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째 풀을 뽑고 있자니 슬슬 달아나고픈 맘이 들었다.
그런데 어차피 내가 해야만 할 일인데
놀고 싶고 수다 떨고픈 맘을 억누르고 마음을 다 잡는다.
마음을 컨트롤 하려고 머리 속에 긍정 에네지를 불러 낸다.
잘 정리된 꽃밭을 보노라면 성취감과 기쁨이 있기에
머리 속에 정돈된 밭을 미리 상상해 본다.
마음 다잡고 앉으면 조금씩 일 할 의욕이 생기다가
어느 순간에는 결사적으로 일하는 나를 보게 된다.
발동이 걸리는 것이다.
그런데 일주일을 넘기게 되니 의욕은 차 오르는데
나도 모르게 몸은 방전되어 가는지 무겁고 심지어 열까지 오른다.
내 몸에서 나는 열인지 바깥 기온이 올라서인지
어제(5.15)는 아침부터 어찌나 더운지 땀이 뻘뻘 나고 입안이 탔다.
아무래도 내 몸 안에서부터 열이 나는 것 같기도 한데
오늘 비오기 전에는 풀 뽑기는 마감 하려고 기를 쓰고 일을 했다.
점심때를 넘기고 나서는 몸이 천근만근이다.
비 예보가 낮부터여서 기를 쓰고 일을 했는데
금방 쏟아 질 듯 하는 비가 내가 일을 마감하라고 배려하는지
5시 일을 끝낼때까지 참아 주었다.
기어이...콩 심을 자리를 만들었다.
처음 심어 보는 콩이라 이웃에게 물었더니
콩을 불렸다가 하면 빨리 싹이 난다고 하여
3일전에 불려둔 콩이 벌써 싹이 트고 있어서
아무리 몸이 무거워도 미룰 일이 아니었다.
완전 척박한 돌자갈밭인데 콩이 잘 될지 모르겠다.
하천부지 땅이라 꽃밭으로 다 채우려고 했는데
내가 우리밀 천연발효빵을 배우고 나서 우리밀을 심어 보고 싶어서
땅을 기름지게 하려고 콩부터 심어 보려고 해서이다.
사실 이런 일은 안해도 누가 뭐랄 사람도 없을 뿐더러
돈 되는 일도 아니건만 나는 몸이 살만하면
머리가 행동하라고 자꾸 지시를 내려서 가만 있지를 못하니
늘 바쁘고, 때론 몸이 심하게 고달프기도 하다.
천성인가? 운명인가?
나는 꽃을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꽃에 미친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지난 1년간 만들어 놓은 꽃밭에서도 느낀다.
지난해 3월에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꽃모종을 심기 시작했는데
1년만에 빈 틈이 없을 지경이다.
내 지인들이 오셔서 보시기 어려우니
사진으로라도 올려서 함께 걷고프다.^^
꽃씨 하나가 온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꿈을 피력한 적 있는데
우리 귤밭 주변이 꽃으로 환해지고 있다.
서울에 살 때 농부로 살 줄은 꿈에도 몰랐을 때도
나는 언젠가 야생화농장을 하며 살고 싶다고 생각 했었는데
이제 조금씩 그 꿈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귤꽃까지 가세하여 주변이 꽃 세상인 5월이다.
꿈은 꾸기만 해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고
온 몸을 불 태워서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느님, 꽃에 미치게 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
지난해 묵혀 둔 풀밭
지난해 담장을 쌓고 그 아래 하늘색 수국을 옮겨 심고
금계국, 무궁화를 심었는데 땅이 척박 하지만
이 아이들이 제 자리를 잡은 듯 하다.
4일만에 콩밭자리 하나 만들었다,뿌듯~
이런 것은 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
성취감과 기쁨,
제초제 뿌리면 30분,
기계로 밀어대면 1시간도 안 걸릴 일을 꼬박 4일간
손목을 못 돌릴 정도로 호미질을 해서 풀을 뽑았다.
일부러(^^) 어렵게 사는 인간이 선택한 길.^^
누군가 몰래 카메라로 관찰하면 참으로 혀를 찰 인간이란 생각을 스스로 하면서...^^
땅은 자기가 품고 관리 할 수 있는 사람이 가질 자격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지난해 대문을 만들고 그 주변에 올망졸망 꽃들을 심었는데
조금씩 이뻐지고 있다.
대문에서 창고까지 길을 내고(돌담, 삼나무, 귤나무까지 베어내고) 꽃길을 만들었다.
그 꽃길에 우리집 홍복이와 청복이와 뛰어 놀고 있다.
달마시안 제충국
낮달맞이
금계국도 피기 시작
바늘꽃도 피기 시작
샤스타 데이지도 만발하고.
우단동자도 첫 꽃이 피었다.
이런걸 미친 존재감이라고 하나?
파라칸타...겨울에 이 꽃이 모두 빨강 열매로 불 타오른다.
꽃분홍 송엽국은 한두송이는 앙징맞고 예쁜데
예쁘다고 한무리로 많이 심으면 심지어 징그럽기까지 하다.
너무 색이 튀어서 눈이 시리다.
큰 노랑 송엽국으로 소나무 아래를 채웠다.
일부러 꽃을 심지 않아도
자연에서 피어나는 너무나 예쁜 야생화들.
누가 조물주의 심미안과 창의력을 따라 갈까~
아래 노랑 괴불 주머니
장미보다 찔레꽃을 좋아하여 캐다 심었다.
발아래 뱀딸기도 ...
작고 앙증맞고 눈부신 이 아이들은 등심붓꽃.
귤밭에서 일하다가 보면 방긋 웃으며 쳐다본다.
거의 모든 식물들이 꽃을 피운다.
사철 푸르고 향기나는 녹나무도 연두빛 새 잎과 꽃으로 화사하다.
큰 그늘을 만들어 주어서 여름에 그 자리에 있으면
선풍기 바람보다 시원한 커다란 녹나무.
그 아래 노랑 가자니아를 심어 두었다.
그 옆에는 흰 도라지 밭인데 아직 풀을 못 매주어 풀밭.
비 오기전에 안개비가 먼저 몰려와서
귤밭을 몽환적인 분위기로 만들어 주었다.
이런 풍경은 누르기만 해도 작품이 된다.
(꼬진 해드폰 카메라도 이 정도로 나온다^^)
아기귤이 까꿍.^^
녹초가 되어 돌아 오는 길.
일부러 건너편 길로 돌아 오면서
안개 자욱한 풍경을 찍었다.
몇년안에 저 길을 꽃길로 채우고 싶다.
3월에 삼나무 간벌하고 그 자리에 종려나무와 먼나무를 심었다.
올 봄에 비가 많이 와서 모종들은 물을 안 주어도 다 살았다.
돌담 밑에는 샤스타데이지를 옮겨 심어서
오는 사람 가는 사람이 행복하시라고 인사를 하게 심었다.
꽃은 심고 가꾸는 사람도 행복하고
보는 사람도 즐겁고 행복하다.
웬만한 모종들은 미리 심어 두었던 것이거나
씨 받아서 번식하는 것이라서
꽃 키우는 취미는 돈 안들고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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