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농부에겐 비요일이 핑계김에 쉬어가는 휴일인지라
오늘은 늘어지게 여유를 부릴 심산이었는데
느지막한 아침 준비를 하는데 유치원농부(남편)왈 아침 먹지 말고 참았다가
풍림콘도 칠천원 부페를 가잔다.
겨울방학, 봄방학 내내 여행도 한번 안가고 외식도 안한 아이들에게
모처럼 콧바람도 좀 쐬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풍림콘도에서 낮에 칠천원부페를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서
흐음~~~희소식이야~~~
오만원 부페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괜찮을것 같아서
며칠전서부터 비 오는 날 가야지하고 작심하고 있는 터였다.
칠천원 부페 가면서 아침도 굶고 본전을 빼라고 주문.
슬슬 고파오는 배를 가득 채울 심산으로 풍림콘도에 12시에 도착.
돼지가족 먹성에 직원들 아연 실색할까봐 절대 직원들 쳐다보지 말거라~
보무도 당당하게 들어 섰는데 제법 사람들이 많다.
올레코스 경유지라 비오는 날임에도 올레꾼 차림들도 꽤 많이 보이고.
그런데 남편 한바퀴 둘러 보더니 나가잔다. 먹을게 없단다.
남편 s호테루 출신 아니랄까봐서 그동안 봐 온 그런 부페하고
어찌 칠천원짜리 부페와 비교할수 있다고 그냥 나가버린다.
나~~~칠천원 부페가 그렇지 뭐. 그냥 먹자고~~~
결국은 남편이 이겼다.(사실 언제나 내가 져준다)
중문에 만원짜리 부페를 가잔다.전화를 해보니 만천오백원이라한다.
속에서 뭐이 올라 오는 것을 꾹 참으려 하지만 꿍시렁 꿍시렁...
요즘 소리없이 번지는 유행같은 제주여행 인기테마인
걷기여행인 올레 여행객을을 위해 풍림콘도가 마련한 점심부페인것 같다.
난 마음같아서는 올레 전 코스를 단숨에 다 걸어보고 싶지만
내 본분인 농부일에 전념하려면 지척에 두고도 즐길수가 없어서
차일피일 시간을 엿보고 있는중 28일 파이팅올레행사가 있다기에
그때는 만사를 제치고 참석해 볼 생각에 짬짬히 올레사이트에 들어가
사전 답사를 하고 있는 중에 발견한 풍림콘도뷔페 소식이었는데
사실 난 먹는데 중점을 둔것이 아니라 올레꾼들을 구경하고픈 마음과
과연 올레의 파문이 어떠한지를 보고픈 맘이 컸기에 뷔페내용은 그리 중요하지를 않았는데
오랫만에 외식이라고 들뜬 pig가족들은 나름대로 초밥도 먹고
기대를 한 모양인지라...
사실 7000원 뷔페 구색 맞추기가 쉽겠는가?
그려려니하고 먹으면 될것을 굳이 다른데 가자고 나가 버리는 남편.
중문으로 가는 내내 내 맘속에서 들 끓는다.
역시 코드가 안 맞아서 함께 올레걷기는 절대 안해야겠다고
마음이 앞서가서 볼멘 소릴 한다.28일 함께 가족이 가자 했지만
나 혼자 간다~~~앞으로는 절대로 강요 안해~~~
저녁에 다리 아프다고 투덜대는 꼴 절대 볼수가 없어~하면서...
그런데 큰 딸 예슬이는 자기는 꼭 따라 나선단다.
음~~~예슬이는 좀 대화가 되지...하면서 허락.
중문에 도착.
OO부페에 들어서니 아담한게 펼쳐 놓은 것은 칠천원 부페와는 달라 보인다.
일단 그림이 더 화사하다.그래서 먹는데 체할까봐서
마음을 풀기로 했다.그리고...다수가 원하는 것을
내 맘대로 밀어 부쳐서는 가화만사성이 되지를 않으니
늘...가정의 평화를 위해 내가 져 주는 것을 이 동포들이 알아주지를 않는다.
실컷, 많이, 저녁까지...이런 주문을 아이들에게 하는 엄마는 못말려~~~
그런데 사실 부페 먹고나면 꼭 느끼는 한 마음.
왜 배는 부른데 속이 허전한지...
제대로 먹었다는 느낌이 안든다는 것이다.
온갖 화려함으로 연출 하였지만...
처음에는 아이구 좋아라 하면서 이것저것 마구 먹는데
속에서는 꼭 뒤 끝이 게운하지를 않아서
집에가서 따뜻한 밥에 김치를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지를 모르겠다.
아니면 칼칼한 된장찌게 생각이 나는지를 모르겠다.
시원한 열무김치에 말은 소면이나 진한 멸치 다린 물에 끓인 잔치국수나
그런 음식이 생각나는 것일까.
그런 모든 음식을 망라한 것이 뷔페음식인데...
난 아무래도 한가지라도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게 나은것 같다.
국수 한그릇이라도 먹고나면 포만감이 생겨서 행복한 맛.
김 밥 한줄이라도 장인 정신이 있는 김밥.
주인 인심이 넉넉하면서도 정성이 담긴 음식.
늘 먹는 밥이라도 기름이 흐르는 갓 한 밥.(기름을 넣었다는 뜻이 아니고)
우리나라 어딜가나 나오는 김치지만 입에 착 붙는 맛깔난 김치 찾기가 쉽지않다.
된장찌게 어딜가나 나오지만 제대로 된 된장찌게 맛 찾기가 쉽지않다.
정말 흔한 것이지만 최선을 다한 음식 흔하지가 않다.
사실...우리 주변에 흔하디 흔한것이 식당인데...
그 수많은 식당들이 즐비해도 입 맛 없을 때 꼭 가보고 싶은 그런 집 찾기가 쉽지않다.
말은 쉬워도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요리사부부네가 식당을 못차리는 이유이기도 한데...ㅎㅎ...
대박집은 이유있다는...
쪽박집도 이유있다는...
이 세상 그 어느것도...
최고, 최선을 다하는 노력이 따라야만 대박집이 된다는 것을 잘 알기에
선뜻 식당에 못 덤비는 나이기도 하지만 이왕지사 문을 연 사람들이라면
혼신을 바쳐서 최고의 맛을 찾아 내려는 장인 정신이 정말 아쉽다.
그래도 아이들은 오랫만에 좋아라한 외식이었는데도
개코 둘째는(음식맛을 잘 구별하는 둘째라서) 나와 같은 말을 한다.
배가 터지게 부른데도 웬지 허전하다고...
그래도 오랫만에 우리 가족은 화려한 외출이었고
화사한 음식을 대한 날이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내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소비를 해야한다는데
소비 주체가 될 우리 가정 경제도 빨간불이니 어찌 맘 놓고 소비를 한단 말인가.
사실 외형적으로 보면 이미 퇴직을 해버린 남편에
초, 중,고 세아이 있는 우리가정이야말로 총체적 난국에 직면한 가정이지만
그동안 내공을 많이 쌓아온 덕분인지(^^)
나는 비교적 담담하고...이럴때일수록 건강해야 한다면서
가족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다독이고 있다.
요즘 나라 살림도 사실 걱정되는 시점이지만 우리나라 국민들
어디 보통 국민인가 말이다.
그동안 고비마다 발휘한 애국심과 난국을 헤쳐나온 저력이 있으니
멀지않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발 돋음을 하리라는 희망을 갖고 싶고
말만 많은 정치인들도 이번에야말로 한마음 한뜻으로 진정 나라를 위해 앞장 섰으면 한다.
희망은 뜻을 세우고 만들어 나가는 사람의 것이라는 믿음을 오늘도 나에게 속삭이며
그것이 사회 전체에 부는 바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봄이 주변에 가득하게 향기를 뿜어내는 날들이다.
모두의 마음에 화사한 봄을 맞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를 바라며...
2009.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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