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귀농교육을 생각할 때 | ||||||
김영란 시민기자의 귀농일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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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험에서 우러난 사실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 소탈하고, 가볍지도 않지만 무겁지도 않은 소시민들의 애환과 가락이 깃든 일상사 이야기를 즐긴다. 그래서 내 식대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여과없이 수다형식으로 글을 쓰게 된다. 보는 만큼, 아는만큼 표현하게 되는 것 같다.
요즘 귀농열풍이 부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한발 먼저 귀농한 선배로서 이 문제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7년차 농사에 접어든 사람으로서 <귀농 열풍 현상>이 반갑지 않은 것은 아니나 웬지 마음 한구석 석연치 않는 우려가 밀려온다. 방송이나 언론에서는 앞 다투어 귀농해서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을 찾아내서 소개하고 있다. 베이비부머들의 본격적인 은퇴시기를 맞아서 그들의 제2의 인생항로의 최적의 선택이라도 되는 양 은근히 유도하는 느낌도 받는다. 도시의 삶에 지쳐있는 이들에게는 바라보기만해도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이는 자연속에서의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
보여지는 아름다움보다 현실적인 척박함이 그 몇배라는 것을 아는 내가 봐도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처럼 보여지는 잘 편집된 풍경들이다. 이런 홍보효과가 은퇴를 앞두거나 제2의 인생을 모색하는 사람들에게 크게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귀농관련 강좌에 몰린 사람들이 입증해준다.
귀농강좌마다 깜짝놀랄만큼 많은 사람들이 신청을 한다. 더구나 대세의 흐름이 친환경과 건강이 화두가 되다보니 <친환경농업>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한여름 태양만큼이나 달아오른 것 같다. 그러나 배우고자 하는 학생은 많은데 축적된 노하우와 경험이 부재하다보니 가르킬 스승과 자료가 부족하여 강좌의 열기에 비해 내용은 부실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성공적인 귀농정착인도 많지 않거니와 성공적으로 보여지는 귀농인들조차 부풀린 통계로 포장된 전시효과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도 온라인판매를 하느라 블로그에 홍보를 하다보니 간간히 방송 제의를 받기도 하였는데 그들의 관심은 내 수입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매출이 얼마인가를 묻다가 내가 순수익(내 인건비)을 얘기하자 실망한 듯 하였다. ‘성공한 여성 농업인을 취재한다는 프로그램이라는데 연매출 1억...’ 이런 식의 자극적인 솔깃한 문구에 걸맞는 틀을 짜려고 시도하는 것이 못마땅하여 거절했다. 본질을 가리고 과대포장하여 시선을 사로잡으려는 방송매체들의 속성을 알게되어 그 후로는 그런 류의 홍보에 미리부터 거부감이 들게 되었다.
보여지는 수입만을 계산하지 않고 내가 찾은 정신적인 자유,내가 내 삶에 주체가 되어 누리는 자부심, 건강한 노동을 통하여 얻게 된 몸과 마음의 건강함,길을 스스로 만들고,헤쳐 나오면서 터득하게 된 담대함, 책상머리 이론에 갇혀 지낸 나약한 지식보다 땀과 노동과 자연속에서 배우게 된 삶의 진리 등등...
그들이 아무리 설명해도 잘 알아 듣지 못하는 수많은 보석같은 요소들을 즐길 수가 없고, 볼 수가 없는 사람이라면 멀지않아 귀농이 행복의 지름길이 아니라 불행의 지름길이 될수도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일러주어야만 한다.
그렇다고 수입에 전혀 구애받지 않아도 되는 별장형 전원일기를 모토로 하여 행복이 거기에 있다고 유도하는 것도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생존의 문제는 하루하루를 온 몸으로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에겐 연습의 기회조차 주기 않기 때문에 올바른 귀농교육을 심각하게 논의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하지도 않고 시도도 하지 않은 사람보다는 시도하는 사람이 낫고, 시도하여 작은 것이라도 이루어 본 사람이 경험에서 건져 올린 보석같은 한마디가 절실히 그리운 것이 귀농교육에 관한 요즘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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