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그리워~
다시 지난해 꽃들을 떠올린다.
마음 심난했던 지난해는 꽃도 잘 보이지를 않았다.TT
내 마음 꽃으로 쓰다 듬는다.
꽃을 가꾸면서
꽃들의 말을 들으면서
꽃을 사랑하면서
내 안의 티끌을 씻어 낼 수 있었다.
농부의 삶에 꽃은 덤이었는데
꽃 덕분에 나는 늘 충만할 수 있었다.
물질의 결핍을 잊게 해주는 수호천사, 꽃.
2023년
꽃을 품고 따뜻하게 시작해 봐야지.
그대도
꽃 하나 품고
따뜻하게 살아 가시기를요.
칸나들의 웃음
농촌여성신문에 지난 12월에 마지막 썼던 글
(2년반 동안 글쓰기 허락해주신 농촌여성신문께 깊은 감사 드립니다)
*세이 굳바이 (say good-bye) ( 2022년 12월 25일)
“안녕”이라고 제목을 써 놓고 한참을 정지 상태로 멍 때리고 있었다.
특별함이 없는 나날의 연속 중에, 여자 농부의 자격(^^)으로
그동안 두서없는 잡문의 글을 숙제하듯 써왔는데,
이제 “안녕”이라고 말하는 이별시간이 왔다.
시원섭섭할 법한데, 입가에 방긋 미소가 번진다.
즐거웠고, 유쾌한 배설의 쾌감도 있었다.
글쓰기 능력 부족으로 어느 순간 가슴이 뻐근했었지만,
전문 작가도 아니고 일개 농부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이야기를
가감 없이 쓰는 것이라고 마음 내려놓으니 가벼워졌다.
일상에서 느끼는 것을 매주 숙제를 하듯,
마감 시간을 넘기고 새벽에야 후다닥 써서 퇴고도 없이 제출했으나,
허술한 잡문임에도 과분하게 원고료까지 주셨다.
용돈 받아서 좋아라하는 어린애마냥, 주저 없이 사고 싶은 꽃나무도 사고,
요즘에는 고호마을 플리마켓에 매주 참석하는 셀러들에게 감사해서
미니멀 라이프를 역행하는 사재기를 할 수 있었다.
과분한 사치를 한동안 누렸는데, 이제 다시 내핍의 시대로 돌아가야겠다.
이제부터 사막의 선인장처럼 가시로 숨 쉬어야지.^^
꽃을 뜰에 들여놓고부터는 꽃 사치를 부리느라
세상 부러운 게 별로 없었다. 멀리가지 못하고, 늘 같은 장소를 맴돌 아도,
식물들이 자라면서 변화하니 지루하지가 않았다.
생계를 해결 하는 일은 버거운 것이지만, 그 무게를 가볍게 해주는 게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인데, 나는 꽃을 키우는 것을 좋아해서 마음이 풍요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꽃을 키우는 취미를 권하곤 했다.
씨앗을 뿌려서 새싹을 튀우고, 꽃 피우고, 열매 맺고...
그 과정 중에 얻는 기쁨이 씨앗의 백배 크기로 자란다.
꽃도 보고, 열매도 먹는 가지나 토마토 등을 키워도 좋다.
식물을 키우고자 마음먹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고,
돈도 별로 들지 않는 취미 생활을 즐길 수가 있다.
삶이 고단할수록 식물과 동행하면 자족의 기쁨을 누릴 수가 있다.
농촌에서 사는 여성들은 특히나 작은 꽃밭 하나는 나를 위해
만들어두기를 권하고 싶다.
일에 치여서 마음 여유가 없고, 여행은 언감생심인 처지일수록,
자신만의 꽃밭이 있으면, 많은 위안을 얻을 수가 있다.
꽃씨 하나가 얼마나 위대한 일을 하는지를 알고 나면
작은 것이 주는 기쁨을 한껏 누리게 된다.
집집마다, 마을마다 꽃이 가득하면 세상이 환해질 것이다.
사람들 마음도 순화되고, 지구환경도 더 좋아질 것이다.
<세이 굳바이>를 하면서, 꼰대스럽게(^^) 나는 조언을 남기려 한다.
부유하게 살지 못한 내가 부자스럽게 살 수 있었던 것은
꽃을 좋아하고, 꽃 키우기를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여유가 있어서 꽃을 키운 게 아니고, 꽃을 키우면서 마음 여유가 생겼다.
나만의 꽃밭에서 한 잔의 차를 마시면서,
나를 행복하게 쓰다듬어 주는 시간은 매일이 화양연화가 되었다.
부족한 언어로 적나라하게 감정을 드러내며 숙제를 하는 동안,
어느덧, 키가 자라있었다.
내 안을 뜨겁게 달구던 온갖 감정의 부유물들을
2022년 마지막 달력과 함께 걷어내며...
방긋 웃으며, 그대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그대도 건강하고, 매일 행복하시라고 기원하며...say good-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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