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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5월12일 일기

by 농부김영란 2016. 5. 13.



지난 겨울 비만 생각하면

고개가 절래절래 흔들어 지는데

올 봄도 비가 많이 오는 날입니다.

지난 겨울에는 많이 달린 귤을 수확 못한채

나무에 달아 두었다가 1월 중순에 영하로 내려가는 날씨에 귤나무가

심하게 동해를 입어서 주변 농가에 죽어 가는 귤나무들이 많습니다.

우리집 귤나무는 서너그루가 가지가 바싹 마르며 회생 불가능 할 것 같은 나무가 있는데

다니다가 보면 귤밭 전체가 귤나무가 죽어가는 과수원을 꽤 많이 봅니다.

"저 귤밭 주인은 귤농사를 접고 싶겠다.

나무가 심어서 수확 하려면 10년은 걸릴텐데~"

농부로서 귤나무가 죽어가는 귤밭 주인의 마음을 헤아리게 됩니다.

난폭해지는 이상기온 때문에 농사를 짓기가 점점 어려워 질 것 같아요.

올 봄 많은 비로하여 열매의 결실에 지장이 있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며

이렇게 봄에 비가 몰아서 오면 여름에 또 가뭄이 오지나 않을까하는

염려 미리 앞서기도 합니다.

올봄에는 하우스를 치는 귤밭을 많이 보게 되네요.

제게도 하우스로 전환하라는 권유가 종종 있지만

고집쟁이 유기농농부인 저는 도리질을 합니다.

저는 하우스 안에서는 숨이 막혀서 못 견딜 것 같아서요.

그런데 하우스로 전환하는 농부의 심정이 이해는 갑니다.

귤꽃이 후다다닥 피었다가 지는 바람에 귤꽃 필 때 귤나무 이름 걸기는 어렵겠어요.

천천히 열매를 보면서 귤나무에 회원님 이름을 걸어야 겠어요.

귤꽃 필때 귤나무 회비를 받는 이유는 귤꽃을 보면 어느정도

그해 귤생산량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예요.

올해는 지난 겨울 추위에 놀란 귤나무가 위기를 느껴서(저의 생각^^)

종족 번식을 위해 귤꽃을 많이 피운 것 같아요.

예상외로 귤꽃이 많은 편이네요.

하지만 농사는 항상 끝까지 가봐야 압니다.

올해는 무사히(^^) 큰 탈없이 풍년을 노래하는 해가 되어서

지난해 많이 놀라고 손해보고 상처 입은 농부들이

다시 희망을 노래하는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지난 겨울 제주도의 귤 농사는 풍년이면서도 망한 해였거든요.

(저희는 반디회원님들이 십시일반 도와 주셔서 잘 넘겼습니다.)

귤꽃이 지면서 아기귤이 얼굴을 드러 냈습니다.

이제부터 7개월을 햇볕과 바람과 비와 이슬, 눈까지 맞으며

옹골찬 유기농 귤로 태어나게 될 것입니다.

과일 중에서 가장 긴 시간을 태양을 품은 것이 귤이지요.

추운 겨울에 건강을 지켜 줄 가장 좋은 제철 과일이 귤인데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 같아요.

올 겨울에는 귤을 많이 드시기 바랍니다.

잘 살펴보면 효능도 귤만한 과일이 없답니다.


남편이 올해도 귀농멘티를 신청해서 멘티와 함께 귤나무를 잘 돌보고 있습니다.

 덕분에 저는...꿈꾸던...안식년 같은 봄 날입니다.

꽃밭과 텃밭을 열심히 돌보고 있습니다.



















저는 요즘 콩을 심어 보려고 길가의 빈 땅을 개간 중입니다.

콩이 땅을 기름지게 한다는 말도 있고

화학농약 비료없이 내 손으로 키워보고 싶기도 하고요.

무엇보다도 가을에 그 자리에 우리밀을 심어 보고 싶어서

미리 콩을 심어 땅 힘을 키우고 싶어서지요.

(저는 하고 싶은게 많아서 늘 바쁘고 고달픈 사람입니다.ㅎㅎ...)

지난 해는 비워 둔 땅이었는데 올해는 풀이 자라면서

땅이 좀 부드러워졌지만 돌자갈밭에 풀이 가득 나 있어서

며칠째 풀을 뽑고 밭 하나를 장만 하는 중인데 이게 극기훈련(^^) 하는 것 같아요.

이웃 지인이 제초제를 뿌리라지만...내 사전에는 절대로~ never~...ㅎㅎ...

어떻게 풀을 이기려고 하냐며 걱정해주시지만...

저는 남들이 어렵다고 포기한 유기농귤농사도 10년을 넘긴 고집쟁이입니다.^^

내 몸이 좀 힘들고 고달파도...제초제나 화학농약은 절대 쓰지 않을겁니다.

혼자 잘난척 독야청청 해봐야 누가 알아 주냐구요.ㅎㅎ...

제가 알지요. 그 누구보다도 제 마음이 저를 당당하게 해 주지요.ㅎㅎ... 

하늘이 저를 도와 주십니다.^^


풀 사이사이 곰보배추가 꽃을 피웠길래 번식 하라고 남겨 둡니다.

콩을 사이사이에 심지요.

곰보배추는 천연항생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오래된 기침에 효과가 좋다 합니다.

일이란 항상 지레 겁 먹지 말고 시작이 반이다고 덤비면  끝이 보이게 마련이지요.

며칠째 풀 매고 있습니다.(5월 내내 그럴것 같아요^^)

그사이 수국, 금계국, 무궁화, 바늘꽃...등등 꽃도 심어 두어서 길도 예뻐질거예요.

풀이 산더미처럼 나오는데 퇴비로 사용 해야지요.

올 여름은 콩밭 매는 아낙네가 될 것이며

내년 봄에는 밀밭 매는 아낙네가 되어 볼 참입니다.^^

(제발, 제발, 제발...누가 나를 좀 말려줘요.ㅎㅎ...일을 또 벌리는구나~)











저는 일만 하면 질식해 죽을 겁니다.^^

일하는 짬짬이...콧바람도 쐽니다.

지인이 이중섭 미술관에서 강요배화백님 전시회를 보자 하네요.

흙장화를 신고 작업복을 입은 채로 달려 갑니다.(이런 차림으로 어디든지 갑니다^^)

제주도의 아픈 역사 4.3을 이름으로 대변하는 화가님 강요배님.

그림에서 아픔이 절절이 배여 나옵니다.(제 눈에)

그 옆에 오래 된 극장이 원형을 보존한 상태로 오픈 되어 있어요.

너무나 멋진 공간에서 종종 공연도 한다는데...이 건물이 오래오래 보존 되었으면 좋겠어요.

오랜 세월이 주는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일하다가도 잠깐 나와서 이런 곳을 만날 수 있는 서귀포가 참 좋습니다.













그리고 기당 미술관에 김성호 작가님 전시회가 있다하여 들렸습니다.

심장을 멎게 하는 한 점의 그림을 만났습니다.

















이 그림은 실제로 가서 봐야 그 느낌을 제대로 느낍니다.

매일 쳐다 보는 한라산이었는데

한라산이 가장 한라산 다운 그림을 만났습니다.

언어 구사력의 부족으로 감동을 다 전달 할 수가 없네요.

그냥 막 울렁 거렸습니다.

한참동안 정신이 멍~ 했습니다.

그림앞에서 발이 떨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전시관을 나와서 다시 한라산을 쳐다 봤어요.

꼬진 핸드폰 카메라의 한계도 있고

사진 실력도 형편 없지만

김성호 작가님은 한라산을 제대로 표현 하였습니다.

서귀포의 기당 미술관에 한번 들려 보세요.

서귀포 예술의 전당 옆입니다.

제주도는 사계절 풍경만 아름다운 곳이 아닙니다.

예술가가 살고 있고 예술혼이 살아나며, 예술이 더욱 예술스러워지는 곳입니다.


농부로 살면서도 이런 것을 느끼며 살 수 있는 서귀포입니다.

이래서 10년을 넘기며 살았어도 매일이 새로운 날이었습니다.





2016년 5월 12일 기당 미술관에서 핸드폰으로 찍은 한라산입니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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