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가 본 우리 귤밭의 모습입니다.>
운전면허 딴다고 밭일을 소홀히 했습니다.
딴에는 힘들었는지, 봄내 기운을 소모해서 진이 빠졌었는지...
심하게 몸살을 앓으면서
운전 필기 시험 통과,기능 시험 통과, 도로 주행 시험까지
어제 가까스로 통과를 했습니다.
모두 한번에 통과 한것은 아니고 실은 필기를 한번 떨어졌었답니다.
예전 잘난척하던 기질대로 한번만 쓰윽~대충보고 갔다가
아리송송송...한 문제들이 헷갈리기만 하였습니다.
한개 차이로 떨어진 것을 아쉬워했지만 이내,
떨어질수밖에 없는 나의 태도를 인정하고
그후 진지하게 열심히 노력 하였더니
가장 두려워 하였던 기능과 주행을 모두 통과 했습니다.
(남들 다하는 것이지만 제게는 큰 의미가 되네요.^^)
누리며 살기보다는 절제하며 살아왔던 지난 시간들.
운전은 제게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며
그동안 차도없이, 운전 면허도 없이 그렇게 살았더랬습니다.
때를 놓친 남편도 회사일과 시간이 맞지 않아 차일피일
미뤄만 오다가(조금은 불편했지만 감수할 정도였기에)
남편 휴가를 기해 함께 등록하여 둘이서 동시에 땄습니다.
1종 보통 면허입니다.남들 다하는 것을 늦깍이로 배우면서
나름대로 느낀 것도 많았습니다.
이제는 차를 두리번 거리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차를 통해 누릴수 있는 기쁨을
조금씩 누려 봐야겠습니다.
밭을 장만하고부터는 차가 절실 했었습니다.
봄내 어수선한 귤밭 가장자리를 파헤쳐 가족들 먹일
야채밭이라도 만들어 보려고 봄날을 다 보냈었습니다.
손바닥만한 거지만...이것저것 씨앗이 보이는대로 심었었지요.
5월3일 운전 학원에 등록하여 6월 11일까지...
밭에는 자주 가지를 못했는데 오늘 가보니
그새 웃자란 풀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4월달 몸살을 앓으면서 귤나무 아래 풀을 뽑아 주었건만
다시 풀들이 나무에 닿을 지경입니다.
고추밭에도 야채밭에도 풀밭인지 구별이 안갈 정도로...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일주일전에 가 보았을 때는 열무를 수확해야지 했는데
그새 꽃대들이 다 올라왔더군요.
부지런한 식물들은 하루도 쉬지않고 결실을 만드려고
온 힘을 다해 자라는듯 했습니다.
풀밭이 되어버린 밭에서도 제 할일을 다하고 있는
기특한 모종들이 보였습니다.
어느새 고추도 손가락만한 것이 열렸고
토마토는 무성하여 서로 엉겨 있었습니다.
너무 빼곡히 심었나 봅니다.
쑥갓들도 꽃망울을 만들고 있었는데
주말농장을 수년간 한 친구 말은 쑥갓은 계속 잘라 주어야만
곁가지가 나와서 또 잘라 먹는다하여
뿌리쩨 뽑아먹던 난 오늘은 윗순만 잘라 왔습니다.
토마토와 고추를 지지대를 아직도 못해주어 조급해 집니다.
적상추는 더디게도 올라 오더니 잘 자라지도 않는것이
아무래도 종자가 안좋은 것 같습니다.
엄마가 보내주신 들깨를 삼나무 아래 뿌렸었는데
웬일인지 벌레도 별로 먹지않고 잘 자라고 있어서
저와 남편을 기쁘게 했습니다.
빽빽하게 뿌린 모종을 솎아서 이웃과 나누었습니다.
열무는 벌레 먹은 자국이 숭숭 한데도
꽃대들이 올라와서 한꺼번에 뽑았더니 너무 많아서
이웃 몇집과 나누었는데 제게는 소중한 것인데
물건이 보기에 신통치가 못하여 귀히 여길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앞집 젊은 새댁은 그 열무를 어찌해야할지를 몰라 하는것 같더군요.
하기사 나도...무농약,비료없이 키우는 것들에대한 지대한 관심은
제가 건강이 기울고 나서야 절실히 느낀 것이기에
아직 건강한 사람들은 먹거리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조차 엄마가 그리도 기를 쓰며 일구어서 가꾼
야채들을 별로 귀하게 여기는 기색이 아니니까요.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요.
귀함과 소중함의 의미를...
내일부터는 풀밭이 되어버린 밭일에 또 매달려야겠습니다.
아우성없이, 묵묵히, 제 소명을 다하느라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내 식물 가족들에게 내가 보답해야 할 일을 해야지요.
어떤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해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식물들에게 새삼 경외심을 느낀 날이었습니다.
2005.6.12.英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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