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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딸들에게 쓰는 첫번째 편지

by 농부김영란 2016. 5. 10.


*딸들에게 첫글을 쓰며...


아이들이 멀리 떨어져서 함께 자취하는 생활이 시작 되어서

엄마로서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다.

건강한 식생활, 건강한 마음, 살아가면서 느낀 지혜 등등등...

함께 살 때는 그 모든 이야기가 잔소리로 평가절하(^^) 되었지만

 엄마 잔소리가 사랑으로 들릴만한 먼 거리에 있으니

엄마인 나도 아이들이 늘 그립고 걱정도 되었고,

아이들도 부모를 생각하는 맘이 함께 있을 때보다 더 진해지는 것 같다.


아이들이 초 중고를 엄마와 함께 생활 했다가 대학생이 되어서 집을 떠났어도

우리 나라 학제 상 대입 준비로 학교에서 늦게 오는 지라

아이들과 제대로 대화를 나누기도 어려웠고

오직 대학관문을 통과하는 과정에 모두가 몰두하여

정작 살아가는 지혜등과 사랑을 충분히 나눌 수가 없었다.

덩치만 커진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다해도

엄마 마음에 아이들이 제대로 된 음식을 해 먹는지도 걱정 되고

세상에 잘 적응 하는지도 걱정되고

아직도 아기같은 내 아이들이 이 풍진세상

잘 살아 나갈지도 걱정이 되었다.(그런 걱정 하덜덜 말라 하드라만^^)

엄마가 되는 날부터 모성애도 아기와 함께 성장 하였는지

결혼전에는 상상 할 수도 없던 강인한 엄마로 거듭나게 된 것이

다 하느님이 예비해 두신 삶이었다는 것을 지금쯤에는 깨닫는다.


딸들이 멀리서 자취를 하니까

엄마의 잔소리(^^사랑의 변형)를 편지로 보내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못 말리는 엄마라해도  할 수 없어.^^(선택권은 나에게 있어^^)

듣기 싫어해도 귀를 후비고 강제로 넣어 주려는 엄마를 만났으니 너희들 운명이야.^^

언젠가는 그 엄마의 잔소리가 그리워질 날도 올거야.(아마도 내 나이 쯤에 엄마가 곁에 없을 때)

엄마가 이 나이까지 살아 오면서 몸으로 깨닫게 된 삶의 지혜들이라

귀 담아 들으면 삶에서 시행 착오도 줄이고 영양가도 될거야.

살아보니 삶은 형이상학적인 학문이 아니고, 작은 실천들의 결정체이었거든.

이제 가능하면 매주 1통씩 딸들에게 편지를 쓰려한다.

그 첫번째 편지를 쓴다.



어버이 날 선물을 드릴 어버이는 이제 내곁에 안 계시고(친정 시댁 모두)

내가 어버이 날 선물을 받는 나이가 되었구나.

이번 어버이 날 날아온 딸들의 편지와 선물은 폭풍감격이었단다.

이 감정을 기록해 두지 않으면 몇년 후에는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기억이 안날 것 같아서

감정과 사연을 기록해 두고 내 노년에 그런 행복들을 곱씹으며 살리라.^^


농수산대학이 3년제라 4학년 편입을 하기 위해선 10개월 이상

농업계통에서 일을 하여야만 한다는 규정이 있어서

예지는 올해 단기알바로 농업기관에 일을 하게 되었다.

예지는 빨리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소망도 있지만

엄마인 나는 개성이 강하고 에너지가 독특한 예지가 세상에 적응하는 훈련과정이라 생각하고

군대에 갔다고 생각하고 직장생활하는 훈련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예지는 올해는 스스로 돈을 벌므로 용돈은 안줘도 된다고 했다.

단순 업무라 월급이 많지는 않았지만 수입의 절반은 저축하라고 하였다.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되었다 한다.)


어버이 날이라고 날아온 아이들의 선물과 편지.

예지는 엄마 아빠께 각각 용돈으로 20만원까지 보내 왔다.

(역시 돈을 보니 더욱더 감격이 오네..ㅎㅎ)

직접 만든 카네이션 쿠키까지...

그리고 양면으로 가득 채운 마음의 편지을 읽으니

감동하여 눈물이 절로 나왔다.

"우리 예지가 인간이 되어 가고 있네~"하며 가슴이 뜨거웠다.

그 누구보다도 자기 주장이 강하여 나랑 많이 부딫히고

한편은 걱정이 많이 되기도 하던 예지였다.

잠재력도 많은 예지가 공부는 아예 손을 놓고 컴퓨터만 밤새도록 할 때마다

예지를 통하여  엄마노릇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아이였다.

그런 예지가  이렇게 감동을 준 어버이 날 선물과 편지.

올해 대학생이 된 막내 예인이의 편지와

임용고시 3수생이 되어 몸과 맘이 지쳤을 예슬이의 편지까지.

한동안 뭔가 모를 허탈감 내지는 빈둥지 증후군에

홀가분하면서도 허전하던 봄날에 찾아온

아이들의 감동의 편지로 하여

그동안 아이들을 키우느라 노심초사 했던 지난 날이 다 보상 받는 듯 했다.


엄마의 첫번째 편지는

"아이들아,사랑해, 고마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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