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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구절초 1

by 농부김영란 2008.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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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희끗희끗 내릴 즈음, 하루종일 부대끼던 속을 가라 앉히려 내달렸다.

막 피어 오르기 시작하는 구절초가 간절히 보고팠다.

하루종일  속앓이를 하다가 해질녘이 다 되서야

간절히 그 꽃이 보고픈 이유는 무엇인가?

그 꽃도 밤새 안녕할지 몰라서...였을까?

 

 내 몸도 나이탓인지 이상징후를 여기저기서 보내기에

삶을 자꾸 뒤돌아보고 마음이 조급해지는 요즘이었는데

내곁의 사람들이 사고사, 돌연사,자살등등...삶을 등진 소식들이 내 맘을 후빈다.

얼마전 조카의 사고소식에, 엊그제는 암투병중이시던 작은 아버지가

암은 훌륭히 이겨 내시고 기적이라며 퇴원하셨는데 갑자기 호흡곤란으로 돌아 가시고

안재환, 최진실...자살...

삶과 죽음의 차이가 손바닥 뒤집기와 같구나 싶다.

사는 동안 얼마나 아둥바둥대며 살려고들 하다가

갈때는 그렇게 덧없이, 순식간에,준비도 없이...그렇게도 가는것을!

 

내 삶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순백의 구절초 꽃을 보고 있노라면 이유없이 눈물이 글썽이게 된다.

너는 왜 이렇게 깨끗하지? 왜 이토록 향기가 은은하지?

꽃에게 물었다.

오염된 것들과 타협하지 않아서이라고...

 

그 꽃이 너무 그리워서 엄마네 집에서 뿌리를 배달해 와서

2년전에 심었는데 제법 꽃밭을 이루었다.

꽃도 이쁘려니와 그 효능 또한 따라올 꽃이 없다는데...

구절초! 를 들여다 보면서 내 곁을 떠나간 사람들을 떠올렸다.

 

작은 아버지는 아름답게 가셨다.끝까지 베푸는 삶이셨고 옆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시지 않으려고 꼿꼿이 암도 이겨 내시고

종내는 날도 좋은 10월에 77세 삶을 심장마비로 깨끗하게 접으셨다.

어린 조카는 꽃도 피어 보지 못하고 황당한 사고사로 떠났기에 아쉽고 안타깝기만하고...

우리들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톱스타들의 자살소식은...그냥 우울하기만 하다.

화려함뒤에 그늘의 씁쓸함.

아무리 힘들었다고해도 그래도 자살은 정당화 될수가 없다.

더구나 최진실은 두아이의 엄마인데...

안타까운 생각만 든다.

 

 

 

 

그렁저렁 오십여년을 살아보니 특별한 인생은 없는것 같다.

열가지 복은 주시지 않는다고...

나도 가지지 못한것에 가슴앓이하지말고

내가 가진 소중한 것들을 다시 한번 손꼽아 보아야지.

저녁때 아이들이 무사하게 귀환했을때의 그 반가움.

소박한 음식에도 아이들 아프지 않고 잘 자라 주는것.

건강한 몸으로 잘 살아 온것.

내 곁의 소중한 많은 이들.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작은 배려 아끼지 않으면서 정답게 살아 가는 것.

 

 

 

 

 

삶이 진지해지는 요즘이다.

꽃잎이 깨끗한 구절초는 따서 차로 만들려고 하루종일 꽃과 놀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살아낸 것일까를 되물으며...

 

 

 

.

.

.미완성 수다

(맑은 물이 고일때 다시...)

 

내 구절초꽃과 향기를 전해 주고픈데...마음이 번잡하여 수다가 안됩니다.

안개가 걷히면 다시 글 수정하여 올리겠습니다.

이런 미완성 수다를  구절초 꽃을 보여 드리려고, 혼자보기 아쉬워서 올립니다.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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