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도 눈이 와도 귤 수확철에는 쉬지를 못했다.
창고에서 따놓은 귤 선별을 하거나, 밀린 집안일을 하거나...
찾아보면 할 일은 태산이라...그냥 눈 딱 감고 쉬어야지...그래도 마음이 편치 못하다.
눈이 펑펑 내려서 그토록 자고싶던 잠을 하루종일 자면 좋겠지만...
낮잠 안자던 습관...누워있어봤자 허리만 아프다.
그동안 그림도 손 놓았더니 그림 그릴 엄두도 나지 않고
난장판(^^)인 집도 치우려해도 손에 안 잡히고... 그냥 서성 서성...
놀 시간 주어졌는데도 잘 놀지 못하는 이 병은...일중독.
어쩌면 좋아~~~ 어떻게 놀지? 그사이 노는 일이 어색해졌다.
밤낮으로 달리던 열차...관성의 법칙으로...일을 찾아서 두리번 두리번...
앗차...생각났다.
로엘리아를 구출해야 해.
태국산 로엘리아 세 뼘 가지고 와서 삽목으로 번식하고, 번식하고, 번식하고...
이제 로엘리아 밭이 되었는데 줄기가 얼기전에 잘라서 뿌리 내려야지.
줄기 잘라놓으리라던 멕시칸 세이지도 지난번 눈 맞고 훅~ 가버렸다.
뿌리가 살아 있어서 또 올라오겠지만 줄기를 이제라도 삽목하면 더 많이 번식하였을텐데...
눈이 흩날리는데 비 옷을 입고, 얼기전에 로엘리아 구출하기.
일단 낫으로 줄기를 잘라서 물에 담근다.
삽목 시기는 아니지만 이제 기온이 더 내려가면 줄기가 얼어서 죽으니 물꽂이라도 해보려고 한다.
눈 내리는데 비옷 입고 로엘리아를 자르면서...
역시...나는...꽃미녀(꽃에 미친 녀자)...남편이 보면서...혀를 찬다.(미친 증상 한두번 보시유?^^)
비실비실 하다가...어디서 이런 괴력이 나오는건지...미쳐야 나오는 증상이다.ㅎㅎ...
기어이...모두 구출했다. 나는 눈사람이 될 뻔 했다.
이거 다듬으려면...또 쉼이 없겠지...
그래도 지난 여름 기쁘게 해주던 로엘리아 떠올리며....
기꺼이 내 휴식을 자진 반납했다.
지난여름 로엘리아 길...미친 열정이 낳은 로엘리아 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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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한겨울.....
이웃들은 눈 보고 좋아라...하면서 제주도 눈사람을 만들었다.
눈은 귤, 코는 당근, 입은 동백꽃...
우리 이웃들의 센스에 함박웃음이 터졌다.
2021년 1월 1일
새해 새마음으로...시작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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