다녀오마고 했는데
고모가 세자매가 얼마나 컸는지 너무나 보고 싶다며 비행기표를 끊어 주시니
저도 원님덕에 나팔분다고 "그래~~~이 기회에 떠나보자~~~"
그래서 아이들 금요일 토요일 결석하고 다 함께 제주공항을 떠나서 서울에 입성했답니다.
서울에 살때도 달동네의 대명사인 봉천동에 살면서 "봉천동아지매"란 닉네임으로
칼럼을 시작한 서울 촌사람이었던 내가 제주도 와서 농부까지 되었으니
이젠...아무리 분단장으로 변신을 꾀해도 촌시러움을 감출수는 없으니
저야 굳이 감추려고도 안하고 촌사람이 촌스러운기 당연하지뭐~하며 10년전에 사 두었던 정장이
맞기에 그걸로 입기로 했지만 요즘 한창 사춘기인 딸들은 생쑈~를 하며
마치 모델대회라도 나가는 양 옷타령이 난리인지라...
뭐든 일부러라도 인색하게 구는(구태의연한 경제교육인지는 몰라도) 에미 왈.
큰 인심 쓰듯이 한사람에게 3만원씩 줄테니 그 안에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하라~고 했더니...
인터넷으로 옷을 찾는다고 일주일 내내 옷을 찾는 기 달갑지 않았지만서도
그 기분까지는 안깨려고 꾹꾹 참았지요.(옷 찾는다는 핑계로 아예 컴을 끼고 살더라니까요.)
3만원에 윗 옷, 아래옷, 신발까지...하면 아무래도 찾기 쉽지는 않을테지만
일부러 아이들에게 미션을 준거지요.부족하면 있는 옷에서 매치하라고...
그런데 둘째 예지...덩치는 아기코끼리구만...생각하는 것과 취향은 완전히 유치원스러워.
바니덩키신발을 신고 싶은데 발살이 많아 사이즈가 없는지라 한치수 작은 것을 사서
그 신발에 발을 맞춘다고 안들어가는 발을 억지로 밀어넣어 일주일내내 늘어나라고 신고 있는 거예요.
아~ 안 맞는 신발 신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문을 모르실거예요.
저는 여학교 때 새구두 사면 뒷꿈치를 찝어서
뒷꿈치가 아물때까지 발을 절룩 거리며 다닌 기억이 있는데 뒷꿈치 까지고 앞볼살(발) 조이고
발가락 꼭 끼여서 그 괴로움이 말도 못할 지경일텐데도 붕대 감고 후시딘 바르면서
이뻐 보이고 싶다는 열망에 서울도 가기전에 우리집은 진풍경이었답니다.
"누가 니 발 안보거든. 편한 신발 신으라"해도 기어이...그 신발 신고야 말았는데
그래도 그 신발 알아봐 준 것이 멋쟁이(의상디자인을 전공한) 슬기오빠가 알아봤다고 감격 하더군요.
저야...쯥쯥~~~저러고싶을까 싶지만 지금 10대들은 그러고 있답니다.
신발을 사는 바람에 예지는 초과했는데...저는...서울가서 친척들한테 용돈 받으면 갚으라고 하여
돌려 받았다는 왕자린고비 엄마랍니다.^^ 사실은...아이들이 요즘 소비욕구가 늘어나서
그동안 모아둔 통장이 자꾸만 가벼워지고 있어서 제가 소비하는 법을 잔소리하고 있답니다.
"많이 버는거보다도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니라~"
사실 써도 써도 부족한게 돈인지라(쓰고 남은 돈은 한번도 없더라)
남에게는 인색하고 자신에겐 관대한 돈 씀씀이를 가장 경계해야만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떠나기도전에 서울 간다고 우리집은, 아니 아이들은 들떠 있었지요.
5년만에 처음 만나는 친척들도 모두들 놀랐지요.
막내 예인이가 일학년, 예지 4학년 , 예슬 6학년 때 떠나 왔으니까요.
솜털이 보송보송 아이들이 이젠 모두 숙녀가 되었으니까요.
어른들 늙어가는 것은 실감 못해도 아이들 커가는 것을 보면 세월이 빠름을 여실이 알게 되더라구요.
지금 서울 살고 있으면 자주 만났을 언니들을
정말 오랫만에 만났지요.
이번에 딸을 시집 보내는 시누이는 남편의 작은 누나이고 남편은 6남매의 막둥이라서
그 응석을 결혼 후 제가 다 받아주며 살고 있다는 것을 저는 하소연을 하는데
그 마음을 제일 많이 헤아려주고 아껴주는 분이 이번에
딸을 시집 보내는 작은 시누이랍니다.
시집살이 맵다며 그중에 특히나 시누이 시집살이가 맵다는 말
많이 들었지만 저는 저의 시누이들이 저의 언니들보다도 더 편하고 좋습니다.
큰시누이 작은 시누이 두분 다 천사표랍니다.
우리도 기댈언덕처럼 시부모든가 친정부모든가 재산이 좀 있었으면...
할때도 더러 있었지만 작은 돈이라도 알뜰하게 쓰는 소비습관이 길러진 것도
그냥 생긴 공돈이 아니라 땀 흘려 번 돈이라서 그 가치를 알기에
그런 소비미덕이 생긴 것은 어쩌면 또 다른 복이라고 해야겠지요.
결혼식 행사 치르고 집에 와서
저는 작은 고모에게 "장한 어머니상"을 드린다며 축배를 올렸답니다.
그동안 작은 고모는 우여곡절이 많은 삶을 살면서도
언제나 웃으면서 의연하게 헤쳐 나왔습니다.
고모부가 직장을 잃어서 방황을 하다가
몇년동안 연락 두절된 적이 있었는데(지금은 연락함)
고모가 직장을 다니면서 어린 두 아이들을 건강하게, 탈없이 잘 키워서
딸은 이번에 시집을 보내게 되었고 아들은 과외 한번 받지 않고
장학생으로 대학생활을 하니 작은고모야말로 이시대의 장한 어머니라고
저는 진심으로 작은고모를 존경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금도 아침 7시에 출근하여 저녁 10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와서(야근수당 받으려고)
집안 살림하랴 아이들 돌보랴 그 세월은 말하지 않아도 다 짐작이 가겠지요.
여자는 어머니가 되는 순간부터 초인적인 모성애를 발휘하게 되는것 같습니다.
무너지고 싶어도, 쓰러질것 같아도 아이들때문에
더욱 강해지면서 힘든 순간도 이겨 나가는 것 같습니다.
이 땅에 이런 어머니들이 있어서 그 어떤 순간에도 희망을 키웠고
고난을 헤쳐나온것 같습니다.
작은고모 말고도 이 땅에 이런 장한 어머니들이 오늘도, 내일도
묵묵히 희망을 키우고, 만들고 있는 한...
언제나 세상은 아름답게 굴러갈 것입니다.
이 땅의 장한 어머니들, 만세~~~!!!
작은 고모 만세~~~~!!!!
2009.3.12 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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