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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편지

가을 꽃수다

by 농부김영란 2023. 10. 22.

 

 

초추  (秋)

중추 (秋)

만추 (晩秋)

가을이 성큼 성큼...걸어간다.

10월 말...스산한 초겨울 바람까지 불어서 ...겨울도 멀지 않았다고 예고한다.

 

숨쉬기도 어렵던 폭염의 그 여름날과

긴긴 장마에 물러서 녹아 내리던 몸을 추스리고...

가을 맞은 꽃들이, 청아하다.

다아~ 지나 가리라...견디고 이겨내면 좋은 날이 또 온다는 진리를

이 가을이 다시 깨닫게 해준다.

 

가을은 살아남은 자들의 축제이다.

겨울은 인고를 견뎌낸 자들의 휴식시간이다.

가을 끝자락을 바라보며...겨울이 성수기 농번기인 귤농부는

이완된 몸과 마음을 주섬주섬 챙기고 있다.

태산 준령을 넘을 결기를 다잡고 있다.

 

삶이란...늘...이런 반복이었지.

새삼스럽지 않으니 ,학습된 기억으로 결전을 준비한다.

장대 높이 뛰기의 높이를 아래로 아래로 낮추고 있다. 나이에 걸맞게...

감당할만큼의 무게와 높이로...숨 고르기를 잘 해야 한다.

올 겨울 또 가열차게 뛰어 보자.

사는 날까지...살아있기에...살아있으므로, 몸과 마음을 뜨겁게  달구자.

잉여인간이 되지 않도록...

 

힘을 모을 때는 외부 자극을 덜 받으려고 , 에너지를 분산시키지 않으려고...

에너지를 뺏기는 일을 자제한다. 

사람 만나서 수다 떠는 것도 어수선하여 피한다.

내 안에서 샘물을 만들고 길어 올려야 하기에...정중동 ( 動)...

안으로 에너지를 모을 때는 고요함이 좋다.

진정한 나를 만나야 힘이 생긴다.

어싱과 그림으로 충전이  되고 있다. 

나로 온전히 돌아왔다.

 

날마다 감사한 마음.

가을 가을한 가을이 날마다 내게 환희를 일깨운다.

온갖 시련을 다 이겨낸 반디농장 뜰이 어수선하긴 하지만...

가을을 기다리고 준비했던 아이들이 활짝 웃고 있다.

우린 일심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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