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2008년) 상품귤도 부족하고 비품귤도 부족하여
이론상으로는 행복한 비명을 질러야 할 판이었으나
난 실제 뒷골이 뻐근하게 당겨서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아야만 했다.
12월 10일 어~어 하는 사이에 어느새 귤이 예약만 남기고 귤이 바닥이 나버려서
부득이 이제는 상품귤 절대로(^^) 팔게 없답니다 하고 공지를 했는데도 그 후
혹시나하고 연락 오시는 분. 블로그를 모르고 소개 받아서 뒤늦게 연락 오시는 분.
전화 주문으로 연락 오시는 분. 미리 입금하고 주문 내시는 분들때문에
식은 땀을 흘려야 했다.가장 난제가 미리 입금하시고 주문을 내신 분.
돈을 다시 되돌려 드려야하는 번거로움과 믿고서 돈 부터 입금하신 분께
다시 돈을 돌려 드려야만 하는 미안함이 교차하여 단체예약한 귤만 남겨 두었는데도
야금야금 쥐어짜듯 내보내다보니 급기야 또 예약 귤이 모자라게 되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너무나 죄송하게도 미리 예약하신 분께도 취소까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쿨~하지 못하고 정에 약한 내 탓.
어디 다른데라도 소개해 주실수 없나요~하는데
일단 무농약 귤이라야 한다는데 어디 내 값에 나처럼 담아 주는데가 있어야 소개해 드리지.
그래도 괜찮으실지요?하니 마뜩찮으신가부다.(다른분들 상황을 설명하니)
난 농장 직송에다가 최저가에다가 최상의 맛을 내느라고 일일이 구분수확하여
인건비는 계산도 않은데다가 게다가...비싼 상품 귤에나 적용하는 나래비로 담아서(일렬로)
(그렇게 담으니 500g이상은 더 나간다) 항상 무게도 더 담아 드렸다.
일일이 하나씩 가지런히 담으면 많이 나갈때는 하루종일 택배포장 해야하는데도 불구하고
포장에 재미를 낸(^^) 남편이 굳이 굳이 바쁜데도 그렇게 싸겠다하니
남들은 주루룩 드리 부어서 위에만 이쁘게 담아 나가는데 일손도 없는데 이 무슨 정성이람!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남편이 초심 운운 하기도 하거니와 사실 첫해에는 초보농부 생산물 사주시는게
감격하여 아이들 동원하여 먼지를 일일이 수건으로 닦기까지한 정성도 있었는데 싶으니
그래~~~아무래도 이렇게 가지런히 담아 드리는게 보기에도 좋고 양도 많이 들어가니 알아 주실게야~
하는 맘에 끝까지 그렇게 담아서 내 보냈다.
내 귤을 만난 분들이 행운이야~그렇게 생각하며...^^
간혹 가다가...내 이런 맘을 이해 못하고 후비는 일도 발생 했으나
내 맘을 조금이라도 헤아리신다면, 그리고 비교해보신다면 다 알아 주실거란 생각이었다.
농부가 되어보니...내 농산물이 자식같은 기분이 들고 실제 일년내내
땀과 노동을 쏟아 부은 댓가이기에 그 어느것도 다 소중하게 생각 되는데
더러는 그 노고를 전혀 헤아리지 못하고 타박하는 분도 계시나
내가 농사를 지어보고나니 100% 내 맘에 쏙 드는 생산물만 골라내면
그만큼 값이 올라가고 게다가 유기농산물은 일반관행 농산물보다도 수확량이 줄어서
부득이 값이 일반 관행농산물보다 비싸야만 하는 이유를 내가 직접 경험하고 있으나...
나는 내가 소비자였을때를 생각하면서 값을 정하고보니
내 귤을 만난 소비자가 행운이었다고 감히 생각이 들었다.
아는 사람은 안다~였는지 지난해 내 귤은 저장도 필요없이 다 나가 버렸는데
나중에는 없다고하니 비품도 없느냐고...그것은 팔게 아닌데요.
그냥 나눠 먹을거라서~ 하고 말꼬리를 흐리면 그거라도 보내 달라고 사정을 하시니
어휴~~그럼 택배비 상자값 거름값 약값만 계산해서...
이렇게 하나씩 둘씩 마음 약해서 나가다보니
어머나~~~선물 드릴 비품도 하나도 없다.
간간히 우연히 전화를 하셨는데 추리고 또 추리면 나오는 상품 귤이 몇상자 나왔을때는
사정을 하시니 또 나가고...에궁...에궁...탈탈탈 긁어서...
고마운 분들께 해마다 드리던 선물이 없다.
첫해는 3박스이상 사신분들께 비품 한박스 선물.지난해는 5박스 사시던 분께 선물.
그런데 올해는? 어쩌면 좋아~~~
1월초까지 상품이 있었다면 모두다 선물 드려야 할 분이 되셨을터인데...
부득이....열분만...소개소개 수십박스 사주신 분만...그것도 없으니 5kg으로...
이렇게 정하고나니 뒷골이 당겨서 며칠을 혼미했다.
난 마구 마구 퍼 주어야만 직성이 풀리는데...^^
드릴게 없다. 속이 후빈다. 초심이 변한것은 아닌데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
올해는 값으로 보답해 드렸다고 생각하고 혹시나...해마다 드리던 비품귤을 못 받으셔서
서운한 맘 드셨더라도 널리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중에는 제가 정한 값이 맘에 안든다고 시중가를 보내신 분도 계시고^^
심지어 비품 귤을 선물로 보내면 그 열배가 되는것을 보내 오시는 분도 계셨고
자비 들여서 선물하면서 홍보도 해 주셨고, 가는곳마다 내 귤 들고 다니면서 홍보해 주신분도 계셨고
이루 헤아릴수없이 마음과 마음이 전해졌었다.
에게게...5kg상자에 담아서...마음이 쪼그라 들어서 선물이라고 보내면서도
그렇게 스트레스가 올 줄이야...
감질난 선물도 죄송했고 그나마 못 보내 드린 분들이 한분 한분 뇌리에 스쳐가니 죄스럽고...
이 문제를 해결 하려면 귤밭을 늘리는 길밖에 없는데
그 길도 쉽지 않아서(다각도로 알아보고는 있으나) 고심중이다.
부득이 귤밭을 늘리지 못하면 회원제로 가야만 할것 같다.
난 지금까지는 주문만 들어오면 무조건 귤을 내 보냈는데 귤값을 영영 잊어 버리신 분도 계시고
잘 모르는 분이 그렇게 하시니 누군지도 알길이 없어서 귤값보다도 농부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분들도 경계를 좀 해야만 할것 같다.
100% 모두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타박을 하는 분도 서운하고...
올 가을에는 귤밭을 늘리지 못한다면 정말로 회원제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년째 무조건의 믿음을 주신 분들께 미처 공급해 드리지 못한 것도 죄송하고...
절말로 깊은 감사를 했던 분들께 감사한 마음 다 표현치 못해서 죄송하고...
정신을 좀 차리면...마음 표현할 다른 방도가 또 있지 않을까 궁리 해보면서...
나는 귤 농부가 되어서 돈으로는 계산할수 없는 마음 부자가 되어서
너무 너무 행복하고 충만 했답니다.
세상에는 좋은 분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 감사한 마음...귤로서 보답해 드리고자 했던 제 마음이었으나
그래도 마지막까지 부족했던 것 때문에 죄송한 마음입니다.
올 한해...저는 또 새로운 각오를 다지며 우직한 농부의 초심을 잃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신년 새해는 항상 귤 농사가 정리 되지 않기에 구정 설을 기점으로 새해를 맞으려 합니다.
구정이 지나면 곧바로 올해 농사계획과 활동에 들어간답니다.
올 한해는 남편과 함께 가니 제가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해 볼 생각입니다.
제주도에 오실때 미리 연락 주시면 제 귤밭에서 막걸리에 부추전이라도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저는 농부라서 흙손 털고 작업복에 맞을 것입니다.
간간히...올레길걷기도 함께 할수도 있기를...
경기가 안 좋아서 주변 들리는 소식이 우울한 것도 많지만
이릴때수록 건강에 유의 하시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슬기롭게 이겨나가시기를...
저 개인적으로도 생각이 아주 많은 시기이지만 마음을 비우고 새로 점검하는 시기로 잡았습니다.
저와 저의 귤을 아껴 주셨던 모든 분들께 2009년에도 정성껏 키워낸 귤로서 보답하겠다고 약속 드립니다.
저는 2009년도에는 전환기 유기농에 도전합니다.
저농약 2년 무농약 2년 전환기 유기농 2년, 유기농...이렇게 가는 길입니다.
유기농에 접어 들면 정말 보약이라고 할수 있겠지요.
올해는 각별히 더 잘 보살펴야 함을 느낍니다.요즘 남편과 EM 친환경 교육을 다시 받았습니다.
제가 하는 유기농법은 유용한 미생물군을 사용하는 EM 농법입니다.
가까운 곳에 EM교육장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고 감사한 일입니다.
남들이 콧방귀 뀌고 비아냥 거릴때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먼저간 선배가 길을 가르쳐주니
저는 가라는데로 착하게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 얼마나 감사한지...
요즘은 친환경이 대세라서 친환경이라는 말이 안들어 가는데가 없읍니다만
실제로 친환경농업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가 그동안 맨 땅에 헤딩하듯 무조건 도전하는 길에 여러분이 응원해 주셔서 예까지 씩씩하게 왔습니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않고 혼자서 묵묵히 감당하며 왔기에
저는 이제야말로 초보농부에서 조금 벗어나는 느낌입니다.
친환경이 대세라서 또 친환경을 남발하는
온갖 상술이 동원되는 것을 지혜로운 소비자는 잘 분별하여야겠지요.
올 한해...우야든동(^^) 건강! (어려울 때일수록 건강 하셔야 합니다)
기본에 충실하며 슬기롭게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 나가시고
연말에는 저의 귤 축제...또...멋지게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사랑해요~여러분~~~~~
2009.1.24 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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