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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서귀포신문)

은퇴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설계한다

by 농부김영란 2011. 9. 14.

 

 

 

 

남편 명퇴 후 온전한 귀농상태가 벌써 4년째 접어들고 있다.

다른 수입없이 오로지 농사를 지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상태인데

수입으로 손익 계산을 따져보면 이제 겨우 현상유지점에 다다른 듯 싶다.

현상유지점이란 남편이 퇴직하기 전 평균월급을 기준으로 해보는 것인데

퇴직금이나 보너스등을 계산하지 않고 세 후 내가 받았던

한달 생활비로 지출할 수 있었던 금액을 기준으로 잡고 있다.

전직장이 대기업 계열사였다고해도 대한민국 평균급여였던지라

나는 내핍이 몸에 밴 생활을 하였었기에 생활비가 그리 많이 들지는 않았었다.

아이가 셋이나 되어도 남들 다하는 과외나 학원 하나 안보내는 간 큰 엄마인데다가

건강한 먹거리 구입에는 건강을 생각하여 넉넉하게 지출하는 편이라

언제나 엥겔계수가 지나치게 높은편에 속했다.덕분에 의료보험비만 꼬박꼬박 내고

혜택은 받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온 가족 건강한 것만해도 일조를 하는 셈이다.

 

 

기댈 언덕이 없었던 환경이라 맨허리 또졸라 매는 생활방식으로 살아왔기에

그 어떤 환경이 와도 그리 충격적이지는 않을거라고 큰소리를 쳤었었다.

아이들 어릴 때는 수입의 절반은 늘 저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살았었다.

맞벌이도 아니고 혼자 버는 샐러리맨 생활에 아이셋을 양육하면서

월급의 절반을 저축한다는 것은 초인적인 내핍생활을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덕분에 집 장만이라도 하게 되어 명퇴 후 내가 자립 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 주었다.

 

 

제주도에서 귤농사를 지으니 꿈에 그리는 환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 듯

부러워하는 이도 있지만, 한여름 뙤약볕아래 온 몸을 땀으로 목욕하며

삼복더위에 일을 해야하는 상황을 반나절만 경험해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것이다.

누군가가 내 지나온 길을 모르고 부럽다고 말하면

“세상에는 거저 된 것은 어느 것도 없다“고 말해준다.

 

 

 

명퇴 후 과도기 몇 년째를 보내면서 앞으로 내가 몇십년 살아내야 할

준비기간이기도 한 지금,앞으로의 내 삼십년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세 아이들 대학교육까지 시키는 기간이 앞으로도 십년이나 남았으니

그 십년은 전력질주를 해야만 할 기간이고, 남은 시간들은 노령인구에 분류되어

소비만 하다가 생을 마감해야 할 시간일 것 같다.

지금의 내 치열한 시간들도 어깨 무겁지만 이후의 삶은 더 무거운 삶일 것 같다.

대한민국 역사의 전환점들을 고스란히 몸으로 맞아가는 베이비부머 세대인 내가

바라보는 우리들의 미래는 엄청난 재앙이 될수도 있겠다 싶다.

생산인구가 아닌 소비주체로 수십년을 살아가야 하는 것.

노후 준비로 연금등을 확보해 놓은 사람은 그래도 사는 걱정은 덜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나라의 복지정책에 의존해야 하는데

출산률이 세계 최저가 된 우리나라가 앞으로 노령인구에 쏟아부을 복지 예산이

얼마나 남아있게 될까.

곶감 빼 먹듯이 하나씩 다 빼먹고 그 후에 닥칠 일은 내가 알 바 아니라는 식의

무상복지 정책도 나는 그래서 매우 경계된다.

내 아이들이 짊어져야 할 엄청난 짐이 심히 걱정 된다.

 

 

그런데 내가 농부가 되어보니 농촌에는 노인들만 남았다는 현상이

현재의 문제점이기도 하지만 미래의 대안책이 될수도 있겠다 싶다.

이곳에서는 80대 할머니들이 쨍쨍하게 현역일을 하신다.

몸에 밴 근면 성실함이 젊은이들 무색하게 일을 해내신다.

나도 이렇게 농부로 뼈를 단단하게 만들고 있으니

80까지도 현역일을 해낼 수 있을거라는 희망이 보인다.

수입을 떠나서도 사람은 일을 하지 않고 무위도식하면 존재가치를 상실하고 만다.

죽는 날을 기다리며 연명한다는 것은 사육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내 삶이 죽는 날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일게다.

그래서 나와 같은 베이비 부머들에게 농촌으로의 귀향을 미리미리 준비하라고,

동병상련의 심정에서 조심스레 권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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