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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엄마를 닮아 가네.(5.18)

by 농부김영란 2016. 5. 19.



꿈밭 옆으로 하천부지가 붙어 있다.

몇년전 하천을 복개 공사를 하면서

하천따라 양쪽으로 길이 났고

남은 하천부지가 꿈밭에 붙어 있었다.

하천으로 따라 난 길쪽으로 나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서 대문을 그 쪽으로 냈다.

그리고 이 길을 꽃길로 만들 꿈을 꾸었다.

지난해 귤밭을 대대적으로 정비 하면서 담장가로 하늘색 수국을 옮겨 심었고

무궁화도 길가로 쪼로록 옮겨 심었는데

땅이 하도 척박해서 잘 살까 걱정 되었는데

강인한 생명들은 이렇게 다 살아내 주었다.

악전고투를 하였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도 살아 남았으니 이제는 그냥 쑥 쑥 자라주겠지.


하천공사 하면서 야적장으로 쓰던 곳이라서

자갈돌 투성이고 호미질을 해도 돌을 깨는듯이 딱딱해서

풀을 뽑는데 손목이 심하게 무리가 갔다. 

그래도 지난해 방치해두었더니 풀씨들이 자라잡고는

뿌리내린 덕에 5cm정도는 흙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이런 땅에다 콩씨를 묻었다.


제대로 하자면 풀을 뽑고 흙을 거름과 함께 갈아엎어서

한참후에야 씨앗을 뿌려야 영양도 있고 흙도 부드러워 뿌리를 잘 내릴터다.

멋도 모르는 콩농사초보는 앞밭 B가 한말을 듣고

바로 콩을 불린 바람에 콩이 뿌리가 자라서

"에라 모르겠다, 니 운명이다" 하면서

풀 뽑은 자리에 그대로 콩을 묻어 버렸다.

풀 뽑는데만 4일 걸린데다가, 겉으로 드러난 자갈돌을 치우는데만 이틀이나 걸려서

이미 난 그로기 상태라 빨리 콩을 땅에다 부어 버리고 싶은 맘 뿐이었다.

뭐든 제대로 하는게 중요한데, 심기만 한다고 되는게 아닌데

이미 난 콩농사가 시작부터가 맨땅에 헤딩 하는 식이 되었다.

태양의 후예에서 본 근사한 말을 떠올리면서.

"내가 이 어려운 것을 해 냅니다~" 사지에서 살아남은 콩이

송중기처럼 근사한 말을 뱉으며 가을에 짠~ 하고 얼굴 드러내 주기를.^^


지난해 지인이 콩농사 지어서 생수병(1.8L)으로 한통을 주었는데

그것을 불려보니 큰 다라이로 반이나 되었다.

콩 간격은 어찌 되더라?...하다가 대충 한뼘 반으로 잡고

(아무래도 너무 간격이 좁은 것 같다)

콩 심는데만도 하루 반나절이 걸렸다.

처음에는 약간의 여유도 부리면서 한알은 날짐승 거, 한날은 들짐승 거

한알은 땅속 벌레 거, 한알은 내 것...하면서 너뎃알을 묻었다.

(콩 많겠다 그냥 막 묻어...^^)

그저께는 여름새인 뻐꾸기 소리를 하루종일 들었는데

역시나 한여름 날씨라 어찌나 더운지

더위 먹어서 입은 타고 온 몸이 뻐근해졌다.


콩밭에 도전한 것을 후회하면서 어제는 억지로 남은 콩을 심는데

"어휴~ 내가 왜 이러나~나도 날 잘 모르겠네~"

남편이 사서 고생한다고 핀잔을 주는데 나도 모르겠다.

그냥 빈 땅을 못 보는 성미라서...

하루종일 쪼그리고 앉아서 풀 뽑고 콩 심고 하면서  엄마가 떠올랐다.

엄마 삶이 싫어서 절대로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도리질 했는데

나도 모르게 엄마를 닮아 있는 나를 본다.

엄마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아아~~~ 내 엄마...이제는 하늘나라에 계셔서

아무것도 해 드릴 수 없는 엄마.

그 엄마의 삶이 내 안에 고스란히 투영 되어 있구나~.

모든 것이 평화로운 풍경인데

내 마음은 엄마가 떠올라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니, 타오르는 태양 탓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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