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이미 내곁에 와 있는데도
나는 겨울 끝자락을 붙들고 소소히 분주하다.
몸이 조금만 살만하면 일개미 근성이 어김없이 발동하여서이다.
뒤늦게 한물간 귤들을 골라서 이제사 부지런히 귤껍질도 말리고
귤도 말리고,효소도 만들고,퇴비효소도 만들고 있다.
싱싱하고 물 좋을 때를 놓쳐 버리고 맛이 변해가는 귤들을
붙들어 두려고 말리느라고 분주해진거다.
귤이 없어서 간절히 그리울 때, 그때를 생각하며
부지런히 갈무리 중이다.
보
하귤
귤을 말리며, 귤껍질을 말리며,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고군분투 하였다고 하나 그동안 혼자 온 것이 아니다.
매출이던가 규모로 치면 반디농장보다 훨씬 크고 화려한 곳이 많지만
내가 자부하는 것은 누구보다도 더 진정성 있는 보석같은 회원님들이 즐비하여서이다.
마음속에서 늘 힘이 되어 주고 계신 분들 얼굴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수확기에 손이 났으면 귤말랭이도, 귤껍질 말린 것도 회원님들께 조금씩이라도 넣어 보냈을텐데...아쉽다.
수확에, 배송에 손이 딸려서 내가 못하는 것을 직접하시라고 일러 드리고
불쑥 불쑥 효소용 귤을 보내 드리기도 하였다.
모든 회원님들께 다 보내드릴 수는 없어서
물.심.양면으로 넘넘 고마왔던 몇분들께 보냈었다.
수확 중간에 귤말랭이도 귤껍질도, 귤효소 만드는 것을 시범(^^) 보일 수가 없어서
레시피만 올려두고 나는 정신없이 수확과 배송에 전념했었다..
이제는 귤이 상해가며 맛도 변하여 가서 찾는 고객님이 계셔도
2월에는 내보내지를 않았지만 남겨둔 일부귤로
귤말랭이와 귤껍질과 귤효소로 짬짬이 요리를 올려보려고 한다.
회원님들께는 아마도 올 가을에나 도움이 될 듯하다.
귤을 갈무리 하면서 다시 한번 알토란같은 귤에 감탄한다.
귤껍질까지도 이렇듯 알뜰하게 쓸 수 있는 과일은 귤뿐인 것 같다.
전력질주한 후에 찾아오는 피로감과 탈진현상으로
몸 추스리느라고 아주 조심하고 있다.
50살이 넘어서면서 몸 현상이 예전같지가 않다.
피로가 쉬이 회복되지가 않고 자칫하면 선을 넘어서서
큰병이 들것같은 예감이 들어서 내 안의 소리에 예민하게 귀 기울이게 된다.
1.4 후퇴때 세 아들들을 데리고 사선을 넘어 월남한 할머니가
빈손으로 가업을 일으켜 세우고, 전쟁통에 세 아들들을 지켜내고 탈진하여
쉰 둘 나이에 돌아가셨다는 집안 내력이 있기에, 이 나이에 이른 나를 조심하고 있다.
적어도 30년은 더 살아내야 할텐데...
할 일도 많고,하고싶은 일도 많은 나...
건강치 않으면 꿈을 꿀 수가 없기에...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오직 나만을 위한 시간이 오기를 꿈꾸며...
먼나무
누군가가 생각이 난다는것은
그만큼 몸과 마음이 여유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귤껍질을 말리면서 줄 사람이 많은데...하니 남편이 혀를 찬다.
귤을 말리면서도 고마운 사람들이 마구 떠오른다.
늘 그랬다.
주고 싶었다.
드리고 싶었다.
고마운 마음...그렇게 주고 싶었는데
미처 내가 감당하지를 못해서 시기를 놓치며 왔다.
그동안 고마왔던 분들에게...더 많이 드리고 싶었었다.
그것을 귤안에 채워서 보내는 것으로 대신하였었다.
마음에 차지 않지만 우선은 그렇게 가야만 하는것에
늘 아쉬워 하고 안타까와한다.
고3 중3 엄마가 늘 이렇게 바깥으로 시선을 두리번 거린다.
모든 것이 마음 뿐.
그대가 떠오릅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기다리겠읍니다.
마음에만 채우고 걸어 가겠읍니다.
고운 인연...천천히 다듬어 가겠읍니다.
눈 바람을 몸으로 다 이겨낸 아이들이 기특합니다.
이 아이들에게서 봄이 느껴집니다.
이 작은 새싹들이 겨울을 이겨 내었읍니다.
이런 희망이 우리 모두에게 샘 솟기를 바라며...
말린 귤피를 장아찌를 만들어보니 향기로운 것이 아주 좋습니다.
귤껍질까지도 이렇게 기쁨을 많이 줍니다.
귤껍질 말린것과 귤효소,귤효소 고추장, 마늘잎, 통깨...
무우 말랭이 무침처럼 만들었는데 귤향이 입안에 화~하게 감돕니다.
이런 특별한 장아찌 하나 만들어 두고 손님상에 내어도 좋을것 같습니다.
입맛 없어서 굴과 달래로 입맛을 달래주었읍니다.
만물이 소생하지만 겨울나기하고나서 몸은 기진하는 것이 봄입니다.
우리 몸에도 봄을 채워야 할 시점입니다.
싱싱한 기운을 몸에 많이 채워서
봄 나기를 잘 해야겠읍니다.
먹성 좋은 돼지가족도 봄을 타는지 뭐든지 입맛 없어 하네요.
기운나게 하는 음식을 궁리해봤읍니다.
몸이 가벼워지면서 개운한 것이 그립습니다.
귤이 다 없어지기전에, 겨울배추 다 없어지기전에, 귤백김치를 담그었읍니다.
귤즙을 짜서 소금간만하고 생강향 곁들이고,쪽파와 붉은 매운고추를 넣었읍니다.
가족들이 먹는 것이라 시각적인 것보다는 영양에 촛점 맞추고
귤즙 자박하게 담그어서 익히니 새콤 달콤 한 것이 한자리에서 한폭씩 먹게 됩니다.
입맛 없는 봄철에는 봄향기나는 재료들로 물김치 담그어 먹는게 원기회복해 주는 것 같아요.
제 마음의 옹달샘에 조금씩 샘물이 고이고 있읍니다.^^
'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년전 뒤돌아보니 (0) | 2012.03.09 |
---|---|
결혼 후 20년 ... (0) | 2012.02.27 |
대화중에서(호수와 나) (0) | 2011.12.29 |
하고싶었던 이야기 (0) | 2011.11.06 |
유관순 귤의 새이름 (0) | 2011.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