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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제주올레 12코스 개장(3월 28일)

by 농부김영란 2009. 3. 29.

 

농사 못 짓는 초보 농군이 연장탓만 한다고 했나. 

7-8년된 자동디카로 그동안 촛점도 몰라요, 무조건 눌러요~

그래도 사진이 그런대로 나와서 소꿉놀이처럼 잘 가지고 놀았는데

하루가 다르게...최신형...최첨단 전자기기들이 쏟아져 나오는 마당에

7-8년 됐으면 전자제품 박물관에나 가있어야 할 디카를 가지고서리...

아무리 무대뽀 아줌마라도...슬슬...내 고물 디카가 자꾸만 신경이 쓰이고

급기야 내 눈도 노안이 되면서 더욱더 사진다운 사진 하나 건지기 너무 힘들어서

작년부터...우째야 나도 근사한 카메라 한번 장만해보노~하며 머릴 굴리고 있었는데

보는 눈은 갈수록 높아져서...나도 김영갑님같은 작품 사진 찍고싶당~하면서

바람결 올올이 표현하는 그런 사진 하나 건지고 싶다는 열망이 샘솟듯 하였지만...

 

세계경제가 침몰한다면서 연일 매스컴이 떠들고 있는데다가

사실 우리집 갱제도 남편은 명퇴했지...아이는 초. 중.고 셋이나 되지.

그동안 내 부업삼아하던 작은 귤밭 가지고서 앞으로 험란한 파도를 어찌 넘을꼬~하는 고민이 따르는 터에

고가의 카메라를(성능이 1000만화소 넘는) 갖고싶단 열망을 어이 할꺼나.

그래도 사진이 나오기는 하잖아~그동안 정든 고물 카메라를 그냥 버릴수도 없고...

사진같지도 않은 사진 올리기가 너무나 부대끼고...(인물, 풍경 버리는 카메라)

 

그런데 얼마전서부터 내 변심을 알아 챘는지 카메라가 계속 말썽이다.

변변한 사진 하나 못 건지는데다가

컴에 접속도 잘 안돼부러~~~

하늘이...땡빚이라도 내서 카메라 장만하라는 계시인지...

히히히...이럴때는 철없이 사는거다!

(에궁...아무래도 내 둘째딸이 내 이런 인자를 물려 받았나부다)

기어코 다음에는 새 카메라로 올리고 말테다!

 

 

 

 

이렇게나 멋진 풍경을...제대로 못 표현하는 안타까움.

(뽀샵을 하고 난리를 쳐도 이 정도밖에 안돼~TT)

누군가 카메라 탓만 말고 촛점이나 잘 맞추셔~하는 빈정거림이 귀에 이명처럼 들려 오지만

기냥 누르기만해도 잘만 나오는 그런 카메라 어디 없소?

이제부터 사진이 이정도밖에 안된 탓을 카메라에 돌리는 비열함을 무릎쓰고...

가슴으로 느끼시오~하고 용감하게 올려본다.

(그동안 동고동락해온 카메라에게 미안)

 

 

마늘밭과 보리밭...보기만해도 가슴이 확 트인다.

 

항상 사설이 길어서 머리가 어딘지 꼬리가 어딘지 구분이 안돼는 아줌마 수다라서

지금 올레12코스 소개한다 해놓고 대체 뭔 소린고~~~

코스소개 일일이 해도 가 본 나도 사실 지명 이름이 아삼삼하니...기냥 올레 12코스~~~^^

한때는 학구파란 소릴 들은적도 있었던가?

그런데 이젠...머리 쓰는 그 어떤 일도 사양하고 싶어져라.

백마디 말이 필요 없어. 직접 느껴 보시면 알아요~이런식이다.

 

사실...멋진 사진 한장만으로도...백마디 말을 대신 할수도 있는데~~~

 

 

 

이번 12코스 올레 개장식에는 2000명이 넘는 사람이 왔다고 하던데...

앞줄이 어딘지 끝줄이 어딘지 보이지를 않았다.

지평선이 보이는 코스인데도...

올레측에서 바람이 대단하니 꼭 겉옷을 든든히 챙기라는 당부에도

그리 대수롭지않게 여겼는데(그래도 걸치는 자켓은 가지고 갔는데 그냥 가볍게 갔더라면 큰일 날 뻔)

와~~~서귀포 날씨와는 정말 다르다.

제주도가 그리 크지 않은것 같아도 동.서. 남. 북 날씨가 다 다르고 풍경도 다 다르다.

작은 섬 안에 모든 풍경을 다 가지고 있어서 무궁무진 새로운 풍경이 숨어있다.

서귀포 쪽은 따뜻하여 감귤밭이 끝도 없이 펼쳐지는데

이쪽 한경면 쪽은 바람이 거세어서 마늘과 보리밭이 끝없이 펼쳐지는 장관이다.

 

 

 

수녀님, 스님,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할아버지,초등생 꼬마들, 서너살 돼 보이는 아기들,심지어 강아지까지...

모두들 즐거운 표정으로 삼삼오오...올레축제에 행복해 하는 표정이다.

올레길이 지나는  마을에서 준비한 차와 쑥 버무리 ...

비록 한주먹밖에 못 먹어 아쉬웠지만 그 따뜻하고 베푸는 인심에 므흣~~~^^

매운 바람도 훈풍으로만 느껴졌다.

 

 

 

산자와 죽은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제주도 풍경

마늘밭 안 곳곳에 봉긋하니 솟아있는 무덤도 삶을 한번 더 돌아보게 하고...

 

 

 

녹낭봉이라든가...12코스중에 첫번째 오름이었는데

여기서 그만 카메라 밧데리가 방전 되어...그나마 막 찍어대던 풍경도 맥이 끊어져 버렸다.

밧데리가 방전된 이유는 급하게 새로 사온 건전지가 끼려고 보니 에구구구...한치수 작은것으로 사왔네~~

 

 

 

녹낭봉 입구의 보리밭...

바람결이 스쳐가는 모습이 너무 멋져서 잡아 보려고 했으나 그냥 보리밭.

김영갑님 사진을 떠올린 뱁새의 꿈이어라.

그래도 나는 내 안에서 늘 불던 바람과 마주하여 바깥에서 쉼없이 불어대는 바람과 마주하니

모처럼...바람과 바람이 만나서 바람으로 눌러서인가?

떠날때 컨디션이 안 좋아서 참석할가말까를 많이 고민했었는데

살아있음을 증명하려고 떠난다며 혼자서 물병 하나 챙겨서 떠난길에서

나를, 지쳐있던 나를,일으켜 세울수가 있었다.

가족도 떨치고 지인들과도 연락없이 호젓이 혼자서 떠났더니

그 많은 풍경을 더 자세히 만날수가 있었고

봄 내내 기운이 소진하여 흐느적거리던 몸이 이렇게 건강하게 걸을수 있는데 왜 그려?

 

 

 

 

보리밭과 마늘밭의 푸른색 지평선만 있었던게 아니다.

오름을 올라가며 만난 환상의 갈대밭.그 길에 나는 하트를 발견했는데

아쉽게도 카메라에 담지 못했다.이 오름을(당산봉을 지나서) 올라가니

(생이기정)라는 팻말이 있었는데 새가 많이 있는 절벽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이 코스의 클라이막스라고해도 과언이 아닌 풍경이 펼쳐졌는데

막 찍어댄 풍경이...하나같이 울고싶어라~여서(그 장관 헤칠까하여) 풍경사진을 제외할수밖에 없었다.

참, 이 사진은 우째 찍었누?하실라나. 수월봉에 오르니(두번째 오름)

매점에서 팔드래요...^^

그 멋진 바당 풍경은 다 오데 갔누?...ㅋㅋㅋ...그것도...카메라 탓으로...

 그 사진 올리면 올레길 함께 간 사람들이 풍경 다 망친다꼬 화 낼것 같아서...

 

 

 

 

폭신폭신한 갈대밭에 드러눕고 싶더라만...

자연으로 돌아 가는날...영원히 드러누울 터라 살아있음은 매 순간 움직이는 것.

 

이제 멀지 않은 종착지를 눈앞에 두니 발목이 새콤새콤하고

지난번 왼쪽 무릎관절때문에 힘들어서 걱정했지만

일단 혼자 걸으니 입으로 소진하는 에너지 낭비가 없어서인지^^

힘의 안배가 되어서 마지막까지 잘 갈수가 있었다.

 

가도 가도 황톳길...보릿고개 넘던 옛사람들처럼 몸과 맘이 기진하던 봄날처럼

그 어떤 것도 나에게 생기를 주지 못하다가...

이렇게 살아있음으로, 건강한 다리가 있어서,

노안이 왔어도 아슴하게라도 풍경을 볼수가 있어서...얼마나 행복한 삶인데 뭘, 더 바라니?

지금까지 건강한 몸으로 느끼고, 보고, 듣고

건강한 몸으로 다 누려 왔으면서...왜   사는것을 걱정 하는데...

주어진 것에 자족하며, 감사하며,그렇게 살면 되는 것을.

 

 

 

 드디어 종착지에 왔다.

여기까지 오젠허난 폭삭 속았수다(여기까지 오느라고 수고 많았습니다)

제주도말 영어보다 더 어려워 한동안  도무지 알아 들을수가 없더니

이제야 조금 들리기 시작한다.제주도 음식도 이제는 내 발로 찾아가 먹을만큼 적응한걸보니

시나브로...나도 제주도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

그래도 섬살이의 외로움이 찐득하니 배어 나오려는 찰라에...

제주올레가 시작되어...나는 또 새바람을 맞으면서 살아낼 수가 있을것 같다.

 

제주도의 바람을 제대로 맛보려면,

삶의 바람에 휘청대고 있다면 제주올레 12코스에서

바람을 가르며 걸어보기를 권한다.

안의 바람이 가득한 나는 오늘 초죽음이 되어 있어야 하겠지만(지난번엔 그랬다)

거뜬한걸 보니 바람은 바람으로 치유해야함을 느끼기 때문에...^^

 

 

 

 

 종착지에선 한경면 주민들이 마련한 막걸리와 돼지고기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혼자서 용감하게 막걸리 한잔 달라고 해봐봐?하며 갈등하고 있는데

뭐, 어때, 이 나이에...내가 술고래라한들.^^

막걸리 없냐고 물으니 벌써 다 나갔단다.내가 중간쯤은 왔을것 같은데 벌써?

그런데...2000명분 준비했는데 한팀이 두세번씩 가져 가서 그랬다고...

에구...올레정신 위반.쩝!

다음엔 캔 막걸리 사와서 내 스스로 자축해야것다!^^

 

2009.3.29.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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